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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전작 <블랙스완>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모든 사건에는 검은 백조가 도사리고 있다. 단지 개연성이 희박하므로 짧은 경험을 토대로는 아직 파악이 안됐을 뿐이다. 그런데 월가 애들은 검은 백조 출현을 예상했다는 듯 뒷북이 심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자는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책은 그 책의 속편 정도에 해당한다고 본다. 목차도 쓰기 전에 ‘해설’이라는 명목으로 장장 60페이지에 달하는 저자와의 인터뷰를 소개를 하고 있다. 여기 저기 기자 인터뷰 따다가 저자의 논지의 어떠함을 밝히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기 전 <블랙스완>을 읽지 않은 독자를 배려함이기도 하겠다. 저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주장을 전작에서 펼치고 있었는지 말이다. 그런데 해설 안에 다른 기자가 쓴 같은 내용이 두 세 번씩 반복되면서 본론을 읽기도 전에 그만 질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편집과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자는 여러 가지하는 인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한 뒤, 프랑스 파리9대학에서 금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월가에서 10여 년간 증권 분석가이자 투자전문가로 일했다. 저자 역시 월가에서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고, 뉴욕대학 폴리테크닉 연구소의 특훈교수, 런던 비즈니스 스쿨 방문교수로서 연구와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블랙스완><행운에 속지 마라><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등이 있다.

책은 총 9장에 걸쳐 진행된다. 그런데 사실 읽으면서, 뭐 굳이 나눌 필요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논지를 말하자면, 전작 <블랙스완>에서 더 나아간 면이 없다. 그 말이 그 말이고, 하던 생각 똑같이 하면서 말만 좀 다르게 할 뿐이다. 그럼 이 책에서 저자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블랙스완> 출간 당시, 저자는 월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쓰디쓴 비평을 들어야 했다. 그게 많은 상처가 되었을 무렵, 월가에 큰 위기가 닥쳤고 그는 하루아침에 ‘월가의 새로운 현자’의 자리에 올랐다. <블랙스완>이라는 저서는 재평가되었고, 그 역시 유명세에 바쁜 일상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에 대해 혹평을 일삼은 헛똑똑이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거다. 내가 볼 때 이 책은 그렇다. 지적 거드름.

책은 그냥 실황인터뷰를 따다가 옮겨 적은 것만큼이나 두서도 없고, 정리도 허약하다. 마치 어떤 메시지나 지식 전달보다는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구 쑤셔 박은 느낌이다. 때문에 읽는 독자에게는 어이없는 발언이 많다. 자신의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를 시답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p. 126)는 속보이는 발언이나 그 도서가 사회 전반에 걸쳐 수많은 분야에 자극제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p. 128)는 발언들이 그러하다.

나는 토론에 계속 초대를 받았지만 더 이상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주장을 참고 듣거나 내 입가로 삐져나오는 실소를 억누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왜 실소를 짓냐고? 이겼다는 표시였을 것이다. (p. 131)

돌팔이들만이 긍정적 권고를 제시한다. 서점에는 성공 방법에 대한 책들이 널려 있지만, <파산을 통해 배운 것>이라든가 <인생에서 피해야 할 10가지 실수> 같은 제목이 붙은 책은 없다. (p. 194)


여기서 저자는 계속적으로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돌팔이들은 닥쳐주시게나. 똑똑한 나만 떠들 수 있어.’ 자신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인간은 다 정신 나간 쓰레기들이고, 긍정하는 이들과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에 기뻐한다는 저자. 아주 유명한 이들과 알게 되었지만, 대화의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는 저자. 뭐, 그런 걸 말하려고 책을 쓰고 14,000원씩 받아먹나 싶다.

나는 저자가 가진 논지를 굳이 뭐라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 우스울 따름이다. 저자 자신이 건강한 인격체로써 독자에게 유익을 끼치려는 목적이 아닌 불순한 의도로 책을 집필했다는 생각을 내내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서 성공했어도 이렇게는 되지 말라’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누구에게 추천하기가 민망한 책이다.

지적인 교만이 줄줄 넘치는 책이다. 이제 저자가 학자로서 대단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뭐라고 떠들던지 독자는 머리를 조아리며 ‘옳소, 옳소’ 해 댈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그 독자가 무식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업적을 스스로 기려보기 위해 쓴 이런 거들먹거림이나 보고 앉아있자니, 참 시간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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