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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의 색감은 눈에 확 들어오며 띠지를 피해 위쪽 중앙에 위치한 하나의 일러스트는 귀엽다. 그리고 왠지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 또한 심어준다. 표제는 어떠한가, 이 책 한권으로 나를 지배하는 숫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마케팅의 적절한 조화는 겉에서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저자는 카이저 펑. 캠브리지, 하버드, 프린스턴 대학에서 통계학, 비즈니스, 공학 분야의 학위를 받았다. 사이러스 XM 라디오 사의 통계학자이고, 뉴욕 대학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통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광고와 소비자 행동에 대해서도 10년 이상 연구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첫 저서이다.

책은 5개의 주제를 가진다. 평균의 함정, 오류의 미덕, 평등의 모순, 결과의 비대칭, 확률의 미신성을 그 모티브로 가진다. 각 주제마다 두 개의 실제사례를 중심으로 끌어 나간다. 디즈니월드는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는 FastPass티켓을 발급한다. 전체적인 대기시간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지만, 개개인이 갖는 심리적 요인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반면, 고속도로에 설치한 램프미터링은 전체에게 이익을 주는 데이터가 있지만, 기다림에 지치는 개인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심리학’적인 요소가 다분하고, 저자 개인도 평균의 함정 때문에 ‘숫자보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여야 한다(p. 47)’고 말하고 있다.

2장에서의 사례는 ‘시금치에 의한 전염병 발병 원인의 역학적 추리’를 담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시금치가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밝히고 해당상품의 리콜조치를 취했던 것에 대해 냉소적이고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이런 발언까지 나온다.

한편 몇 달 동안 미국 전역이 시금치에 대한 공포로 몸살을 앓았고, 관련업계는 1억 달러가 넘는 타격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리콜 전까지 시금치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략 500만 명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p. 59-60)

만약 리콜 조치로 실제 구할 수 있었던 목숨이 별로 없었다면, 결국 이 집단 발병의 최종 결과는 사망, 입원치료 약 100여명 인 셈이다. 리콜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은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이 연간 판매량이 3억 달러가 감소하면서 업계가 입은 타격은 광범위했다. (p. 76)

회의론자들은 위스콘신 주에서 환자 다섯 명이 발생한 일을 가지고 시금치 리콜 조치를 내림으로써 전국의 소비자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으며 이는 소비자 보호라기보다는 과잉대응에 가까웠다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p. 78)

저자 자신이 회의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지금 경제를 논하고 숫자를 논하고 있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 앞에서 숫자를 세자는 말은 어이가 없다. 업체가 입은 경제적 손실에 비해 죽은 사람이 적다는 말로 밖에 안 들린다. 저자 가족 3명이 죽었다면 이런 식의 숫자놀음이 가능한가. 마치 3명이 아니라 3천명은 죽었어야 이해타산이 가능한 리콜이었다고, 5명이 아니라 5만 명은 입원을 했어야 타당한 처사였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감히 기업의 손실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몇 명이 죽어나가야 시금치 리콜을 인정했을 것인가?’와 같은 무서운 반문을 일게 한다.

3, 4, 5장의 여러 내용들을 통해서 통계학의 영향력, 그리고 그 방대한 쓰임새를 본다. 또한 숫자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오류와 데이터로 산출하는 통계학의 한계도 배운다. 그리고 현재까지 쟁점이 되고 있는 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도 주제와 결부하여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표제에서부터 풍기는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 숫자 세계에 대한 실체 분석과 그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모든 부문에서 자신의 고정된 관념과 입장을 피력한다.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제시된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획일화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듯, 저자의 관점에서만 설명되고 있다.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뒷장은 앞부분에 대한 요약정리다. 사례까지 다시 언급을 하며 진행하는 정리부분은 ‘이것만 읽어도 저자의 요지와 책의 흐름을 80%는 이해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줄 정도로 핵심적이다. 오히려 앞부분에서 주는 느낌이 다소 산만하고 방대하며 조잡한 느낌이 있고, 사례분석에만 급급한 나머지 흥미롭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는 감이 있어 끝내는 지루하다.

통계학이 잡아내지 못하는 변수, 그것은 숫자논리로 계산될 수 없는 인간세계의 가장 큰 묘미이다. 계산만으로 설계된 세계는 ‘기계’에만 적용될 수 있다. 물론 거기서도 ‘버그-오류’라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어서 놀랐다. 원래 이런 책은 계속적인 흥미유발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변수’가 아니겠는가. 이 책 또한 그런 ‘변수’에는 당해내질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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