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그런데 넌 그걸 우스갯거리로 만드는구나. 살면서 누군가와 진짜로 결혼하고 싶어지는 일이 대체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난 그러고 싶단 말이야. 너랑 결혼하고 싶어. 서로 구질구질하게 주접떨며 뒤엉켜 살아가느니, 독립된 인격으로서 '우리'라는 연대감을 갖고 결혼을 하는게 나을 거 같아.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무슨 일이 잘돗되거나 할 때, 사실 당연히 일이 꼬일 수 있지, 우리 둘이 그걸 함께 해결할 거 아니야. 둘 중 하나가 도망칠 수 없게 말이야." -109쪽
"정말로 정신 나간 짓이야. 그거 알아? 왜냐하면 난 페미니스트나 그런 타입이거든. 그래, 맞아. 난 자아를 지키고 싶고,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어. 대학에 와서 이런 저런 걸 다 경험했어. 하지만 너를 다시 만나니까 또 너를 돌봐주고 싶어졌지. 가정에 머물면서 너를 위해 걸레질을 하고 싶더란 말이야. 알겠어? 그런 멍청한 짓을 하고 싶다니. 그러니까 네가 정말 아이를 원했다면 난 그랬을테지. 내 말은, 기꺼이 낳아서 길렀을 거라고."-173쪽
"오밤중에 깼는데, 우유가 마시고 싶어 죽겠는 거야. 그래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내려와 캄캄한 어둠 속에 발가락을 내딛고는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지른 다음 절뚝거리며 냉장고로 갔단 말이지.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불빛이 너무 휘황찬란한 거야. '이제 살았다!'라고 한마디 하고 우유가 담긴 종이팩을 열고 숨을 가다듬은 다음 입술을 들이댄다 이 말씀이야. 근데 우웩, 썩은 우유였어. 물론, 벙찌는 거지. 다시 우유팩을 닫고 냉장고에 도로 집어넣어. 또다시 암흑이지. 하지만 낡고 외로운 침대로 돌아갈 때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거야. 잠깐, 어쩌면 그 우유는 그렇게 심하게 상한 건 아닐지도 몰라. 난 아직도 목이 타는걸? 그래서 다시 냉장고로 돌아가. 냉장고 불빛이 다시금 맘을 설레게 하지. 다시 조심스레 쩝쩝 맛을 보지만 역시 상한 맛인 거야. 이게 바로, 적어도 내가 겪었던 거의 모든 남녀관계에 들어맞는 은유라고 봐."-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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