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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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간되자마자 예약해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참신한 호러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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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사원 풍요의 바다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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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도 빨리 출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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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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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의 네 번째 주인공들은 김말봉과 박솔뫼 작가다. 김말봉은 한국 근대 소설에서 많지 않은 여류 작가로, 또 그 소설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가 생애는 넉넉히 30년간을 계산할 수 있다. 우선 작가 생애로 봐서 그는 우리 근대 작가 중에서 장수한 편이며, 1930년대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통속 소설' 지금의 멜로드라마의 원조인 셈이다. '순수 귀신을 버리라'라고 일갈한 대중문학 작가였던 그녀는 1930년에서 1950년대 말까지 30편이 넘는 대중소설을 내놓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이른바 '최초의 스타작가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근대 여성 작가의 소설이 그렇듯 그녀의 소설도 여성의 지위와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불합리함, 그에 기반한 가족 구조의 불안정성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김말봉 작가의 단편인 <망명녀>, <고행>, <편지>가 실려 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망명녀>이다. 한 인간의 인생에서 구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현대의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로 이어진다. 윤숙과 순애의 이야기와 부산 거리를 걷는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교차되며 그들의 살았던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의 따뜻한 이어짐을 형성한다.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는 <망명녀>를 잇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가상의 체험담이기도 하다.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이나 시간을 대신 경험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순애가 되어보거나 윤숙이 되고, 작품의 저자의 입장이 되어 이 작품에 빠져든다면 그 재미는 더없이 감동적이지 않을까.

"가보는 것 아무튼 계속 가보는 것 가보고 걸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p133

김말봉 작가의 소설은 아름답다. 그것은 박솔뫼 작가의 소설에서 보이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아름다움이지만 그만의 울림을 지닌다. 30년대의 김말봉과 100년의 지난 박솔뫼 작가는 닮아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 두 작가의 동질성은 박솔뫼 작가의 작품 <기도를 위하여>와<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에서 보이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선배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는 필연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또한 그녀들의 삶의 한 부분을 같이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여운을 가진 감각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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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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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의 오사카 여행의 사진 중에서 유정천 가족의 성지라고 불리는 장소들이 찍혀 있었다. 너구리 가족의 터전인 시모가모 신사와 데마치바시, 이번 유정천 가족의 핵심 인물인 2세가 머물렀던 교토 호텔 오쿠라의 사진까지 책을 읽은 나로서는 반가운 사진들이었다. 물론 친구는 유정천 가족을 알고만 있을 뿐 크게 관심이 없던 터라 관련 사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장소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너구리와 텐구 그리고 인간이 그리는 이야기, 유정천 가족 두 번째 이야기인 2세의 귀환에는 아카다마의 아들이 100년 만의 고국의 땅을 밟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번 이야기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환술사 텐마야 흉계와 승려가 된 에비스가와 쿠레이치로의 등장이었다. 소운이 죽음 후 자신의 대에서 시모가모와의 소원한 관계를 해결짓기 위해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쿠레이치로. 너무나도 쉽게 두 집안의 원한이 해결될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역시나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2권의 타이틀이기도 한 2세의 귀환으로 벌어지는 벤텐과의 대결 또한 흥미로웠다.

인터뷰에서도 저자가 언급했듯이 이 교토 원더랜드의 바탕에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지배 구조와 착취, 야생동물의 도살과 잘못된 식문화가 깔려있다. 금요 클럽에서 볼 수 있듯이 연말 행사로 자리 잡은 너구리전 골 이야기에는 도물에게 자행하는 폭력이 약자인 인간에 대한 폭력과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저자의 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추잡하고 무섭다. 눈 뜨고 코베어 가는 세상에서 서로 속고 속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갈고닦아 '세상만사 속느냐 속이느냐'라고 어중간하게 깨달음을 얻은 인간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덴구들이 험준한 오만의 산에서 침을 뱉고 너구리들이 바보의 평야를 때굴때굴 굴러다니는 동안, 묵묵히 사기 기술을 연마해온 인간들을 얕보면 안 된다."p138

교토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유정천 가족>은 읽으면 읽을수록 담백함까지 더해지는 소설이었다. 2세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벤텐의 행방과 니세에몬이 된 야이치로가 이끌 너구리계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3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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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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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그 가운데에서 바로 서는 법에 혼란을 느꼈다. 어디서 내가 '나'일 수 있으며 내가 '나'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생각했다. 목소리를 높이고 내 색깔을 드러낼 때 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며, 묵묵하고 순할 땐 쏟아지는 탁한 이야기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언젠가부터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의 방향은 옳은 것인지, 다른 이에게는 철없게 보일지도 모를 이 질문의 바탕에는 어쩌면 당연하게 거쳐야 할 인생의 형태는 아닐지 하고 생각하곤 한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겪게 되는 녹녹치 않던 인생이라는 벽에 부딪치던 순간을<방황하는 소설>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에 수록되었던 <월계동 옥주>에서 주인공 옥주는 가족도, 연인이었던 현우와의 결별 뒤 중국으로의 유학을 선택한다. 술에 취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던 옥주에게 중국인 '예후이'의 도움을 받은 옥주는 그녀와 가까워진다. 성적도 좋고 동기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예후이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친구들에게도 중국어 과외를 하고 있었다. 그들과 친해진 옥주는 여름방학을 친구들과 예후이의 고향 집에서 보내기로 하지만 처음부터 여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꽤 긴 시간을 가야 하는 불편한 기차 안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 생겨난 애정 관계에서도, 모두 자신의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나는 변화해 왔다. 인생이란 벽에 부딪혀 답답함에 주저앉아 있을 때도 난 항상 나의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 내 옆에서 같이 걷고 있었고, 그러지 못할 때는 또 조용히 지금의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언제고 변할 수 있는 유연한 가능성과 희망을 안고, 나는 또 변해 갈 것이다.

"옥주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믿었던 관계가 이렇게 쉽게 어그러지는 것에."p156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불안을 경험한다. 만일 불안으로 고군분투한 적이 있다면, 불안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위압적일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긋이 사소한 일이라도 불시에 엄습하는 불안감을 촉발하며, 단순한 일상에서조차도 버둥거리게 만들 수 있다. 창작과 비평 201호에 실렸던 김지연 작가의 <먼바다 쪽으로>의 주인공 현태도 심각한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크게 소리 내어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현태에게 종희는 아파트 사람들이 우릴 싫어한다며, 특히 아랫집 남자가 우릴 죽일 거라며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때는 코웃음 치던 현태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아랫집 남자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도망치듯 시골에서의 생활을 하게 된다.

"돌아보면 꾸준히 나빠지는 선택만을 해 온 것 같았다."라는 종희의 말처럼 불시에 찾아온 불안에서 시작된 선택은 평범했던 삶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오늘도 그거 그런 평범한 하루일 거라는 믿음이 무너지던 날.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흔한 일상은 불안정한 삶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태의 불안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종희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애초에 거짓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니, 그건 농담이었다. 매일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현태에게 거실에서 쿵쿵 뛰며 게임을 하는 현태에게, 주말이면 기타를 치는 현태에게, 아파트 사람들이 다 우릴 싫어해, 특히 아랫집 남자가 우릴 죽일 거야,라고 말한 것뿐이었다." p174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수록되었던 <파종>에는 자신의 딸 소리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소리에 불안해하는 주인공. 학대하는 아버지에게서,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보살펴주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오빠의 기억을 떠올린다. 남편과 이혼 후 갈 곳 없는 자신을 아무런 말 없이 받아준 오빠가 가꾸던 텃밭에서 세 사람의 따뜻했던 추억은 글을 읽은 나에게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소리가 아이답지 않게 아무것도 조르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고 그녀가 자랑하자 그는 말문을 잃었다. 그러더니 소리에게 물었다. 소리는 뭘 먹고 싶어? 소리는 뭘 하고 싶어? 아무거나 괜찮아. 소리가 대답하면 아니, 소리가 진짜 먹고 싶은 거,라며 소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무거나는 답이 아니야, 소리야. 그는 그렇게 말했다." p236

인간의 방황의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갈대와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라며, 마음속에 금기를 갖지 말라 하는 그다음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요하고 심심한 시간에 폭력을 더해 그것을 거저 타파의 대상으로 여기며, 휴대폰을 꺼내어 무언가 찾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두 가지 오해 속에서 점점 외롭고 우울해지는 것 아닐까. 할 일 없이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 무언가 하고 있는 게 맞다는 오해. 또 기쁨과 행복만 존재하는 것이 완벽한 마음이라는 오해.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긴 하지만, 길을 잃는 것 또한 길을 찾는 방법이라는 걸 우리는 잊고 사는 듯하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모두가 모를 때 나만이 아는 그 길은 오직 경험으로 찾게 되는 것 아닐지. 길을 찾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시간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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