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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불균형 -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미래 경제 전략
스티븐 로치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G2!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용어이다. 미국이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강대국이지만 중국의 굴기(倔起)는 정말 눈부시다. 중국 경제 통계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고 최근 환율전쟁으로 외환보유고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외환보유고 세계 1위, 수출액 세계 1위, 명목 GDP 세계 2위, 구매력평가지수(PPP)기준 GDP 세계 1위, GFP 기준 군사력 세계 3위, 우주항공산업 세계 3위, 국방비 세계 2위... 게다가 모든 수치가 점점 더 강해지는 초강대국임은 틀림없다. 막 잠에서 깨어난 용이 아니라 가히 여의주를 물고 역동적으로 승천하는 적룡의 모습이다.

 

중국의 GDP 성장 덕에 우리 경제가 잠시 감로(甘露)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으나 그 위압적 마물의 기세는 언제나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그냥 그들의 순간 이익을 쫒는 무인식의 의식체 정도가 아닐까.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만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들의 눈엔 한국은 그저 밋밋한 존재(항장 項莊, 항우의 사촌동생이자 수하 장수)에 불과하고, 그들은 미국(항우)에 대적하는 패공(유방)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신만만한 행보 그 자체이다... 그러니 미국 학자들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 및 그 분석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작금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협력인가 대결인가? 미국의 시대는 가고 중국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2000년대엔 분명 건설적 협력관계였건만 동아시아 지역 패권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지금은 앞으로의 전개가 '대결'로 치닫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차곡차곡 축적된 결과의 산물일 것이다. <G2 불균형 -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미래 경제 전략>은 이런 두 강대국의 충돌에 대해 여러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찰한 책이다.


저자의 인식은 미국과 중국이 '의존적 성장'에 의해 '가짜 호황'의 단맛을 취한 원죄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끝없는 성장이란 환상에 빠져 과도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거품을 유발했고, 중국은 사회적 안정과 경제 발전의 절실함 때문에 성장에 목말라 있었다는 점에서 서로 짝짜꿍하게 하였다는 거지. 가짜 호황의 유혹(잉여 노동력 흡수, 빈곤 퇴치, 실업 완화, 소득 불균형 해소)은 너무나 달콤하였지만 이런 정책 함정은 비극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이 매혹적 춤사위(소비 파티)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즈음의 생각거리는 미국의 경제 환경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중국의 발전 모형에 미국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인데... 미국 등의 다국적 기업은 비용 수준이 낮은 중국의 생산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제 세계화 전략(공급망 개념)을 펼침으로써 중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다. 단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로 미국과 유럽이 소비 파티를 벌인 거지. 그리고 중국은 벌어들인 외환을 달러 표시 자산에 재투자함으로써 서로 윈윈하는 '상호 의존'이 성립 되었다는 거다.


한동안은 두 나라 모두 득(가짜 호황)이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는 게 어디 그렇남. 상호 의존은 상호 탐닉으로 변질되면서 그 병리적 속성(중국 : 수출에 의존하는 불균형 경제성장, 미국 : 부채에 의존한 거품 성장)이 터져버린다. 2008년 대위기가 가져온 선진국의 경제활동 위축은 곧바로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 모형의 토대가 되었던 외수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리고 두 나라간 불균형에 대한 문제들이 증폭되기 시작한다.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 경제가 미국의 경제 부흥과 번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지. 이른 바 '차이나 그라이프'가 구체화되면서 양국 간의 의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 차이나 그라이프(China Gripe) : 중국에 대한 여러 불만 사항을 토대로 중국을 죄인 취급하는, 이른 바 중국 몰아세우기 혹은 중국 옥죄기


대체 무엇이 불만인가? 중국에 대한 오해는 미국의 경제 문제와 양국의 판이한 체제(자유 시장 체제와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빚어진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차이나 그라이프라는 왜곡된 태도는 미국 내에 형성된 대중 불만 기류와 중국의 정치와 경제 체제의 결함에 관해 솔직하고도 객관적인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긴 하나, 왜곡된 인식이든 아니든 간에 그 인식이 현실이 되어버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더욱 삐걱거리게 될 것 아니겠는가.


재균형화! 이제 양국의 시급한 과제는 잇단 경제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내는 한편 위기 후의 불균형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겠지. 미국도 그렇지만 중국도 국내 경제의 불균형 심화와 함께 옛 성장 모형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통감하게 된 거야. 해법은 현실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현실 부정은 새로운 불균형과 더 큰 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은 생산자 중심 모형에서 소비자 중심 모형으로, 미국은 과잉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자본적 지출, 인적 자본, 수출 주도형 성장에 초점을 맞춘 성장모형으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말이 쉽지... 특히 미국과 중국처럼 의존 관계로 묶인 국가는 재균형화(불균형 해소 작업)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 변화는 절대로 단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국가든 구조적 변화는 경제적 영역은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새로운 미국과 새로운 중국이 만나기 위해서는 호혜적 관점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져야 할 것이다. 양국이 상대국의 재균형화 혹은 구조적 변화를 또 다른 위협으로 보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걸림돌이 기회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인 거지...


사실 이 책은 철저하게 미국과 중국의 영역에서 기술된 책이라 우리에겐 '강 건너 불' 같은 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월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스티븐 로치 교수의 한 수준 높은 통찰력과 심도 깊은 내공이 잘 어우러진, 아주 고급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이 곧 우리의 전략에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 노다지, 중국의 서비스 산업 부문"은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에게 계속 밀리고 있는 우리 기업에게 화수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깊이 있는 안목에 탄복한 책읽기였다. 물론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개는 기승전결인데 내용이 조금 반복적이고 현란함에 얼른 읽어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건 더 나은 전개를 위한 과정일 뿐이지 복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이만한 안목(통찰력)과 탁견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 않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경영에 관심 없는 독자에겐 조금 지루할지 모르겠으나, 세계경제 특히 G2를 둘러싼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권해 본다. 쉽진 않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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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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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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