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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한 유명한 탤런트가 일본계 대출업체의 광고모델로 기용되었다가 대중의 지탄을 받고 물러섰다.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 거겠지. 그럼 왜 사람들은 제3금융권이라고도 하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하여 차가운 시선을 보낼까? 그건 몇 년 전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악질 사채업자들의 잔혹한 빚 독촉에 인생 자체가 쫑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사채는 인생파멸의 지름길'이라 하는 거고... 신용이 탄탄한 사람들이야 급전이 필요할 때 은행 등에서 저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도저도 없는 서민들은 참 돈 빌리기 어려운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럴 때 TV나 찌라시에서 전화 한통이면 그냥 돈 빌려준다 하니 급한 김에 소액 대출을 받긴 하나 애당초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인생 파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거지...

 

그래도 우리나라는 그나마 대부업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어느 정도 법적 통제가 가능하니 무작정 대부업체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좀 그렇다. 그보다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들에게서 급전을 빌릴 수밖에 없는 극빈층에 대한 사회·법률적 안전망에 대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정부에서도 금융취약 서민계층에 대해 (햇살론과 바꿔드림론 같은)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의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법정최고이자율 인하(금융회사나 등록 대부업자는 연 최고 34.9%까지, 사인私人 간의 일반 금전거래나 신용카드사 등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연 최고 25%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각종 신용회복 지원 (개인회생,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 서민층의 자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정작 금융 취약 서민층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복병이다...

 

이번에 읽은 <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은 상환 능력이 없는 걸 알고도 대출해 주고 높은 이자를 물리는 '약탈적 대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더라. 2006년 노벨 평화상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와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이 수상 했었지. 유누스 박사는 자신이 설립한 그래민 은행을 통해 빈곤을 타파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보여주었는데,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을 대출(Microcredit)해 주면 그 돈을 종자돈으로 자립함으로써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노벨상 받을 당시에 약 600만 명의 빈민들(특히 여성)이 혜택을 받았다고 하는데 천박한 자본주의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혁명적인 빈곤퇴치의 모델로 평가받았었지.

 

매력적인 이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는 그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하게 되는데, 그 좋은 취지를 악용하는 어두운 그림자 또한 노출하게 된다(천민자본주의가 어디 가겠냐). 부자들이 빈민을 착취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거지. 외형적으로는 빈민을 위한 대출, 속을 뒤집어보면 착취였다는 건데, 유 박사도 이 점에 대해 "나는 소액 대출이 또 다른 종류의 고리대금업을 만들어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연 이자율이 100%가 넘었다니 말 그대로 '빈곤을 착취'한 거지... 훌륭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시스템이 부패하는데 일조한 이들 중에는 진짜 부도덕한 악덕사업가 이외에도 능력, 윤리관, 목적의식에서 평판이 훌륭한 조직과 인물들도 있더라는 것을 저자는 이 책에서 증언하고 있다. 

 

원하지 않게 우연히 내부 고발자가 되어버린 저자, 그는 가난한 자를 착취하는 자들에게 대들었다가 두 번이나 해고당한 경험이 있구나. 내부 고발자가 겪는 고난은 우리네 현실에서도 충분히 보이고 있으니... 영화 <인사이더>가 살짝 생각나더라. 저자는 추악한 형태들을 저지르는 자들이 아예 게임에 낄 수 없는 시대, 지금이 새로운 소액 금융 시대로 가는 여명기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부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수익(이윤 창출)에만 관심이 있을 뿐... "30여 년의 소액 금융이 보여준 것은 소액 금융이 마법의 빈곤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421쪽)."는 저자의 결론이 못내 씁쓰레하기만 하다... 불평등과 빈곤은 인간 역사의 숙명적 산물일까? 그 참... 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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