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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강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참 괜찮네. 근래에 읽은 경제·경영 관련 책 중에서 논리 전개의 수준, 종합적 통찰력, 편집기획 면에서 단연 손꼽을 만한 책이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이 정도로 종합적으로 잘 갈무리할 수 있는 학자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겐 분명 그렇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가진 독자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으리란 느낌도 든다. 자본주의의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든 논문 같은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을 간략하게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다이제스트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서문을 보면 "많은 독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을 원했다."라고 출간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이슈에 대해 보편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나 대학 2년차 정도의 교양과정에서 읽는다면 아주 좋은 밑바탕 공부가 되리라 확신한다.


자본주의는 정말 악(Capitalism is Evil)일까?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띤 미국식 자본주의는(나오미 클레인 Naomi Klein은 이를 '카우보이 자본주의', 수전 스트레인지 Susan Strange는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하였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큰 위기에 빠져들면서 자본주의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자본주의의 생명력이 다했다고(Demise of capitalism) 진단하면서 "자본주의란 노동자와 빈곤층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을 의도로 정부와 기업, 금융권, 군부가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클레인)"이라고 하였겠는가. 이후 많은 학자들이 따뜻한 자본주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 등 더욱 강력한 자본주의로 변화해야 한다고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2010년을 전후로 회복·재건 국면에 들어간 미국식 자본주의는 그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변한 것 같지가 않다. 미국인의 삶에 대한 질을 높이는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의견이나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자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자본주의가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경제성장, 혁신,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시스템"이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즉, 공산주의나 파시즘 같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맹점을 검토하여 원인을 밝혀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자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큰 불만 요소인 빈곤, 소득 불평등, 최저임금, 실업, 복지, 사회적 비용, 환경과 성장 등 14개의 분야에 대해 근본적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답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하지만 상당히 보편적이다. 잘 알려진 다른 학자들의 핵심적 주장을 잘 정리한 느낌이지 저자 자신만의 특별한 견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 자본주의의 맹점 14가지(32~33쪽)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에필로그를 보면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별거 아닌 듯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는 사고이다. 옮겨보면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서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335-6쪽)." 결국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거다.

 

14개 분야를 다 요약할 수는 없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득 불평등이 해소돼야 행복이 찾아온다(329쪽)."는 마지막 즈음의 멘트였다. 코틀러는 이런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와 '부의 격차'를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94쪽). 부의 집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사회의 구성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부의 지나친 집중을 막기 위해 상속유산에 대해 더 과중한 세금을 매겨야 한단다. 슈퍼리치들의 항의와 로비가 눈에 선하다. 기업들이 정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 체계도 부의 불평등한 편중을 악화시킨다고 하네. 토마 피케티가 그랬지.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재산에 대해서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고 동시에 고소득에 대해서도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어쨌거나 일단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정한 세금체계(엄격한 세금제도)를 만드는 것이 모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훌륭한 출발점이긴 한가보다.

 

그 다음으로 빈곤의 문제가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우리나라를 두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MB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장 우선' 정책을 내세웠는데, 일명 '트리클다운 trickle-down'이라 하여 파이를 키우면 서민(중산층과 빈곤층)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도 규모는 커져 성공한 듯한데 실상 가계나 개인 소득이 줄어든 거 같다는 거다. 가진 자들은 더욱 잘 살게 되었는데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진 거 같았으니… 여기에 대해 항상 궁금해 했는데, 이런 현상을 요즘은 '트리클업 trickle-up'이라고 한다는 설명이 이 책에 있었다. 즉, 중산층과 빈곤층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각종 부담만 아래쪽으로 넘겨지고 실질적 이득은 부유층이 독식한다는… 이제는 고소득자 1%만의 승자독식 자본주의는 Out!  Out!  Out!!! 이런 맹점에 한마디만 더 밑줄을 긋는다면 "GDP의 증가는 더 이상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58쪽)."는 거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필립 코틀러가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돌이켜보면 결국 "더 나은 자본주의는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더 나아진 따뜻한 자본주의가 전 세계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려 더 나은 삶으로 이끌기를 바라면서 끝맺음을 하고 있다. 하긴~ 자본주의의 역사는 항상 위기를 새로운 혁신과 변화로 이뤄낸 과정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 코들러는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여타 전문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코틀러의 진단과 해법에 의해 삶의 질과 행복이 함께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다. 그러면 정말 좋겠다.
전체적으로 코틀러가 인용한 뛰어난 학자들의 주옥같은 지적 통찰력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가운데, 노학자의 경륜과 혜안이 아주 잘 묻어나는 읽을 만한 책이라 평가한다. 강추!!!

 

○ 짧은 덧붙임
1.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 : Real Solution for a Troubled Economic System by Philip Kotler>이다. 직역하여 제목으로 달기엔 좀 어색어색~ 출판사에서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게(싼마이 티 나지 않게) 제목을 뽑았네.
2. 추천사가 이렇게 느낌 있게 와 닿기는 참 오랜만이다. 주례사적 추천의 범주를 넘어 공감의 경지에 오른 추천사! 마음에 든다.^^
3. 나는 생각한다. 탐욕과 부패, 실업, 빈부 격차와 불평등으로 상징되는 작금의 자본주의 단점을  해결하는 핵심은 '소득 재분배'에 있다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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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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