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가사하라 도모코 지음, 배영진 옮김 / 전나무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당뇨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집안에 당뇨병으로 고생한 사람도 없었고, 내 식습관이 고기를 좋아한다거나 편식한다거나 이런 것도 없고, 운동도 나름 꾸준히 하는지라 그런 병증은 부유해서 게으른(?) 사람들에게나 찾아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직장 정기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A(건강양호)의 경계를 살짝 넘어가는 결과치가 나오더라. 깜놀~. (매일 밤 설탕에 절인 유자차를 먹어서 그런가?)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데, 당뇨로 직장 급식을 하지 못하고 늘상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 한 분의 불편함(음식 조절 때문에 회식 참여도 못한다)이 겹쳐지니 이게 영~ 개운하지가 않다.

 

마음의 걸림이 불편할 즈음 <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약을 꾸준히 먹어도 완치가 어렵다는 당뇨병을, 아니 무슨 특별한 연구가 있었기에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라고 말 할 수 있는 건지... 얼른 이해가 안 되는 제목이지만, 대체의학 연구가 활발한 일본인지라 뭔가 색다른 대안이나 임상자료가 있나 싶어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게다가 출판사에서는 "왜 약을 먹어도 당뇨병이 낫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당뇨병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당뇨약과 체중 감량은 결코 당신을 당뇨병에서 구하지 못한다", "아연으로 당뇨병과의 전쟁을 끝내라!" 등의 카피를 달아놨네. 그 참 궁금증에 불을 붙여라 붙여~.

 

저자 가사하라 도모코(笠原友子)는 약사구먼. 이 분이 여러 이유로 당뇨병에 관심을 가지다가 한 논문_아연 섭취의 중요성 및 현상 - 아연은 왜, 어느 정도 필요한가?_에서 "앞으로는 환자가 아연이 풍부한 식품을 직접 섭취하여 스스로 암, 당뇨병, 골다공증, 피부병 들을 극복하는 성과를 올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문구에 필이 꽂힌다. 그 요지는 "활성이 높은 세포에는 아연이 들어있으며, 아연을 잃은 세포는 활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는 여기서 약을 쓰지 않고 당뇨병을 개선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뭐 특별난 방법이 아니라 당뇨병은 대사가 잘못되어 생기는 질환이므로 "너무 많이 섭취한 음식은 줄이고, 모자라는 영양소는 보충하자"는 것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영양 불균형’이다." 이것이 저자가 당뇨병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요즘처럼 과식의 시대에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만 '포식(飽食) 시대의 영양 부족', 즉 '과식'보다는 '영양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게 이 책의 요체이다. 3대 영양소와 비타민·미네랄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병이 생기므로 이들의 균형을 잡는 일이 당뇨병 치유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데, 당연히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보충하고 과다하게 섭취하는 3대 영양소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반쪽이 비실비실하여 병원에 갔을 때 혈액 및 머리카락 검사 결과 특정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라면서 비타민 및 미네랄 처방을 받아 치료한 적이 있는지라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간이 제 역할을 못해도 당뇨병에 걸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 간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하는데, 이 간의 저장 기능이 혈당을 좌우한다는 거다. 지방간 등으로 저장능력이 떨어지면 남아도는 포도당은 심장에 설탕을 절이는 당화(糖化)현상을 일으켜 온몸의 혈관을 손상시킨다네. 바로 고혈당을 말하는 거지. 그런고로 간의 저장 능력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으로 "뱃속이 비어 있는 상태(공복)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공복 상태에서 식사하려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이겠고... 여하튼 간이 건강하면 당뇨병도 예방되니까 간이 보내는 여러 SOS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주의 깊게 받아들이는 게 건강의 지름길이란다.

 

이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아연'에 접근해 보자. 우리 생명과 관계있는 중요한 호르몬 중의 하나가 인슐린인데, 인슐린의 분비가 저하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남아돌아서 고혈당이 된단다. 이 인슐린의 분비에 꼭 있어야 하는 영양소가 '아연'이라면서 제 3장에서 저자는 "비타민과 미네랄, 그중에서도 ‘아연’은 꼭 챙겨라"고 강조한다. 정리해 보면 "아연이 인슐린을 돕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춘다"는 거다. 또한 당뇨의 3대 합병증인 당뇨병 망막증, 당뇨병 신증, 말초신경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기관인 눈, 신장, 근육, 뼈, 적혈구 등 당뇨병과 관계가 깊은 부위에 대량으로 존재하므로, 3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아연은 꼭 보충해야 한다고(90쪽) 하네.

 

아연이 부족하면 정상적으로 세포를 만들지 못하므로 면역세포의 작용이 저하되고 비정상 세포의 처리도 충분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암과 당뇨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105쪽)

 

아연은 콩과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어패류, 견과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어느 쪽이든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일은 삼가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되는 법! 아연의 과다섭취로 말미암아 미네랄 균형이 깨져서 항산화 효소의 활성 저하, 빈혈, 인슐린 분비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네. 만약 그래도 부족하다면 천연의 영양 보충제가 효과적이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같은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이렇게나 잘 먹는데 영양소 부족(아연 결핍)이라니... 저자는 무엇보다 식품 속 영양소가 줄어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으로도 아연 배출이 많아진다네. 약 복용, 채식주의도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단다.  

 

다시 정리해 보면,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대개 두 가지로, 영양소가 모자라서 인슐린이 작용하지 않거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상태를(체중 변화는 당뇨의 적신호다) 파악한 뒤 그 결과를 기초로 삼아서 생활습관을 개선(혈당다이어트 _ 씹는 횟수만 늘려도 혈당이 내려가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 혈당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단다)하고 부족한 영양소(아연)를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최종 요약이 되겠다.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보니 미국에서는 70여 년 전부터 연구 논문이 나왔고, 우리나라도 근년에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니 허튼 주장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의주장이 당뇨 치료의 금과옥조는 아니겠지만, 하여튼 아연 등의 영양소 결핍은 꼭 당뇨가 아니더라도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뭐든지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다.

 

에필로그 :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이런 대체의학이 얼마나 정통 의료 팩트에 가까운지를 몰라 별 다섯을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처박아 두었던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거다.(일단 있는 캡슐이 떨어질 때까지만...)^^
그리고 이런 류의 일본 책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게 있는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주 공을 들여 책을 편집하고 출간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우리나라의 책들은 독자에게 정성을 다해 뭔가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그저 빨리 출간하여 이름이나 알리고 인세나 챙기겠다는 얄팍함이 더러 보이는 반면에, 일본의 대체의학 관련 책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게 역력히 나타나는 책이 더 많아 보인다. 표절이든 뭐든 급하게 이름을 얻으려고 하면 그 허상의 허명이 결국 제 살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신 모 작자의 표절 시비를 최근에 접하다보니 별스런 마무리를 다하게 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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