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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저녁을 먹어본게 언제였던가? 난 이 책을 보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애썼다. 가장 가깝게는 올해 설날이었던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그 풍경은 너무도 먼 과거가 됐다. 비단 나라는 개인의 극단적인 예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이 커갈수록 한자리에서 가족들 얼굴을 보며 밥먹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 보통의 월급쟁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액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예약한 두 가족이 있다. 형과 동생 그리고 두 여자, 이 두 부부 사이에 있는 서로의 자식들로 인해 모인 두 가족은 힘든 결정을 앞두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잊혀진 줄 알았던 오래된 과거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사건의 발단이 무엇이었는가를 짚어간다. 이 시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은 어디까지 도덕적 잣대로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를 심도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자식들의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모인 두 가족이지만 저녁식사내내 결정적인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한채 이야기는 겉돌고 긴 식사자리는 껄끄러워진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식들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한마디로 자식들의 인생이 결정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 하나 고르기조차 신중할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소설을 읽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지루했다. 긴호흡으로 읽어야하는 소설이었지만 특별한 긴장감이 없는 탓인지 중간 중간 흐름이 끊겼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섬세한 심리묘사와 다루기힘든 부모자식간의 특별한 감정선을 매우 잘 살린 것,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라는 민감한 주제를 잘 풀어간 것 같았다. 지금 한 아이의 부모가 이 책을 읽는다면 파울과 같은 감정이입으로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난 이 책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파울과 아들 미헬의 관계를 보며 어딘지 모르게 일그러진 느낌을 받았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영화 '마더'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도 정신지체로 나오는 아들과 그 아들을 향한 엄마의 집요한 모성애가 둘의 관계를 비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는데 부모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사랑이라고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했더랬다. 부모가 알지 못하는 자식, 자식이 알지 못하는 부모. 지금의 가족들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으면서도 애써 가족이라는 굴레로 인해 타인으로 부터 사회로부터 애써 서로를 끌어안으려 하지 않았나 싶었다. 누구나 자식이었고 부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언젠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한 번쯤 되짚어보게 될 것이고 깊이 사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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