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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2003년초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던 대통령선거일,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아빠와 난 평소 대화없던 부녀사이라 믿기 어려울만큼 격한 논쟁을 할 뻔 했다. 서로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달랐고 전형적인 보수와 진보사이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의 기쁨은 정말 잠깐이었고 노대통령의 집권기간 내내 주변의 보수주의자들에게 많은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 때 보수적인 언론과 방송사때문에 당신의 의중을 의심한 적이 있었다고 이제와 고백하지만, 마음 속에선 언제나 그 분이 꿈꾸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분의 마지막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내게도 그 분만큼이나 희망적이던 진보의 미래가 휘청이던 순간이었다.
 

노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지난 시점에서 격정적인 분노를 잠시 접어두고 이제야 진지하게 그 분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이 책이 내게 왔다. 참여정부에서 노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분들이 당신이 몇 번을 읽고 되짚으셨다는 책 10권을 추렴해 집권기간에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정책이나 정치적 견해를 책의 내용에 대입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10권의 책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100여명의 청중이 11주동안 함께한 강독회의 뜨거운 열기는 노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권력과 자본에 잠식당한 언론에 회의를 느껴 신문이나 방송을 보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는데 나의 지나친 무관심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야기하셨던 것이 깨어 있는 시민, 그것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시민이 아닌 조직화된 힘입니다. 시민들이 조직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중략) 조직하지 않은 깨어 있는 시민은 허구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조직하지 않은 시민은 자칫 잘못하면 악의 편이 될 수 있습니다.    -p.98



10권의 책 중 사실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작가가 쓴 책임에도 우리 사회의 현상과 비교해 설명해주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해설은 참 쉽게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공부하는 대통령이라는 호칭대로 그 분이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으로 국민들에게 몸소 보여주려 했다는 교수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끝내 그 분의 진심을 제대로 봐주지 못한 채 떠나보냈구나하는 아쉬움이 들게 했다. 


특히 10권의 책 중 인상깊게 다가왔던 책은 국가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산업정책보다 사회정책에 힘을 실어야 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되야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과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진보가 제대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 말하는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세계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절대빈곤층을 위해 원조해줌으로서 2025년 세계에서 절대빈곤을 몰아내야한다는 평화주의적 접근과 양극화로 나타난 한국의 상대빈곤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진정한 리더는 얼마만큼의 공적인 가치를 추구했느냐로 역사가 평가하게 된다는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회의적 사고로 모든 현상을 의심함으로서 언론의 왜곡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한다는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는 깊은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


노대통령도 당신 책을 쓰면서 이 책을 무척 중요하게 보셨고,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바로 국가의 문제라고 보셨습니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가란 바로 증세를 해서라도 국민들을 먹고 살게 해주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며 어디 가서 비겁하게 살지 않도록 하는 존재입니다.   -p.87


그리고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문제로 자리잡은 양극화 현상이나 지역주의, 오랫동안 천착하셨던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복지문제,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에 대한 고뇌는 언론에서 비꼬고 왜곡했던 것과 달리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해결하려 노력하셨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고백은 그 분에게 가졌던 그동안의 불신을 허물어버렸다. 국민들의 빈곤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생행보보다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쇼를 통해 국민을 속이지 않겠다는 철학을 가진 그 분의 생각을 몰라주었던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강의자에게 반론을 제기했고, 노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들에 의심을 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노대통령을 위시한 편향된 판단과 설득만 존재할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잘한 부분은 칭찬하며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진보와 민주주의의 올바른 가치, 그리고 진보의 미래를 이야기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안전한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품격이 있는 사회가 바로 진보가 추구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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