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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ㅣ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꽤 독특한 오컬트 장르의 미스터리한 일본
공포 소설인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을 펴낸, 일본 호러 엔터테인먼트의
대가인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 『예언의 섬 』 장편 소설을
아직 열기가 가득한 늦여름 새롭게 만나 보았다.
저자의 전작들도 꽤 흥미로운 전개였는데, 단순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숨겨진 심리와 사람에게 내리는 저주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과 연결하면서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일본 소설 예언의 섬 역시,
저자의 전작들처럼 오랜 토착 신앙과 저주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을 건드리는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기존 작품들도 그렇듯이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에는,
여타 유사 일본 호러 소설들에서 주로 소재로 삼았던
전통 민간 설화나 우리가 지키지 못한 금기로 인한 보복성
저주가 발현되는 초자연 현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민낯을 고발하는 사회적 이슈들도 하나씩
내세우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꽤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소설 장르였다.
이번 신작은 전편들 보다 조금 더 미스터리한 스릴러
장르 소설로, 괴물 같은 불편하거나 기괴한 장면은
거의 없이 훨씬 더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이어졌다.
우리 영화 중에서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곡성>이나, 웹툰 <이끼>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야기였다. 특히나 섬이라는 폐쇄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책의 마지막 한 장까지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텐션을 끊임없이 유지하게 만들었다.
예언의 섬 프롤로그에는 20여 년 전 사람들의
심령사진을 분석해 주고, 영혼을 달래지기도 했던
과거 유명한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가 등장한다.
작은 섬마을에 TV 방송 제작팀과 촬영을 나온
그녀는, 강력한 원령이 섬을 지배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불운이 닥치고 결국 죽음도 피할 수
없다는 암시를 주면서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중략)...
노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섬에는 원령이
있다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도 원령의 저주로 인해
제명대로 못 살고 일찍 죽은 거지. 섬사람 중에도
여기저기가 아프고 시름시름 앓는 분이 있을 거요."
_P. 15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에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세 명의 친구들이, 한때 잡지며 방송 출연을
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본인도 저주에
사로잡혀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영능력자가
지목했던 바로 그 예언의 섬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어린 시절 직접 심령사진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잡지사로 보내서 자문을 받기도 할 정도로,
꽤 몰두했던 심령 상담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녀의
예언이 과연 실현될 것인지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미 성인이 된 친구들이지만, 직장에서
가스라이팅으로 힘겨운 생활에 지쳐서 자살까지
맘을 먹기도 했던 소사쿠는 고향에서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친구들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았다.
지금 우리 도시 생활을 하는 현실에서는 저주나
미신과 같은 통속적인 괴담은 꽤나 먼 이야기 같다.
오히려 도시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문명과
물질의 이기가 만들어내는 군중 속의 고독의 공포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 궁극의 호러 스토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벽에 갇힌 채 지내는
우리의 뿌리 속에는, 자연을 경외시하면서 때로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재해나 사고를 접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않나 싶다.
더구나 세상 문명과 담쌓고 자기만의 고유한
신앙과 믿음을 지니고 있는 토속적인 그룹이라면,
그들이 믿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대상은 감히 누가
부정을 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22년 전 미래를 예언하는 영능력자가 TV 촬영차
제작진들과 함께 찾아갔던 '무쿠이 섬'에서
원령의 저주라며 쓰러진 후, 집에 돌아왔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2 년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20년 후에
그 섬에서 원령의 저주로 인해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던 과거 예언의 섬을 찾아서,
세 친구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배에
몸을 싣는데, 그들 외에 또 묘한 분위기의 승객들도
동승하면서 앞으로 닥쳐올 사건들을 함께 하게 된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같은 경우, 그가 예견한 미래의 사건들이
상당 부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도 하면서
가장 많이 신뢰하는 예언서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회의적인 시선들도 정말 많은데,
명확하고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라 애매하게 표현된
시적 표현들은 사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입해서
억지로 맞추어 보는 '바넘 효과'에 그치지 않는가 싶다.
아마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기에
그렇게 쉽게 믿음을 가지게 되고, 나약한 인간들은
종교 혹은 민속 신앙의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을 덜어놓으면서 그 짐을 덜어놓곤 했다.
그렇기에 저주를 내리는 악령이나 원한을 지닌
원령을 달래주고 화를 면하고자 하는 원시적인 믿음은
지금 우리의 마음 한편 깊은 곳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어쩌면 징크스라고 말하는 것들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미신 행위의 작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는 '무쿠이 섬'에 도착한
친구들은 예언을 전혀 믿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보고자 호기스럽게
그 심판의 날에 섬에서 하룻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배에 함께 동승했던 묘령의 한 여인 역시 섬 주민이
아니라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예언의 시를 따라서
섬을 찾았지만, 그녀는 정반대로 영험했던 영능력자
우쓰기의 추종자로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관측하고자
하는 목적이었고 나름 영기를 볼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또 뒤늦게 배에 오른 배낭을 멘 체구가 작은
여성도 급하게 섬을 찾는 의도가 수상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섬 주민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숙소도
찾지 못하다가, 몇 년 전 외지인 부부가 섬에
들어와서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 겨우 묵게 된다.
섬에서는 이제 곧 원령이 내려 오기 때문에
손님을 받지 못한다는 관습 때문이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 모두 수상스럽기만 했다.
각 방마다 기괴한 형태의 갯지렁이를 형상화한
'깜장벌레'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있었는데,
그러면 원령이 오지 않고 지나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운명의 밤이 다가오면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은 점점 현실성을 잃어가면서
과연 히키타 원령의 저주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와무라 이치의 이번 신작 예언의 섬 장편 소설
이전의 몇몇 작품들을 읽어 보았을 때에는,
기괴한 혼령과 괴물의 모습을 상당히 구체화한 형태
묘사들이 많았기에 일본 전통적인 호러 스토리의
양상과 비슷한 구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원령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을 한 스토리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서운 악령 존재와 대결하면서 겪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후를
찾아가는 추리 소설 같은 전개가 훨씬 강했다.
마지막까지 의문의 사건들에 대해서 궁금한
그 의문점의 해답을 찾아가면서, 손을 놓을 수 없이
흥미롭게 읽었던 미스터리 일본 소설이었다.
...(중략)...
아소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를 쳤다.
'물론 원령 같은 건 없습니다.'
후루하타의 외침도 떠올랐다.
'원령의 소행이야', '히키타 원령의 저주라고!'
하루오의 목소리도, '시골에선 그런 일이 흔하죠.'
사치카의 문자 메시지도, '도망쳐 원령.'
_P. 243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이며, 섬마을 사람들이
차마 말을 못 하는 그 존재의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