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PD가 간다 - 살면서 꼭 한번 가봐야 하는 국내 여행지 238
이PD.원은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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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았던 여행지들을 보기 편하게 정리해두어서, 언제라도 바로 떠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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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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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범죄 미스터리 

신작은 이미 출간 전에 영상화와 웹툰 계약까지 

되었기에 꽤 흥미로운 구성의 범죄 스릴러였다.

이 작품 이전에 [죽음의 꽃] 역시 비슷한 스릴러로 

저자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듯싶다.

최근 국내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장르 문학에 

도전하고 있어서 신선한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호기심으로 시작한 완벽한 살인을 위한 

기술을 연구했던 종혁은 결국 그의 첫 범죄를 

저지르고는 세상에 묻혀두고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인 기술만 탐닉하고 

몸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였기에,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면서 근근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었지만 과거의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청부 살인을 하게 되는 살인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금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완벽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정이 조금은 현실감이 없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 사건에 대한 내용보다는 

주인공의 완벽한 살인 계획과 그의 능력을 누군가를 

제거하는 킬러로 이용하는 사회의 어두운 세력에 대한 

문제들을 부각시키는데 주목을 하고 있는 듯했다.

요즈음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법에 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촉법소년 나이에 대해서도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고, 실제로도 어린 학생들이 

그러한 법의 맹점을 무기 삼아서 전혀 죄책감 없이 

중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도 많이 보도되고 있다.

사실 어린 중학생 소년이 살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첫 이야기 역시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점점 법에 무감각해지는 어린 학생들의 풍토에 비추어 

어느 정도 그런 살인마의 탄생이 가능할 법한 소재였다.


그런데 정말 완벽한 살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한 달 정도 긴 시간 동안 대상자를 연구하고 동선이며 

주변 CCTV 등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도 살펴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어떠한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전혀 어떠한 당시 상황의 묘사나 전개가 없이, 

그저 '그를 죽였다! 실수는 없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완벽했다!'라고 글 한 줄로 마무리해버렸다.

물론 그가 벌이는 살인 행각이 궁금한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그의 노력과 

그 안에 느껴지는 긴장감과 같은 연결 요소는 하나도 

없이 그저 한 줄로 '완벽했다!'라고 강요하는 문장은 

살짝 말도 안 되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그저 독자에게 

알아서 상상에 맡긴다는 식의 무책임한 전개였다.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본문에는 여러 명의 

대상자들을 흔적 없이 살인한다는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꽤 모순되는 부분이고 그에 대한 어떠한 

해답도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에, 완벽하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독백에 비해서 너무 엉성하기만한 

전개라서 범죄 스릴러로 보기에 무척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주인공의 범죄 행각보다는, 그렇게 살인마가 

되어 버린 그를 도구처럼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큰 손들 과의 검은 커넥션과, 누가 누구를 

믿어야 하고 생존을 위한 선택의 순간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에 관한 내용이 더해지면서 장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정계의 파워 게임에까지 이용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누구 하나 세상에서 사라져도 그렇게 

손쉽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묻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권력의 힘은 

어쩌면 일개 살인마보다도 더 한 악마가 아닐까 싶다.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기본 설정과 전개는 

개인적으로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느껴져서 

아쉽기는 했지만, 자신의 탐욕을 위해 벌이는 범법과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사회 문제를 던지면서 

흥미로운 소재를 보여주었기에, 영상과 웹툰 등 

미디어 매체로 전환되면서 또 새로운 살이 붙어가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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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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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0년대 명동 최고의 중국요리집이었던 

'건담'의 화교 출신 요리사 주인공 두위광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식당 식구들이 

그려내는 사람 사는 이야기인 소설 건담 싸부

한 때는 청와대 높으신 양반들이 줄 서서 찾던 

명동 최고의 유명한 청요리집이었지만, 

군사 독재 시절 고집불통 주인장의 독선으로 문을 

닫게 되었고, 다시 오픈했지만 늘 사고가 끊이지 

않는 중국집의 버라이어티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담 싸부는 드라마 <고씨 가족 갱생기> 

김자령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로 

사람 사는 모습이 맛깔나게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마치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면서 서로에게 

얽히고설킨 오해와 감정의 끈을 풀어가는 

이 작품 역시 드라마로 제작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우직하게 한 길을 가는 명장다운 주인공과 

독설과 아집을 무장하고 있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따르는 주방 동료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를 배신하고 가게 바로 앞에 

또 다른 중국요리집을 세워 놓은 한때의 수제자 등 

각 주요 인물들의 설정과 배경이 넘 재미있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도 

서문에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집 주방의 업무와 직급에 따른 

호칭, 한자어로 된 화교 용어들도 소개를 

해두었기에 낯선 중국요리 재료와 내용을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센스 있는 배려였다.

오롯이 음식에 대한 열정만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도 뜨겁게 먹어야 맛이 있다며, 

손님의 손을 짜장에 찔러 넣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 주인공과 미슐랭 화려한 별을 받으면서 

또 다른 희망에 꿈꾸는 직원들. 활활 불타오르는 

거센 불길의 주방에서 커다란 웍에서 빠르게 

조리가 되는 중국요리처럼 빠른 전개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버무려졌다.

...(중략),,,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이러고 계신 거잖아요!!"아··· 터질게 

터진다. 지금 터진다. 활화산이 결국 

폭발한다."실력이 암만 좋으면 뭐해요? 

옛날에 잘 나갔던 거, 그거 다 뭐하냐구요! 

아무도 모르는데. 안 억울하세요? 

곡씨반점, 망할 놈에 곡씨가··· ."

_P. 110


건담 싸부 책의 제목처럼 식당의 이름이 

만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의 명칭인 줄 알았는데, 

1949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격전 속에서 

고향을 떠나 한국인 어머니와 결혼을 한 아버지가 

주인공 두위광에게 중국어 발음으로는 

'찌엔딴(健啖건담)'으로 평생 배곯지 말고 실컷 먹고 

살라는 의미로 이름을 새로 지어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중국집에서 기거하면서 중식 요리를 배워가며 

70 평생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중국 냉면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 그에게 어떠한 과거의 

역사가 있는지, 또 궁금한 비밀도 하나둘씩 펼쳐지는 

사건들 속에서 조금씩 열리는 스토리 연결이었다.



전설로 남을 만큼 유명한 청요리집이었지만, 

조금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 방법과 음식에 

대한 철학은 그의 고집과 함께 꺾이지 않았다. 

40년을 한결같이 아침마다 문사두부를 

공들여 만들면서 일과를 시작했고, 요리에는 

진심을 다해서 영혼을 갈아 담는 건담 싸부였다.

탕수육은 소스를 끼얹어서 나오는 요리가 

정통이라면서, 찍먹을 요구하는 손님들에게는 

악다구니를 퍼부을 정도로 정도를 벗어나는 

요리 방법을 못 견뎌 하면서, 따뜻할 때 요리를 

대접해야 한다는 신념 또한 철저해서 그의 주방 

식구들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내어주는 별은 정말로 

공짜였지만, 사실 주인공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듯싶었다. 그 별이 주는 무게 속에서 

조금씩 불앞에 서는 게 힘들어지는 그의 문제 와 

세상에 알려진 그 유명세에 따르는 문제들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기에 풍전등화 같은 운명이었다.

건담 청식당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신입 20대 도본경, 그리고 역시 20대의 김나희도 

지난 과거의 스토리는 베일에 싸여 있는 체 튀김과 

후식 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주방 식구였다.

그렇게 규모가 큰 매장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달인 명성에 걸맞을 정도로 요리에 진심이기에, 

동네 단골들과 입소문을 통해서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는 

꼭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곤 했고, 

이삿집에서는 열심히 짐을 나르다가 배달로 

받아먹는 중국요리만큼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그만큼 서민들의 추억과 같이 해온 중식당이었는데 

그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오는 요리사들은 

추억을 만들어내는 마술사와도 같은 생각이 

든다. 건담 식당을 이끌고 있는 화교 역시 우리 

역사 속에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특별한 인물이기에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의 전통과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도전에 방황하면서 어렵게 적응하기 위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세상을 풍미했던 유명한 청식당이 

한순간에 외부의 압력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내부의 어쩔 수 없는 

사건들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흔들리는 식당의 

운명 속에서 건담 싸부는 그의 소신과 식당의 

운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롭게 그려졌다.

...(중략)...

그렇게 매일, 매요리를 되풀이하며 익힌 요리법은 

위광의 육체와 하나가 되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대료 요리했다. 손이 저울이었고 

눈이 온도계였다. 새로운 것은 필요 없었기에 

변화도 필요치 않았다. 그는 기도하듯 재료를 

중얼거렸고 그분을 만나러 가는 수도승의 

경건함으로 가게를 향했다. 오직 요리만 생각하며 

평생 요리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_P. 25

20년 넘게 화교 요리사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는 대기업 출신의 고창모 매니저를 

비롯해서, 요리라면 잔뼈가 굵은 주원신 실장도 

비가 새는 허름한 청식당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그들의 중심축인 위광이 

맛과 향을 잃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요리를 못하는 요리사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의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들은 궁금하기만 했다.

건담 싸부 이야기 속에서는 우직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주인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어렵게 노력하는 청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리에 눌어붙은 가장의 이야기, 

부모와 자식 간에 풀지 못한 오랜 앙금의 씨앗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도 담고 있었다.

중식에서 말하는 냉한 면요리는 우리와 개념이 

다르다. 한여름에도 찬물을 마다하는 중국인들에게 

차가운 면요리란 찬물에 한 번 헹궈 먹는 정도로, 

따뜻하지 않다는 말과 맥이 닿아있다. 살얼음이 

깔리고 덩어리째 얼음이 떠다니는 우리의 

냉면 요리가 그들에게는 괴식과 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짜장면처럼 원형을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한국식으로 재탄생한 

냉면 요리가 중화냉면, 혹은 중국식 냉면이다.

_P. 57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짜장면 한 그릇 가격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중국에는 없는 중국요리의 

독특하고 새로운 변화는 우리가 세상에서 

탈피하며 이끌어온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와 화해의 의미도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주말 드라마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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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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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작가 

요른 릴의 대표작 중 [북극 허풍담 5 : 휴가]를 

읽어 보았다. 덴마크에서만 25만 부 판매를 한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 15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었다.

실제로 저자는 16년을 북극 그린란드에서 지내었고, 

지구 곳곳을 여행하면서 탐험을 즐겼다고 한다.

이 소설 역시 저자가 실제 북극에 매력에 빠져서 

현지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유쾌한 시리즈로 제작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알려지면서 

가장 사랑받는 덴마크 대표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북극 허풍담 5 : 휴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요른 릴이 사람과의 만남도 어렵고 여자를 만나기는 

로또 맞는 수준으로 힘겹고 척박한 북극의 삶에서 

그러한 자연과 동화된 삶조차 즐겁게 유머로 

승화해서 즐기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5번째 연작으로, 고립된 북극에서 작은 

일상의 소소한 하나의 사건으로도 웃음을 주고 

문명의 삶과는 다른 자연의 신비로움도 살짝 과장된 

그의 재담은 마치 할아버지의 무용담처럼 풀어내고 있다.

북극 시트콤 연작이라는 표제어처럼, 각 이야기들은 

정말 그들의 과거가 실제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허풍 가득한 인물들이 번갈아가면서 저마다의 무용담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끌어가고 있는 짧은 단편 전개 방식이다.

"할보르라는 사람이 정말로 동료를 잡아먹었어?"

페데르센은 북극 연안에서 온 지 

2년밖에 안 되어서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응, 가죽이랑 털까지 싹." 매스 매슨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장례를 치를 뼈도 모자랄 지경이었지. 

할보르는 식욕이 엄청나게 좋거든. 하지만 밸프레드의 

말이 옳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질러. 그러니까 

실수로 동료를 먹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돼. 더군다나 내 기억으로는 아무도 할보르를 

싫어하지 않았어. 닐스 노인이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바랐던 만큼이나 우리 모두 할보르를 좋아했어."

_P. 25

사람을 실수로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털어놓으면서 수긍하는 그들은 과연 얼마나 엽기적인 

살인마일까라고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하늘 

끝까지 부풀어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17 대 1로 싸웠다는 둥. 군대에서는 

초특급 일등 사수였다는 식의 우리나라 남자들의 

허풍들이 너무 귀엽고 애교 어린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북극 허풍담 5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속지에는, 

그린란드에 살고 있는 주요 인물들의 위치와 

주요 장소를 표기해두고 있다. 정말 그들끼리도 서로 

만나기 위해서는 얼음을 가로지르면서 눈앞을 가르는 

눈보라를 헤쳐야만 다른 지역에 도착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게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이동을 해온 그들에게 

그 여정은 정말 엄청난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 내고, 

동료들에게 풀어놓은 무용담에는 점점 더 살이 붙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질 듯싶다.



5번째 이번 시리즈인 부제 휴가에서는, 

고립되어 있는 사냥꾼들의 삶 속에서 꿈에 그리던 

여인과의 결혼도 꿈꾸어 보고 남쪽으로 떠나는 여정도 

그려보면서 일탈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북극에서 서로를 위해주는 동료들의 

배려와 자유로운 세상에서 펼쳐지는 일상이 즐겁기만 하다.

이야기 목차로는, '놀라움', '할보르', '파이프', 

'목축업의 개척자들', '휴가', '할보르와 그림자', 

'중위의 딱한 처지', '화해', '닐스 노인', '피오르두르의 

진정한 열정', '과거의 그림자', '안톤의 재능', 

'마시 마 킨 마훈', '낭가', '갈매기' 등 15개 에피소드의 

짧은 단편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각 에피소드 제목 아래에는 짧게 이야기의 요약처럼 

저자가 적어놓은 문구들 마저도, 장난스럽고 

거침없이 던지는 어투는 오히려 친근하기만 했다.

'파이프'라는 제목의 짧은 이야기의 배경에는, 

기지의 대장이었던 매리 매슨은 담배 파이프와 

쌍안경을 가지고 동료인 검은 머리 빌리암과 

특별한 문제 없이 서로 잘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물자가 귀한 북극에서는 그들이 가진 하나의 

생필품마저도 사치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다가 담배 파이프를 잃어버린 매리 매슨은 

빌리암에게 담배 파이프를 빌려서 피우고 싶어서 

그의 소중한 쌍안경도 포기하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면서, 그동안 무시당했던 빌리암은 

오히려 역전된 상황에 그를 놀려 먹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찰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의 유치한 

상황들이 이어지는 북극 허풍담 이야기였지만, 

오히려 그만큼 순수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함께 공유하고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는 근원적인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다.

작은 썰매에 생필품을 싣고 썰매를 타고서 

눈보라를 헤치면서 옛 사냥터로 돌아온 할보르 

앞에 나타난 닐스 노인의 그림자 유령이, 

그를 잡아먹은 동료를 위해서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피소드에서도 

끈끈한 동료애에 대한 강한 의미도 전달하고 있었다.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삽화들의 그림체도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잔잔하면서도 살포시 웃음 짓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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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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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독특한 오컬트 장르의 미스터리한 일본 

공포 소설인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을 펴낸, 일본 호러 엔터테인먼트의 

대가인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 『예언의 섬 』 장편 소설을 

아직 열기가 가득한 늦여름 새롭게 만나 보았다.

저자의 전작들도 꽤 흥미로운 전개였는데, 단순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숨겨진 심리와 사람에게 내리는 저주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과 연결하면서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일본 소설 예언의 섬 역시, 

저자의 전작들처럼 오랜 토착 신앙과 저주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을 건드리는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기존 작품들도 그렇듯이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에는, 

여타 유사 일본 호러 소설들에서 주로 소재로 삼았던 

전통 민간 설화나 우리가 지키지 못한 금기로 인한 보복성 

저주가 발현되는 초자연 현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민낯을 고발하는 사회적 이슈들도 하나씩 

내세우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꽤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소설 장르였다.


이번 신작은 전편들 보다 조금 더 미스터리한 스릴러 

장르 소설로, 괴물 같은 불편하거나 기괴한 장면은 

거의 없이 훨씬 더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이어졌다.

우리 영화 중에서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곡성>이나, 웹툰 <이끼>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야기였다. 특히나 섬이라는 폐쇄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책의 마지막 한 장까지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텐션을 끊임없이 유지하게 만들었다.

예언의 섬 프롤로그에는 20여 년 전 사람들의 

심령사진을 분석해 주고, 영혼을 달래지기도 했던 

과거 유명한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가 등장한다.

작은 섬마을에 TV 방송 제작팀과 촬영을 나온 

그녀는, 강력한 원령이 섬을 지배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불운이 닥치고 결국 죽음도 피할 수 

없다는 암시를 주면서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중략)...

노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섬에는 원령이 

있다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도 원령의 저주로 인해 

제명대로 못 살고 일찍 죽은 거지. 섬사람 중에도 

여기저기가 아프고 시름시름 앓는 분이 있을 거요."

_P. 15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에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세 명의 친구들이, 한때 잡지며 방송 출연을 

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본인도 저주에 

사로잡혀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영능력자가 

지목했던 바로 그 예언의 섬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어린 시절 직접 심령사진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잡지사로 보내서 자문을 받기도 할 정도로, 

꽤 몰두했던 심령 상담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녀의 

예언이 과연 실현될 것인지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미 성인이 된 친구들이지만, 직장에서 

가스라이팅으로 힘겨운 생활에 지쳐서 자살까지 

맘을 먹기도 했던 소사쿠는 고향에서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친구들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았다.

지금 우리 도시 생활을 하는 현실에서는 저주나 

미신과 같은 통속적인 괴담은 꽤나 먼 이야기 같다. 

오히려 도시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문명과 

물질의 이기가 만들어내는 군중 속의 고독의 공포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 궁극의 호러 스토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벽에 갇힌 채 지내는 

우리의 뿌리 속에는, 자연을 경외시하면서 때로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재해나 사고를 접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않나 싶다.

더구나 세상 문명과 담쌓고 자기만의 고유한 

신앙과 믿음을 지니고 있는 토속적인 그룹이라면, 

그들이 믿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대상은 감히 누가 

부정을 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22년 전 미래를 예언하는 영능력자가 TV 촬영차 

제작진들과 함께 찾아갔던 '무쿠이 섬'에서 

원령의 저주라며 쓰러진 후, 집에 돌아왔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2 년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20년 후에 

그 섬에서 원령의 저주로 인해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던 과거 예언의 섬을 찾아서, 

세 친구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배에 

몸을 싣는데, 그들 외에 또 묘한 분위기의 승객들도 

동승하면서 앞으로 닥쳐올 사건들을 함께 하게 된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같은 경우, 그가 예견한 미래의 사건들이 

상당 부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도 하면서 

가장 많이 신뢰하는 예언서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회의적인 시선들도 정말 많은데, 

명확하고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라 애매하게 표현된 

시적 표현들은 사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입해서 

억지로 맞추어 보는 '바넘 효과'에 그치지 않는가 싶다.

아마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기에 

그렇게 쉽게 믿음을 가지게 되고, 나약한 인간들은 

종교 혹은 민속 신앙의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을 덜어놓으면서 그 짐을 덜어놓곤 했다.

그렇기에 저주를 내리는 악령이나 원한을 지닌 

원령을 달래주고 화를 면하고자 하는 원시적인 믿음은 

지금 우리의 마음 한편 깊은 곳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어쩌면 징크스라고 말하는 것들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미신 행위의 작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는 '무쿠이 섬'에 도착한 

친구들은 예언을 전혀 믿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보고자 호기스럽게 

그 심판의 날에 섬에서 하룻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배에 함께 동승했던 묘령의 한 여인 역시 섬 주민이 

아니라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예언의 시를 따라서 

섬을 찾았지만, 그녀는 정반대로 영험했던 영능력자 

우쓰기의 추종자로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관측하고자 

하는 목적이었고 나름 영기를 볼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또 뒤늦게 배에 오른 배낭을 멘 체구가 작은 

여성도 급하게 섬을 찾는 의도가 수상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섬 주민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숙소도 

찾지 못하다가, 몇 년 전 외지인 부부가 섬에 

들어와서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 겨우 묵게 된다.

섬에서는 이제 곧 원령이 내려 오기 때문에 

손님을 받지 못한다는 관습 때문이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 모두 수상스럽기만 했다.

각 방마다 기괴한 형태의 갯지렁이를 형상화한 

'깜장벌레'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있었는데, 

그러면 원령이 오지 않고 지나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운명의 밤이 다가오면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은 점점 현실성을 잃어가면서 

과연 히키타 원령의 저주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와무라 이치의 이번 신작 예언의 섬 장편 소설 

이전의 몇몇 작품들을 읽어 보았을 때에는, 

기괴한 혼령과 괴물의 모습을 상당히 구체화한 형태 

묘사들이 많았기에 일본 전통적인 호러 스토리의 

양상과 비슷한 구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원령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을 한 스토리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서운 악령 존재와 대결하면서 겪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후를 

찾아가는 추리 소설 같은 전개가 훨씬 강했다.

마지막까지 의문의 사건들에 대해서 궁금한 

그 의문점의 해답을 찾아가면서, 손을 놓을 수 없이 

흥미롭게 읽었던 미스터리 일본 소설이었다.

...(중략)...

아소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를 쳤다. 

'물론 원령 같은 건 없습니다.' 

후루하타의 외침도 떠올랐다. 

'원령의 소행이야', '히키타 원령의 저주라고!'

하루오의 목소리도, '시골에선 그런 일이 흔하죠.'

사치카의 문자 메시지도, '도망쳐 원령.'

_P. 243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이며, 섬마을 사람들이 

차마 말을 못 하는 그 존재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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