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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공지영 작가가 소설 <도가니>를 쓰게 된 결정적 이유는 신문에 난 기사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도대체 왜 울부짖었을까 라는 의문이 그 사건을 조사하게 했고 드디어는 소설로 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몇 번이고 이야기주머니를 싹 비워낸 작가들이 다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란 매번 새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야기사냥을 했던 것일까.

이 책은 소설이 되기 위해 작가의 눈 앞에 번개처럼 내려앉던 한 문장, 혹은 풍경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의 현장에서 건져올린 소설들의 배경이다.

공통적인 것은 그들이 뱉어내는 판타지나 상상은 자신들의 과거에서 자극받은 사실과 풍경들의 ‘새로운 회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50여편의 빛나는 사례들이 있다.

 

번쩍 스치는 황홀한 순간

 

예술가의 이름에 걸맞게 번쩍 스치는 황홀한 순간으로 다가오는 소설들이 있다.

잠결에서 본 여인의 팔꿈치가 번져서 만들어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빽빽하게 쓰인 시험지 꾸러미에서 백지를 발견한 신선한 충격이 안겨준 톨킨의 <호빗>

여행사의 신문광고에서 힌트를 얻어 쓴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운전을 하다가 계시처럼 내려 온 한 문장으로 시작된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

강렬한 창작의 공기가 그들을 감쌀 때 그들은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고 단단하게 문장 속에 가두고 끌어내며 불후의 명작들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침대머리맡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지어내듯 급조된 모험이야기들이 <오즈의 마법사><위니 더 푸우><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피터 래빗 이야기> 등과 같이 유명한 동화로 탄생이 된다. 창작의 고갈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실마리를 얻게 된 어빙의 <립 밴 윙클> 이나 가난한 교사로써 학생들을 실험하듯 써내려간 <파리 대왕>은 어려움 가운데서 탄생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이다.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

 

무엇보다 관심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을 주인공을 통해 녹여내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이루어지기를 바랬던 사랑이 성공하지 못한 그녀의 바람과 아쉬움이 녹아있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의사였던 코난 도일이 은사인 벨박사를 왓슨으로 변신시킨 <셜록 홈즈>는 또 얼마나 유니크한가. <델러웨이 부인>과 <노인과 바다> 또한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을 보면 모든 순간들이 작가들의 소설 속에서 재탄생하기 위해 대기를 떠다닌다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외에도 어둠 속 저편, 영감이 떠오르다에서는 자신들이 겪었던 시련 가운데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짜낸 소설들을 소개한다. 실제로 4년 동안 읽고 시베리아의 감옥에 갇혀서 읽고 쓰는 것이 금지된 상태에서 톨스토이는 <죄와 벌>을 구상했고 범죄학자가 집필한 범뵈사건 사례집에서 발췌되어 소설이 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흥미를 끈다. 또한, 어른들의 청소년소설을 거부하고 열다섯 살의 나이에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빈민가의 불량배집단 이야기를 써낸 힌튼의 <아웃사이더>가 소개된다. 더군다나 힌튼의 고등학교 1학년 글쓰기 성적은 'D'였다니 여기서 오묘한 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영감을 찾아 떠난 위대한 여정 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어떤 소설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바로 <어린 왕자>가 있고 <제인 에어>, <모비 딕>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현장이 곧 이야기이다 에서는 변호사로서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기자가 되어 법정 기자로 활약을 하고, 후에는 프랑스 극장가에 관한 기사를 다룬 가스통 르루가 있었으니 이쯤되면 이제는 그 사람의 작품을 설명없이도 알아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 되겠다.

그렇다면 20대 중반에 보훈병원의 정신병동에서 야간근무조로 일하면서 환각제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소설은?

바로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퀴즈 문제에 대한 소스로도 너무 훌륭하게 느껴진다.

아쉬우니까 하나 더!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하던 작가가 문득 방안에 있던 서랍장에 서랍마다 표시되어있던 알파벳을 읽는다. 그러다가 맨마지막칸에 붙은 ‘O - Z' 라는 글자를 읊조리다가 지어진 소설의 제목은?

(흠, 수수께끼책에서처럼 답을 거꾸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정답은 오즈의 마법사, 딩동댕!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것보다는 자신이 읽었던 책이나 평소 읽고 싶어하던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좋겠다. 이리저리 팔랑거리며 왔다갔다하다보면 어느 새 끝이 나있다.

여담처럼 알게되는 배경지식이 책읽기에 흥미를 더해주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이러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했대 라고 한마디 덧붙여 말할 수 있다면 아, 이것은 얼마나 뽀대나는 독서인가.

 

<오즈의 마법사> 제목이 지어지는 부분을 읽다가 나도 사방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왼쪽에는 와인라벨 ‘몬테스 알파’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뽕잎환’이 보인다.

프랭크 바움식으로 미지의 책제목을 지어보자니 <몬뽕의 아이들><테뽕의 언덕><스뽕의 전설>따위가 만들어진다.

흠, 뭐 별로 건질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한 단어에 얽힌 우연이라도 그것은 준비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필연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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