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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죽인 형사 ㅣ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홍지로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흉악범죄 발생률이 낮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두 건의 연속 살인이 발생한다. 금방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 와중에 현금수송차량이 습격당해 보안요원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별개의 사건인 줄만 알았던 이 범죄들이 연관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사건은 점차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수사의 지휘자가 '벡스트룀'이라는 것!
안티히어로적 주인공. 단어만 들었을 때는 어떤 인물인지 단번에 느낌이 오진 않는다. 그렇다면 '비호감'이란 단어는 어떨까. <용을 죽인 형사>는 저자 레이프 페르손의 전작 <린다 살인사건의 린다>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로,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란 인물을 이번 권으로 처음 접한 나로서는 아무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한마디로 '얘
왜이래?'였다. 세상의 모든 상스러움이 합해져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벡스트룀이 아닐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정의롭고 헌신적인 주인공은 없다. 그의 머리 속엔 온갖 차별적 시선으로 가득하며 제일 열심히 궁리하는 것은 사건수사가 아닌 한시라도 빨리 퇴근해서 술집에 가는 것과 여자와 뒹구는 것뿐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사회화된 인물답게 좀 모자를지언정 미숙하진 않다. 일할 땐 빈수레가 요란하게, 퇴근 후의 방탕은 은밀하게.
스웨덴 스톡홀름 대성당에 위치한 '용을 퇴치하는 성 조지' 동상은 덴마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489년에 기증되었다. 블랙유머로 점철된 소설답게 저자 레이프 페르손은 제목에서부터 아이러니를 안겨준 것이다. '용'이란 사람들을 위협하는 범죄와 악을 상징하는데 이 용을 물리친 인물은 정의롭지도 용감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우니 말이다. 알콜중독에 방탕하고 부패한 형사 벡스트룀. 잘 살아보고자 금주를 위해 병원에 다니며 약도 먹고 걷기운동을 하고 풀떼기 섭취 후 저녁마다 어딘가 심히 잘못된 중독자들의 다큐멘터리도 시청해보지만 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인물. 저자는 주인공 벡스트룀을 희생시켜 스웨덴 공권력의 민낯을 고발한다. 실제로 레이프 페르손은 정치계와 성매매 업소 스캔들을 고발했다가 경찰위원회에서 파면된 전적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벡스트룀의 탄생이 놀랍진 않다. 특정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힌 바 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 인간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 무수한 등장인물들 가운데 누구하나 완벽하지 않다. 원칙을 지키는 정의로운 경찰은 없다. 그나마 제일 유능하고 정상적인 인물도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민간인 신분의 '나디아 회그베리'라는 것 역시 아이러니이다. 소설의 방향성을 생각했을때 여타 다른 경찰소설들과는 다르게 정체성이 확실한 벡스트룀 시리즈. 왠지 자꾸 '벡'에 강세를 넣어 읽게 된다... 어쨌든 수상경력 또한 화려한 시리즈이니 블랙유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소설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본편 세 권이 출간되었으니 세번 째 시리즈의 출간이 빨라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