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수상작,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 피리 부는 카멜레온 116
주앙 고메스 드 아브레우 글, 야라 코누 그림, 임은숙 옮김 / 키즈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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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나 라가치 상(오페라 프리마 부문)을 수상한 책, "섬"이에요.
마치 도장을 찍어서 그린듯한 독특한 느낌의 그림이 인상적인 이 책은
포르투갈 글 작가 주앙 고메스 드 아브레우와 브라질 그림작가 야라 코누의 작품이랍니다.
섬에서 살았던 추억을 갖고있는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개인적으로 포르투갈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지라 기대가 되더라구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섬이 있었어요.
섬 한 가운데는 산이 있고 둘레에는 해변과 숲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지요.
그리고 그 곳엔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있었담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지에서 들어온 크고 멋진 배,
그리고 그 안에 타고있는 육지 사람들의 모습은 섬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요.
그래서 도지사에게 부탁해서 육지까지 잇는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한담니다.
그렇게 섬 사람 전원이 동원된 다리짓기 공사가 시작됩니다.

처음엔 산에 있는 돌로 다리를 만들었는데 어? 돌이 부족하네요.

이번엔 산에 있는 나무로 다리를 이어나가는데 어? 이번엔 나무가 부족해요.
"나무를 나르면 나를수록 새 다리가 생겨났고,
나무를 나르면 나를수록 숲은 사라져 갔지요"라는 문장이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섬 사람들은 오로지 "다리", 자기를 육지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다리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결국 해변가의 모래로 둑을 쌓아 다리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한담니다.

하지만! 섬사람들이 섬으로 돌아왔을 때 남은 것은 오직 집과 부두 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육지로 이사를 가기로하지만 육지앞바다의 거센 파도에 둑은 사라져버리고
다리는 섬, 아니 이제는 그저 바다가 되어버린 공간과 육지 사이에 떠있게 되었담니다.
섬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다리 위에서 살게되는 처지가 되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날 밤 도지사는 다리의 완성을 축하하기위해 준비했던 불꽃을 터트리네요.
이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제 살인지도 모르고 얌얌 맛있게 먹던 뱀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자신들의 터전이 사라져가는 것을 모른채 새로운 것만 동경하던 섬 사람들...
결국 비좁은 다리에서 지내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거죠.
지금 있는 것을 소중하게 지켜나가야한다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더라구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바로 그림이에요.
점, 선, 면으로 간략하게 표현된 듯 하면서도 마치 포스터를 보는 듯한 절제된,
하지만 귀여운 그림이 책을 읽는 내내 눈길을 끌었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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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갈 수 있어요! - 공간 네버랜드 수학 그림책 6
박정선 글, 김중석 그림, 조형숙 감수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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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 두 가족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수학문제를 푸는데 결국 한 문제는 못풀었다고하는 두 엄마의 이야기였죠. 덧붙이는 말씀이 '문제가 1+1=? 이런건 아예 없는거있죠. 문제가 너무 길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더라구'였담니다. 초등학교 수학부터 스토리텔링방식으로 바뀐다는 기사를 접한 적은 있지만 정말 어른들이 이해를 못할 정도의 문제인가 싶으면서도 미리 미리 준비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담니다.

태교 때 읽은 육아서 중에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수학도 잘 한다고 하던데 요즘같은 시대엔 정말 맞는 말이 될 것 같은데요, 이번에 별이도 그림책으로 익히는 수학그림책을 만나보았담니다.
바로 네버랜드 수학그림책 중 '공간'편인 "혼자 갈 수 있어요"에요.
사람의 뇌 가운데 공간을 지각하는 부분이 가장 바쁘다고하는데요 앞, 뒤, 위, 아래, 옆, 안, 밖 등의 위치 개념을 중심으로 공간 개념을 충실히 학습하면 이후 방향 개념을 익혀 점차 복잡한 공간 개념의 이해도 쉽게 할 수 있다고해요.
요즘들어 길을 걸어가면서도 부쩍 "제가 제일 앞에 가고 있어요. 아빠가 제일 뒤에 오고있어요" 등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별이라 책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면지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어떤 내용일지 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엄마오리와 아기오리가 산책을 하는데 훼방꾼이 나타나는 것 같은 내용인데 말이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호숫가에서 태어난 아기 오기 한 마리.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가 첫 나들이를 가요.
엄마오리는 뒤뚱뒤뚱 꽥꽥, 아기오리는 되똥되똥 꼬악꼬악.
유아를 위한 그림책의 필수조건이죠? 의성어와 의태어의 표현이 자연스러워요.
아기 오리와 엄마 오리의 나들이에는 각 상황별로 훼방꾼이나 위험요소가 나타나서 뒤, 앞, 위, 아래, 옆 등등 위치를 바꾸게 된담니다. 그 후 엄마가 잠시 잠든 사이 병아리를 만나 혼자 짧은 모험을 떠나고 농장아저씨에게 쫒기게 되면서 걷기, 뛰기, 수영하기까지를 일시에 습득하는 아기 오리의 놀랍도록 빠른(?) 성장이야기랍니다.

그 중 아기 오리가 엄마 등에 올라타고 가는 장면인데요,
묘사한 글을 보면 "뒤뚱뒤뚱 뒤뚱뒤뚱"으로 되어있죠? 다른 장면은 모두 아기 오리도 걷기때문에 "뒤뚱뒤뚱 되똥되똥"으로 되어있거든요. 이걸 별이가 지적해서 알게되었는데요 수학그림책이지만 일반 그림책을 쓰는듯한 섬세한 묘사가 놀라웠어요.

이런 섬세함은 바로 여기, 이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바로 아기 오리가 엄마 아래에서 걸어갈 때에요. 행여나 아기를 밟을까봐 얼마나 조심스러울까요? 엄마가 삐질! 땀을 흘리고 있죠?
아직 그런 상황까진 생각하지못한 별이는 "지금은 바람이 안 불어서 엄마 오리가 더운가봐"라고 하더라구요.


아기 오리를 따라가다보면 책의 위, 아래에 이렇게 찾아볼 수 있는 문장들이 나와요.
그림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서 숫자도 세어보고 앞과 뒤 등 위치적인 개념도 알아볼 수 있구요,

조금 더 뒤로 가면 퀴즈처럼 잘못된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방향과 순서 개념이 함께 적용되는 왼쪽에서 몇 번째인가라는 질문도 나오네요.
마지막 페이지는 간단한 지도를 읽어내는 듯한 형식으로 되어있담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엄마와 함께 개념공부를 할 수 있어요. 역시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보면 되겠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모든 위치는 상대적이라는 걸 알려주는 "위치는 바뀔 수 있어요"에요.

마지막 페이지인 "부모님 보세요"에서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나왔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고 좀 더 확장해서 질문하거나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팁을 알려주고 있담니다. "그림에 보이지않는 하늘, 구름, 해 등을 유추해서 대답한다면 아이의 뛰어난 사고력을 칭찬해주세요"라는 칭찬의 기술까지 알려주니 친절한 페이지에요.

네버랜드 수학그림책은 일반 그림책으로 읽기에도 스토리의 구성이나 섬세한 묘사, 그림 표현 등으로 손색이 없네요. 중간 중간 퀴즈형식으로 공간개념을 알려주고 그림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서 책읽는 동안 엄마와 아이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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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방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0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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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낯선 그림이 가득한 공간에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이사벨의 방"이랍니다.
최근에 "리디아의 정원"을 통해서 만나 본 적이 있는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부부의 그림책이에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있어 인상적이었는데 "이사벨의 방"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왠지 이사를 가는 듯한 모습. 가방을 차에 싣고있고 가족들이 헤어짐을 슬퍼하는 듯한 그림으로 면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부릉부릉~ 차가 출발하고 책의 주인공인 이사벨의 표정이 왠지 슬퍼보여요.

계속 차의 뒷창문을 통해 떠나오는 곳을 바라보고있는 듯한 모습이죠.


첫번째 편지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어요.

1957년 4월 5일 루삐따 이모에게 낯선 언어인 영어로 처음 써보는 편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고있는 이사벨 가족의 모습이었어요. 1950년대 미국으로의 이민 물결이 붐을 이루던 시기의 이야기로 이 작품은 사라 스튜어트의 친구인 애비 아세베스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해요.


이 책은 편지를 통해 이사벨의 심적 변화라던지 이민생활의 적응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렇게 편지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꽉~ 채운 페이지들도 많이 있담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들, 그리고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이사벨의 집. 멕시코 이민자들의 생활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았겠죠?

계속 그리움이나 힘들다고하던 이사벨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어요. 무슨 일이죠?

아빠가 냉장고를 구입하면서 생긴 커다란 상자를 자신만의 고요한 방으로 만들기로 한 거에요.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스타일로 꾸미고 있는 이사벨. 종이접기도 하고 색칠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군데 군데 멕시코의 흔적이 보이는데요, 타지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나보더라구요.

낯선 타지의 생활이지만 축제일은 누구나 기쁘고 설레는 날이겠죠?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쓴 이사벨의 편지랍니다. 고요한 방이 점점 완성되어가는 모습과 함께 독립기념일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져있어요. 다른 나라의 그림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 뿐 아니라 축제나 역사적인 이벤트에 대한 것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있는 네 살 별이지만 돈을 벌기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이민이라든지 독립 기념일같은 것도 함께 알려주었담니다.

이사벨의 생일날 어머니께서 동네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게되고 드디어 이사벨의 고요한 방이 공개되는 순간이에요. 더이상 나만의 편안한 쉼터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한 시끌벅적한 공간이지만 이사벨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밝은 것 같아요. 책은 플랩북처럼 양 옆으로 펼쳐지면서 고요한 방을 보여주는데요, 방 곳곳에 고향 멕시코의 흔적이 엿보여 이사벨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겠더라구요.

마지막 편지는 바로 생일날 보낸 편지인데요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담니다. 우선 생일 선물로 좋아하는 영어 단어를 준비해오라고 했다는 이야기와 그 단어들. 물질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사벨이 새로운 언어인 영어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엿보여서 왠지 기특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다른 하나는 마지막 인사말이에요. 앞의 모든 편지에서는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담아, 이사벨'이라고 적혀있는데요 마지막엔 '이모가 여기 함께 있었으면 하는 이사벨'이라고 하네요. 이제 이사벨의 마음이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많이 적응한 듯한 모습이 엿보이죠. 이모가 이 편지 받으시고 마음이 편해지셨을 것 같아요.

면지에서 시작한 "이사벨의 방"은 마지막 페이지 또한 면지로 막을 내립니다. 이민을 떠나는 다소 슬픈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했다면 마지막 페이지 속의 이사벨은 멕시코에 와 있는 듯한 자신의 고요한 방 속에서 웃고있어요. 아마 이사벨이 읽고있는 듯한 저 책은 영어로 씌어져있겠죠?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한 이사벨의 대견한 모습이랍니다.



이민자의 삶이라는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편지글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와 글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한 부분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더하고 생각하게 하는 듯해요. 어린 아이가 읽기엔 다소 긴 호흡이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그림책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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