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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방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0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다소 낯선 그림이 가득한 공간에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이사벨의 방"이랍니다.
최근에 "리디아의 정원"을 통해서 만나 본 적이 있는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부부의 그림책이에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있어 인상적이었는데 "이사벨의 방"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왠지 이사를 가는 듯한 모습. 가방을 차에 싣고있고 가족들이 헤어짐을 슬퍼하는 듯한 그림으로 면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부릉부릉~ 차가 출발하고 책의 주인공인 이사벨의 표정이 왠지 슬퍼보여요.
계속 차의 뒷창문을 통해 떠나오는 곳을 바라보고있는 듯한 모습이죠.
첫번째 편지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어요.
1957년 4월 5일 루삐따 이모에게 낯선 언어인 영어로 처음 써보는 편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고있는 이사벨 가족의 모습이었어요. 1950년대 미국으로의 이민 물결이 붐을 이루던 시기의 이야기로 이 작품은 사라 스튜어트의 친구인 애비 아세베스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해요.
이 책은 편지를 통해 이사벨의 심적 변화라던지 이민생활의 적응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렇게 편지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꽉~ 채운 페이지들도 많이 있담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들, 그리고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이사벨의 집. 멕시코 이민자들의 생활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았겠죠?
계속 그리움이나 힘들다고하던 이사벨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어요. 무슨 일이죠?
아빠가 냉장고를 구입하면서 생긴 커다란 상자를 자신만의 고요한 방으로 만들기로 한 거에요.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스타일로 꾸미고 있는 이사벨. 종이접기도 하고 색칠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군데 군데 멕시코의 흔적이 보이는데요, 타지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나보더라구요.
낯선 타지의 생활이지만 축제일은 누구나 기쁘고 설레는 날이겠죠?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쓴 이사벨의 편지랍니다. 고요한 방이 점점 완성되어가는 모습과 함께 독립기념일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져있어요. 다른 나라의 그림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 뿐 아니라 축제나 역사적인 이벤트에 대한 것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있는 네 살 별이지만 돈을 벌기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이민이라든지 독립 기념일같은 것도 함께 알려주었담니다.
이사벨의 생일날 어머니께서 동네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게되고 드디어 이사벨의 고요한 방이 공개되는 순간이에요. 더이상 나만의 편안한 쉼터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한 시끌벅적한 공간이지만 이사벨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밝은 것 같아요. 책은 플랩북처럼 양 옆으로 펼쳐지면서 고요한 방을 보여주는데요, 방 곳곳에 고향 멕시코의 흔적이 엿보여 이사벨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겠더라구요.
마지막 편지는 바로 생일날 보낸 편지인데요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담니다. 우선 생일 선물로 좋아하는 영어 단어를 준비해오라고 했다는 이야기와 그 단어들. 물질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사벨이 새로운 언어인 영어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엿보여서 왠지 기특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다른 하나는 마지막 인사말이에요. 앞의 모든 편지에서는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담아, 이사벨'이라고 적혀있는데요 마지막엔 '이모가 여기 함께 있었으면 하는 이사벨'이라고 하네요. 이제 이사벨의 마음이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많이 적응한 듯한 모습이 엿보이죠. 이모가 이 편지 받으시고 마음이 편해지셨을 것 같아요.
면지에서 시작한 "이사벨의 방"은 마지막 페이지 또한 면지로 막을 내립니다. 이민을 떠나는 다소 슬픈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했다면 마지막 페이지 속의 이사벨은 멕시코에 와 있는 듯한 자신의 고요한 방 속에서 웃고있어요. 아마 이사벨이 읽고있는 듯한 저 책은 영어로 씌어져있겠죠?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한 이사벨의 대견한 모습이랍니다.
이민자의 삶이라는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편지글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와 글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한 부분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더하고 생각하게 하는 듯해요. 어린 아이가 읽기엔 다소 긴 호흡이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그림책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