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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평점 :
#사운딩 #그곳에회색고래가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은행 대출과 자기 믿음을 걸고 두 살배기 아들과 회색고래의 생존 이주를 추적한 경이로운 오디세이!
<사운딩: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는 여행 이야기를 기대하고 펼쳤다가, 어느새 고래와 인간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BBC의 기후 전문 기자였던 도린 커닝햄은 싱글맘으로 아들 맥스를 홀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회색고래를 찾아 떠나기로 합니다.
처음엔 두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회색고래를 좇아 여행을 간다는 소개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의 일상도 벅찬데, 도대체 어떤 여행이 가능할까 궁금했어요.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었습니다.
동태평양의 회색고래는 매년 북극에서 멕시코의 석호로 이동해 출산을 한 뒤, 새끼를 데리고 다시 북쪽으로 이주한다고 해요. 왕복 1만 6,0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는 여정으로, 이건 달 둘레를 두 바퀴 넘게 헤엄치는 거리라고 합니다. 어미 회색고래는 그 위험속에서 포식자들로부터 새끼를 지켜내는 강한 존재입니다.
알고보니 저자는 이미 알래스카를 여행하고 알래스카 북부에 사는 이누이트계 원주민인 이누피아트의 북극고래 사냥에 함께 해 본 경험이 있었어요. 인생이 여러 실패로 바닥에 떨어진 것 같은 순간에 알래스카에서 느꼈던 ‘사람과 자연의 강한 연대‘를 다시 찾고,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반쯤 충동적으로 결정하기에는 꽤나 많은 용기와 은행 대출이 필요한 계획을 세우게 되죠.
이누피아트 문화처럼 낯선 내용도 많았지만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눈앞에서 함께 보는 듯한 느낌으로 빠져들어서 읽었습니다. 점점 더 고래에 대한 애정이 자라나고 이 크고 영리한 동물이 달라지는 기후 속에서 어떻게 지내게 될지 걱정하면서요.
기후위기, 해양생물, 고래의 생존 이주에 대한 자연 에세이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민, 저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그리고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파도가 부서지듯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기도 했어요.
회색고래를 좇는 모험이 우당탕탕 엉망진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결국은 따뜻함과 용기를 남기는 책입니다.
Sounding(사운딩)은 고래가 숨을 들이쉰 후 깊은 바다로 천천히 잠수해 들어가는 것을 부르는 단어라고 해요. 고래의 노래가, 바다의 소리가, 고래의 이야기가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는 공통 조상을 가진 태반 포유류다. 8,000만년 전 공룡의 지배가 끝났을 때만 해도 우리는 뾰족한 코와 긴 꼬리를 가지고 숲속을 종종걸음으로 달리고 나무에 오르고 어금니로 곤충들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작은 털북숭이 형제자매였다. 우리가 이렇게 달라지고 멀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캐나다 이누이트의 언어인 이눅티툿(Inuktitut)은 근본적으로 나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읽었다. 그곳의 아이들은 동물을 분류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배우며 자란다. ‘바다표범‘이나 ‘곰‘같은 총칭은 없었다. 각 동물은 고유한 이름으로 불린다.
- 맥스는 내가 실패라고 여기는 것에 동요하지 않고 나보다 더 나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기대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 도대체 실패라는 게 무엇인가? 그것은 나 혼자만의 판단일 뿐이다.
- 이누피아트 노인들이 알고 있었듯, 바다가 알고 있었듯, 전 세계 기상 시스템이 알고 있었듯, 고래들이 알고 있었듯, 해빙(海氷)은 없어졌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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