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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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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을 다녀온 친구의 짝퉁 자랑은 가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유명브랜드를 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대중으로 가격을 흥정하는 중국 상인들의 상술에 자신이 이겼노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볼 때 도대체 가격이란 무엇 이길래 짝퉁마저 신비롭게 하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는 필요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짝퉁을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가격에 대한 모순, 어떤 효용성이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거리게 하는 것일까?

외국여행을 나가면 여행객들은 가격에 둔감해진다. 가격보다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인간의 심리적 상황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도 느끼는 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고 값싼 물건이라도 필요이상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기준이 되는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가격의 가치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분명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우린 일상적인 가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만약 정부에서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던 모습을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물건이 물건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트는 물건을 사는 곳으로만 이해된다. 가격을 흥정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다면 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트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소비자 가격이 모호한 제품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원래부터 얼마라는 가격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미 적당 수준을 넘어선 마진과 불필요한 수당 등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할인상품은 제품의 량이나 질의 저하뿐만이 아니라 가격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저항선을 쉽게 무너뜨린다. 봉지는 줄었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 일까? 2+1은 왜 하는 걸까? 마트는 자선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과도한 할인율과 덤 상품에 얽힌 가격의 진실은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우리들을 혼란케 한다.

가격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들에게 가격의 만족감을 주는 것일까? 사상초유의 배심원 판결을 받은 맥도날드의 290만 달러짜리 커피 가격은 가격이 대중에게 주는 의미를 쉽게 전달해준다. 즉 어느 것도 정해진 가격은 없다는 것이다. 가격은 마치 물이 흐르듯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여 적절한 가치를 행사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가격심리학의 가치란 손에 잡히지도 않고, 조건적으로 변하며, 흐느적거리는 유령의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우린 객관적이라 불리는 가격에 의해 감정의 이입을 경험한다. 비싼 상품을 구입했을 때의 만족감이나 선물을 받았을 때 가격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우리의 일상이 가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은 없다’는 가격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하는 책이다. 왜 어떤 것은 무료인데 추가는 비용이 드는 것일까? 가격은 마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기업들은 가격을 속이기 위해 다양한 속임수를 사용하는데 화장지 규격을 1센티미터 줄여 막대한 이익을 낸다던지, 포장지는 그대로지만 내용물을 줄여 가격을 맞춘다던지, 박스크기를 크게 하여 부피를 늘린다는 것들은 이미 고전적인 방법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속임수가 지속성을 가질리 없다. 이미 소비자들은 SNS를 통하여 가격을 교류하고 심한경우에는 제품의 불매운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비자들의 선택은 과거로 돌아간다.

급격하게 변동하는 물가를 바라볼 때 서민들의 마음이 편치마는 않다. 하지만 이익의 대부분이 생산자에게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은 가격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대의 변수다. 최근 기업들의 가격에 대한 심리학적 욕구는 놀랄 만큼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감시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의 심리 전략도 치밀해지고 대범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에 속지 않기 위한 방법은 상품의 가격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극히 주관적이지만 우리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건 대부분 객관적이다. 물건을 구입하기에 앞서 돈과 가격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에 숨긴 비밀과 인간의 심리학적 고찰이 뛰어난 가격은 없다, 가격에 관한 진실을 고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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