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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우린 ‘평균적인 삶’을 갈망하고 있다. 평균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조건을 제시해 준다. 몇 평의 아파트, 몇 cc의 자동차, 얼마의 봉급, 심지어는 아이의 수까지, 모든 것에 평균이 있다. 평균은 우리 삶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혹, 우리의 삶이 평균이라는 숫자에 종속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우린 모든 것을 평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은 평균을 알아야만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만약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사업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평균은 불특정한 상황을 측정 가능한 변수로 만드는 특징이 있다. 평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금융권이다. 은행은 엄청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이 가능한 금리를 결정한다. 요즘엔 정치적인 압박이나 외부변수가 편차를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믿는 것은 고객의 데이터뿐이다. 그런데 보험이라면 어떨까? 가장 안전하다는 자산 보험, 보험은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최적의 상품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2004년 플로리다 주에서 가장 큰 손해보험회사로 부상한 포우 파이낸셜은 8년 연속 40%성장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달성하고 있었다. 설립 이후 1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고 있었기에 누구도 포우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허리케인은 포우의 모든 결과를 앗아가 버렸다. 포우는 이제 가능성보다는 파산을 걱정해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보험사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과거의 빈도를 중심으로 계산해 보험료를 결정하게 된다. 승승장구하던 포우는 누구보다 업계를 잘 알고 있었고 보험숫자에 능했지만 단 한 번의 허리케인에 녹다운 된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안고 있는 것이 가변성이다.

미국 수학능력 시험(SAT)에 관한 놀라운 진실이 있다. SAT를 시행하는 ETS는 1975년 골든 롤 보험사의CEO였던 루니에게 소송을 당한다. 루니는 보험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보험판매원 시험을 주관하는 ETS가 흑인들의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시험내용이 철저하게 백인에게 유리하게 되어있어 취업을 희망하는 흑인들에겐 치명적인 결과라고 사회정의(?)를 주장한다.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었지만 이 소송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SAT 시험은 치밀한 공정성 아래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시험출제자들은 인종, 성별, 종교등을 예상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를 삭제한다. 그들은 통제가 가능한 평균적인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하지만 SAT 역시 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가변성이라는 변수를 간과한 부분이 있다. 즉, 집단적 비교는 ‘비슷한 능력을 가진 집단’에 한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은 환경적 요인부터 다르다는 것인데 이는 허리케인의 피해를 보상하는 사람은 내륙지방 사람이라는 것과 일치한다. 그들은 위험요소가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이 높은 지역의 사람들과 같은 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다. 시험문제 역시 환경적 혹은 생태적 요인이라는 가변성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논란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다.

숫자를 중심으로 한 통계는 우리사회의 모든 부분을 종속하고 있다. 우리를 판단하는 것은 내면의 가치가 아니라 결과를 나타내는 숫자뿐이다. 숫자는 우리의 기억을 흐리게 만들고 판단을 부정확하게 한다. 간혹 필요치 않는 용기를 주는 것도 숫자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이 믿는 숫자는 오류가 없는 것일까? 숫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사회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일 것이다. 모든 것을 통계화시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우리들 역시 그 한 부분이라 생각하니 씁쓸함이 그지없지만 역시 또 하나의 숫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서 결코 숫자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자회를 해본다.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카이저 펑의 놀라운 통계학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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