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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방송 시간을 기다리며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주말 밤에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큐를 좋아하지만 방송용 다큐는 또다른 형태의 다큐인 것 같아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다큐이다. 아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이런 다큐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오랜 기간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재는 '인간'이라는 주제이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고 거리감도 덜한 느낌이라 오래전부터 방송된 프로그램이지만 장수하며 많은 시청자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인위적이지 않고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인 '다큐멘터리 3일'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 <사랑하면 보인다>이다. 작은 동네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작은 섬이나 마을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자주 방송하는데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하면 보인다>에서는 10가지 테마로 100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물론 여타의 여행 가이드북과 거리가 먼 에세이에 가깝다. 작은 골목에서부터 마을, 먹자골목, 시장, 도서관, 상가, 역, 캠핑장, 공항, 여객선 안, 기차 등의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들을 선택한 것인데 흥미롭게 읽은 것은 구석구석 작은 골목들과 의외의 장소들인 공항이나 도서관, 책방골목 등이었다. 상가나 먹자 골목은 원래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점점 그런 작은 골목들이 줄어들고 있고 오래전 책방골목이라고 했던 보수동의 책방골목도 그 규모는 줄었다.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양도 많아져 버려지고 중고로 책방으로 오는 책들도 많다. 두세 명이 지나기도 좁은 책방 골목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에 쓸려다닐 정도로 북적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좋았던 시절도 이제는 책처럼 추억이 되었다. '지식의 보물섬'이라는 제목을 가진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문을 열었지만 도서관 안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출판물을 빠짐없이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은 국립중앙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사서의 일이기도 하다. 책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비도서 자료나 지도, 음반, 영상물까지도 수집하고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어 국립중앙도서관에 관해 궁금증들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과천경마장과 실제 방송을 시청하고 기억에 남는 염천교 수제화거리, 방산시장 인쇄 포장골목, 아현동 웨딩거리, 낙원상가 실버영화관, 섬진강 휴게소, 울릉도 나리분지, 예지동 시계마을, 인천 차이나타운, 동묘 벼룩시장 등을 보니 실제 다큐의 내용도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장소들을 끊임없이 찾아낸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아직도 도심의 중앙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곳들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도 없고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매주 보게 된다. <사랑하면 보인다>는 다큐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줄여놓았지만 실제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