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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업의 큰 꿈을 위하여
김정태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건 꼭 메모해 둬야겠다 싶어서 적어뒀어요. 생각만 했다면 잊어버렸을 텐데. -김 반장
어떤 가공 업체의 김 반장 님이란 분이 평소에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으로 부품 사이에 부직포 한 장을 넣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싼 설비를 새로 사지 않아도 됐고 불량률은 80%가 감소했다.
나는 영단어도 아니고, 간단한 우리말 단어 정도야 내 머리로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냉장고 앞에 서면 내가 뭐 가지러 왔는지도 까먹는 사람이. 그래서 메모의 중요성을 말하는 김 반장 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메모는 기억의 창고가 아니라 생각의 도구다. 메모를 해야 생각이 정리되고, 패턴이 보이고, 해결책이 떠오른다. 그 축적된 메모로 김 반장 님이 엄청난 손실을 막았다. 메모의 기적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은 기업의 큰 꿈을 위하여>, 작지만 강한 기업을 일구어 가는 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서 만난 CEO들의 눈빛에서 보았던 간절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현장에서 얻은 실전 경험과 해결책을 담았다.
직원 채용부터 자금 관리, 기술 개발, 영업까지 모든 것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했던 시간들, 그 후 대학교수와 기술닥터가 되어 만난 수많은 중소기업 CEO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자는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실패했던 경험,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상담 경험이 담겨있는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느끼는 사장님들. 오늘은 자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거래처가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숙련공이 또 이직한다. 불량이 발생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있다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이렇게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모든 사장님들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을 이끄는 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리더십이 나온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닌 신뢰다. 기술과 경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을 이해하고 사람을 아끼며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진정한 리더의 조건이다. 실천 체크리스트를 보면, 매일 현장을 순회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감정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가? 와 같은 것이 나온다. 이것을 보완해서 우리 회사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체크만 해도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다.
피드백은 즉시,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알려주고 개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월급만큼 인정과 칭찬도 중요하다. 책임 전가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 실수에 대한 질책, 차별과 편애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문화는 빠르게 퍼지고 오래 남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안부 묻기와 실수해도 격려하기, 어려운 일 함께 하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까? 부천의 한 금속 가공 업체는 고가의 설비 도입을 검토할 때 3개월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직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했다. 이 신중한 결정은 회사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의 생계는 CEO에게 달려 있지만, 그 CEO가 운영하는 회사의 성장은 직원들에게 달려 있다. 직원들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 그래서 매년 직원 당 5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거나, 매월 공장 주변 청소의 날을 정해 직원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한 결과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업체도 있다. 결정 사항을 문서화하고 있는가? 의사결정 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가? 실전 체크 리스트를 만들고 모든 직원들과 공유해 보자.
어떤 회사의 사장실 벽에는 2026년까지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사 달성이라는 목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말도 안 된다며 웃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2차 협력사가 되었고, 이제 1차 협력사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가 있으면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달릴 수 있다.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 되자거나 매출 천억 달성과 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숫자와 기한이 있고,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5S는 일본어의 정리(整理, Seiri), 정돈(整頓, Seiton), 청소(清掃, Seiso), 청결(清潔, Seiketsu), 습관화(躾, Shitsuke)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계속 정리할 물건이 생긴다. 그래서 습관화 내지는 지속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며칠만 청소를 안 해도 더러워지는 것을 보면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빨간 스티커 정리법도 효과적일 것 같다. 어떤 업체에서 한 달간 안 쓴 물건에 빨간 스티커를 붙였다. 한 달 후 스티커가 붙은 채로 있는 건 과감히 정리했다. 나중에 꼭 필요한 항목은 빨간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따로 관리했다. 정리를 해서 버리니 공간이 넓어져 작업 효율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런 청소와 정리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안 된다. 이사 갈 때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아무리 포장이사를 하더라도 정리하는데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가정이라면 매일 조금씩, 또는 오늘은 욕실, 내일은 베란다와 같이 구역을 나누어 한다. 회사라면 단계를 나누고 단계별로 정리한다. 섹션별 담당자를 배치해서 청소와 관리를 맡기고 매일 체크 리스트를 체크해서 다 함께 공유해도 좋다. 이때 직원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 형식적인 점검이나 청소가 되는 것을 조심하고 늘 지속해야 함을 명심하자.
나는 재고 관리를 냉동실로 생각해 봤다. 재고 관리란 냉동실에 뭐가 들었는지 파악해서 음식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넣어두는 것이다. 나는 재고 관리가 안 돼서 아예 작은 냉장고를 사서 한눈에 다 보이게 했다. 공장의 창고를 냉동실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이해가 됐다. 나는 냉동실 하나도 관리가 잘 안돼서 음식이 너무 없거나 많거나 하는데 회사 재고 관리는 얼마나 어려울까?
집 냉동실에 있던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은 버려도 내가 망할 만큼 큰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공장의 경우 3년 전에 구매한 자재가 녹슬어 있어서 조사해 봤더니, 그동안 쌓아 둔 재고가 5천만 원어치나 됐다고 한다. 냉동실에 있는지도 모르고 몇 달이 지난 불고기를 버린다고만 생각해도 이렇게 마음이 쓰린데, 자재를 전부 고철로 처분하자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재고 관리는 눈대중으로 하면 100% 실패한다.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자재 입출고 시스템의 스텝별 관리와 실제 활용 양식, 불량품 관리와 물류 최적화 방안 등을 배운다. 집 냉장고에는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재고가 없거나 적은 날은 시켜 먹으면 되니까 잘 굴러간다. 눈대중 관리는 집 냉장고만 가능하다.
공구 관리의 색다른 팁은 그림자 보드였다. 만약 공구를 찾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치자. 하루에 5번만 찾아도 50분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자 보드(Shadow Board)의 사용을 권한다. 그림자 보드란 벽에 판을 걸고 각 공구의 모양을 따라 그림자를 그려 넣는 것이다. 공구를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그림자 자리에 맞춰서 걸어 둔다. 예방이 치료보다 경제적이다. 기계도 사람도 고장 난 후 수리하면 이미 늦거나 수리비가 많이 든다.
성공하는 소기업 사장님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다. 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부 지원 제도는 정책 자금 지원, 기술 개발 지원, 맞춤형 컨설팅 지원, 판로 개척 지원 등이 있고, 같은 업종 소기업들과 교류한다거나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력 같은 협력 네트워크도 있다. 작은 공장도 세상과 연결되면 큰 기업이 된다.
매출을 늘리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준다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감으로 하는 영업이 아닌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온라인 마케팅, SNS 활용 전략, 콘텐츠 제작 노하우, 사진 촬영 포인트와 글쓰기 요령, 저예산 마케팅 전략까지 알려준다. 온라인 마케팅은 마라톤이다.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거래처가 아닌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불만을 잘 해결해 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동반자가 되어 거래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나는 브랜드가 상표나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브랜드는 광고가 아니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모여 브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 사장님은 처음에 우리 회사가 뭐가 강점인지를 몰라서 거래처에게 직접 우리 회사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어서 강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강점을 더욱 강화해 갔다. 아지만 이런 브랜드도 한번 신뢰를 잃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변화는 가장 불편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1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될 것이다. 인맥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 같았는데 바로 매일 만나는 직원들과 거래처 담당자들 그리고 이웃 공장 사장님들 이런 모든 분들이 가장 소중한 인맥이다.
드라마 <허식당>에서 은실이가 허식당 분위기를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하자 허균이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투덜거렸던 장면이 생각난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화공단의 한 프레스 업체는 15년 동안 단 한 명의 이직자도 없었다. 급여는 조금 적지만, 사장님이 매일 아침 직원들과 인사하고, 생일도 챙기고, 고민도 들어주고,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써주셔서 가족같이 됐다는 것이다.
협력은 Give and give다. 서로 주고자 하는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신뢰와 인정을 받는다면 책임감은 물론이고 더 큰 성과까지 따라오지 않을까? 그리고 기업을 떠나 우리 가족부터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