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이주성 역해 / 지식과감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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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는 코뿔소의 불교적 또는 문학적인 표현이다. 외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는 비유다. 나는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책의 제목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 1장인 '기어다니는 것의 장'에서 10페이지에 걸쳐 후렴구처럼 계속 나오는 말이다.

숫타니파타(Sutta Nipāta)는 팔리어로 경전들의 모음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가장 오래된 불교 최초의 경전으로 부처님의 육성이 가장 잘 담겨 있다. 시(詩)의 형태인 게송(偈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시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게송이라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님들이 시를 암송하거나 읊조리면서 수행을 한다고 하면 이상한데, 게송을 암송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수행에 집중한다고 하면 멋있다. 유명한 법구경도 게송으로 되어있다.

이 책은 경전이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할 뿐 저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저자는 숫타니파타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한 문장 한 문장씩 풀어나가면서 번역을 했는데 본인도 모르게 이 작업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원문에 있는 어려운 말들을 아주 상세하게 풀이해 놓은 점이다.

저자가 숫타니파타를 처음 접한 것은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였다. 법정 스님이 번역해서 소개한 숫타니파타는 일어의 중역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읽다 보니 문맥이 잘 연결되지 않았고,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옥에 티와 같은 부분을 원전의 운율까지 최대한 살려서 이 책에 담았다. 그냥 번역하기만 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 운율까지 고심해서 살려 내신 게 대단하다.

덴마크의 동양 언어학자 미하엘 비고 파우스뵐(Michael Viggo Fausbøll)은 1881년 옥스퍼드 클라랜든 출판사에서 팔리어 원전의 영역본을 발간한다. 그것을 1885년 런던의 '팔리 원전 연구회(The Pali Text Society)'에서 재발간 했는데, 이 파우스뵐의 영역본을 PTS 본이라고 한다. 이후 이 PTS 본은 영어권 숫타니파타 연구의 기본 텍스트가 되었다. 저자가 몇 년에 걸쳐 번역한 이 책도 이 PTS 본이다.

나는 팔리어를 입력하면 영어로 해석해 주는 웹사전까지 이용해서 번역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웹사전을 저자는 'PTS 사전'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의 정확한 뜻을 찾아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주석을 보면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숫타니파타는 1장 : 사품(蛇品) - 기어다니는 것의 장(Uraga-vagga), 2장 : 소품(小品)- 나아가는 것의 장(Kula-vagga), 3장 : 대품(大品) - 훌륭한 것의 장(Maha-vagga), 4장 : 의품(義品) - 팔구의 장(Atthaka-vagga), 5장 : 피안도품(彼岸道品) - 피안으로 가는 길의 장(Pārāyana-vagga)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팔리어의 원전을 최대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사품이라면 뱀 이야기인가 했을 텐데, 기어다니는 것의 장이라고 표현해서 이해가 쏙쏙 된다.

이 경전을 읽기 전에 각 장의 내용을 이해하고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1장은 단편집들을 모아 놓은 것이고, 2장은 부처님의 설법 내용, 3장은 석가모니에 관한 최초의 전기인 부처님의 생애, 4장은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8게송, 5장은 문답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준다.

나는 <바가바드기타>와 <숫타니파타>가 어떻게 다른가 했더니 아주 간단하게 전자는 힌두교, 이 책은 불교의 정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게 개인의 해탈을 다루고 있어서다. 바가바드기타는 신에 대한 의무와 헌신을 통해 영적 해방에 이르는 크리슈나 신과 아르주나 왕자의 대화라고 한다.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지혜를 담은 구절을 읽으며 무소유, 자비, 평화와 같은 단어들로 마음의 쉼을 얻었다. 매일 조금씩 읽고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가르침을 내면화하거나, 불교 관련 모임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좋은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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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부터 잡아야 살 수 있습니다 - 만성 통증에서 해방되는 쉽고 간단한 일상 동작 도감 살 수 있습니다 3
우에모리 미오 지음, 김경오 옮김, 가네오카 고지 감수 / 서사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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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에는 통증 없는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제일 부자다. 통증은 몸에 부담이 가고 있다는 신호. 이 부담의 원인이 머리다. 나도 머리 무게가 꽤 나간다고는 들어봤는데, 무거운데 어쩌라고? 그 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뒷부분을 알게 됐다. 머리의 무게는 대략 6kg! 그래서 이 무거운 머리를 균형 있게 잘 유지하고 지탱하는 일상생활에서의 동작이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 우에모리 미오(植森美緒)는 35년 경력의 건강운동 지도사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살을 빼려고 무리하게 운동하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지만 허리를 보호하는 일상 동작으로 요통을 극복했다. 게다가 예방하는 방법도 알게 되어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통증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졌다. 그 통증 해방 동작 40가지와 실천 팁을 그림과 함께 배워보자. 나도 책 읽으며 따라 해 봤는데 엄청 시원해서 자꾸 의식하면서 하게 된다. 계속 머리! 머리 무거워!

운동의 기본은 일상 동작이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된다. 일상에서 하는 것이라 지속하기 쉽고 효과적이다. 저자는 이런 일상 동작을 스스로 실천하며, 50세가 넘어서도 특별한 운동 없이 허리둘레 58cm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단다. 지속 가능하며 실천하기 쉽다는 것을 모토로 하는 저자의 세미나는 그 자리에서 효과를 실감할 수 있어 참가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내가 이제까지 유튜브에서 배운 다양한 운동하기를 안 따라 했던 게 그 즉시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꾸준하게 하려면 조금이라도 좋은 게 느껴져야 지속하게 되는데, 늘 영상 볼 때 하고 끝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시원해지니 자꾸 생각나서 저절로 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대표적인 동작을 몇 가지 가져와 봤다.

배에 힘 주기

배에 강하게 힘을 주면 줄수록 허리는 물론 무릎을 지키는 근육이 강해진다. 허리는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에는 강하지만 당기거나 들어 올리는 동작에는 매우 약하니까 물건을 드는 것은 무게와 상관없이 주의해야 한다. 강하게 오랫동안 배에 힘을 주고 걸으면 허리 주변을 단단하게 보호해 주는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요통을 부르는 청소기 밀기 그림을 보니 딱 나였다. 청소할 때 자세를 의식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서 쇼핑할 때는 무조건 배에 힘주기와 허리 펴기에 신경 쓴다. 배에 힘을 주고 세수하면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 이렇게 예방을 해 줘야 하는 줄 몰랐다.

오두방정 떨기

통증 해방의 기본은 피로를 느끼면 그 즉시 휴식하기다. 동작 수칙은 피곤하면 쭉 펴기와 흔들기, 자꾸 자세 바꾸기, 머리를 높게 세우기 등이 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일하거나 공부하면 어깨 결림이 생긴다. 이때는 목을 자꾸 움직여 준다. 한마디로 컴퓨터 하면서 가만히 있지 말고 자꾸 오두방정을 떨라는 말이다.

다리도 떨라고? 다리 떠는 사람을 보면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그런데 이 다리를 떠는 것이 조직 재생을 촉진하고 스트레칭보다 혈액순환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이 다리 떠는 운동을 적극 추천한다. 지하철에서 남들 몰래 할 수 있는 다양한 통증 해방 운동도 해 봐야겠다.

건강검진 가서 키 잴 때 자세하기

서 있을 때 힘을 빼면 더 편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였다. 키를 잴 때처럼 서 있어야 관절 부담이 줄어든다. 이렇게 키재기 자세로 걸으면 무게 중심이 높아져 무릎에 가는 부담이 줄어든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처럼 윗몸을 크게 늘리는 동작을 자주 해서 상체 근육을 자주 써주자.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는 뒤에 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세를 똑바로 해서 틈틈이 머리를 지탱하는 근력을 키워 놓는다.

스트레칭 하기

스트레칭의 기본은 무리하지 않고 개운하게 동작하는 것이다. 어떤 동작이든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운동은 어깨 으쓱. 목을 움츠리고 양쪽 어깨를 더 이상 올릴 수 수 없을 때까지 힘주어 올린다.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어깨에 힘을 강하게 주면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다. 7초간 유지하다가 한 번에 힘을 푼다.

배운동은 배를 최대한 오목하게 하고 손깍지 끼고 팔을 최대한 높이 뻗는다. 목은 뒤로 젖힌다. 지금도 서평 쓰면서 요 동작만 했는데도 엄청 시원하다. 이렇게 바로 효과가 느껴지니 안 할수가 없다. 책상에서도 허벅지를 자주 눌러 준다. 허벅지를 누르니 저절로 몸이 똑바로 펴진다.

아침에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던 여성은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 바꾸었는데도 요통이 사라졌다고 한다. 허리는 앞으로 숙이는 것에 약하고 뒤로 젖히는 것에 강하다. 요통이 있을 때는 세수하거나 머리 감기 위해 무리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수 대신 따뜻한 수건으로 얼굴 닦거나 클렌징 티슈로 닦는다. 허리가 아플 때는 최대한 머리를 앞으로 숙이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허리나 무릎이 아픈 사람은 긴 구둣주걱을 사용해서 신발을 신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물건 주울 때 발가락을 이용해서 주웠는데 훌륭한 통증 해방 팁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는 팔걸이나 책상을 짚고 일어난다. 나도 책상을 짚고 일어났더니 아주 편했다.

스마트폰 할 때의 꿀팁 중 한 가지는 팔뚝 가슴에 붙이기다. 폰 화면은 최대한 높게 든다. 늘 머리의 무게를 지탱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면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강아지 산책 시킬 때 목줄을 잡은 팔을 가슴에 붙이면 강아지 따라서 목이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예방할 수 있다. 나는 앉아서 팔뚝을 가슴에 붙이기만 해도 자세가 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따라 하니 몸이 시원해서 마사지 받고 온 듯하다. 당연히 저자의 당부대로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했다. 내가 먼저 따라 해 보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바른 자세로 내 몸을 아끼는 방법을 알려 주면 어떨까? 통증 해방에서 다 기억 안 나면 엄청 무거운 머리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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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 - 극변하는 지구의 미래를 해독하자
니나가와 마사하루 지음, 송경원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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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는 역학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고, 화학과 생명은 타임 어택과 1년 내내 싸워야 하는데, 지구과학은 최상위권들도 의문사를 당하는 과목이라고 한다. 얼마나 어렵길래? 지구과학이 뭐길래? 지구에 대해 이것저것 연구하는 게 아닐까? 맞다. 그 어려운 지구과학이 교양이라니 깜짝 놀랐다. 이 책의 원제가 <교양으로서의 지구과학>이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이란 지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이다. 지구에 대해 연구할 게 뭐 그렇게 많을까 싶었다. 그런데 지질학, 기상학, 해양학, 광물학, 측지학, 지진학, 화산학, 암석학, 고생물학, 기후학, 행성과학 등 처음 들어보는 학문이 이렇게나 많다. 그래서 나에게는 생소한 기상학자, 지질학자, 해양학자, 환경 과학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들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전문 분야가 아닌, 나처럼 지구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모든 분들에게 기초 지식을 전수해 주는 책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 지진, 화산 분화, 기상 이변 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평소에 교양으로라도 알아 둘 필요가 있는 자연 현상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교양하면 품위, 매너, 우아함 같은 단어들이 생각나는데 교양의 핵심은 폭넓은 지식이라고 한다. 지구과학 역시 그중 하나인 것.

차례를 보면, 지구과학이니까 먼저 지구의 구조를 알아야 할 것이고, 지구하면 땅이 생각나니까 판과 지진, 화산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 땅이 있으면 하늘도 알아야 하니까 지구의 대기와 대기의 운동을, 그리고 빌려 쓰는 지구를 구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인 지구 온난화와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 오존층 파괴에 대해 알아본다.

굳이 지진이나 기상 재해 같은 것을 알아야 할까? 재해 중 일부는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동일본 대지진은 들어봐서 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를 덮치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돼서 일본 가서 생선 먹으면 안 된다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이 엄청난 사고의 원인이 지구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기상 캐스터의 보도 때문이었다!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주변에는 남동풍이 불고 있었는데 캐스터는 남동쪽으로 부는 바람이라고 생각해서 방사능 물질이 남동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남동풍이란 남동쪽에서 불어와서 북서쪽을 향해 불어 가는 바람이었다. 그 결과 북서쪽에 있는 마을은 대비도 못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것. 그래서 정확한 기초 교양을 누구나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북극성으로 비유하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평평하다면 북극성까지의 고도가 일정했겠지. 이 지구의 크기, 길이, 중력 그리고 모양이 지구본처럼 공 모양이 아니라 약간 타원형인 것을 배운다. 그리고 속 모양인 지각의 구조와 두께 맨틀, 판의 구조, 조산대와 지진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나는 지진의 P파(波, wave)랑 S파도 헷갈리고 종파 횡파도 헷갈렸다. 그래서 먼저 P파는 파워풀 스피드! 엄청 빨라서 우리가 바로 느낄 수 있다. 파워풀하게 진행 방향대로 쭉쭉 진동한다. 땡땡땡 종소리 너무 시끄러워서 종파다. 하지만 요란하기만 하지 힘은 없다. S파는 슬로우, 매우 느리지만 강한 진동을 발생시킨다. 횡파다. 가로 세로의 상하의 개념이 아니다.

와이파이 모양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신호 세기가 점점 커지는 방향이 파워풀하게 빠른 종소리 종파이고, 와이파이의 눈금은 이 방향과 수직으로 작용하는 파동인 횡파다. 원래 뜻은 관측점에 첫 번째, 두 번째로 도착하는 파라는 뜻이다. 긴급 지진 속보가 내려지는 과정을 알게 되니 짧은 시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은 어떻게 생길까? 공기덩어리가 높이 올라간다. 기압이 낮아져서 팽창한다. 공기의 압력을 기압이라고 하는데 꽉 죄는 압력이 느슨해지면 사람처럼 긴장 풀어진다. 압력이 낮으면 열받을 일도 없으니 온도가 내려간다. 자꾸만 내려가면 언다. 물이 얼음이 되는 것처럼. 이 하늘에 뜬 얼음이 구름이었다. 얼음 알갱이들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 구름이었다니. 앞으로 구름을 보면 얼음이 생각날 듯?

이젠 일기 예보도 이해할 수 있다. 온대 저기압과 열대 저기압이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태풍과 엘니뇨 현상에 대해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쉽게 이해하며 읽었다. 나는 엘니뇨 현상만 들어봤는데 적도에서 나타나는 라니냐 현상도 있었다.

지구과학을 배우니 지구에 대해 좀 더 친근함이 느껴졌다. 지구가 이런 곳이었구나. 이렇게 다양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이렇게 다양한 돌들도 구름들도 있었구나 싶었다. 여러 가지 자연 현상을 그냥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되니 깊이 있는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이 참 신비롭게 느껴졌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마지막에 나온다. 나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조금씩 육지가 물에 잠기는 거 아닌가 정도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음이 태양광을 반사시키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얼음이 녹으면? 반사할 얼음이 없다면? 지구가 불바다가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온도가 상승해서 식물이 점점 더 잘 자라게 되면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렇게 폭넓은 교양은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려운 내용은 이해 못하고 지구과학을 조금 맛보았을 뿐인데도 얼음이 녹으면 태양열을 반사할 거울이 없어지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책까지 알게 되었다. 이제서야 이 책 덕에 다 같이 녹색 지구를 만들자는 캠페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구과학으로 지구를 이해하면 환경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좀 더 이해가 된다. 내가 자원을 재활용하고, 하나를 사서 오래 쓰는 것이 왜 좋은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특히 음쓰 발생률 상위권인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부터 줄이는 실천을 하면 어떨까? 셀프 바 음식은 딱 먹을 만큼만, 혹시 남겼으면 싸가지고 와서 집에서 먹는 등 넓게 보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지구를 아끼는 것이다.

모든 물건을 팍팍 쓰는 게 아니라 소중히 아껴 쓰는 것 역시 지구 사랑이다. 싸다고 팍팍 쓰면 나처럼 무식한 것이고 지구를 먼저 생각해서 아껴 쓰면 멋쟁이 아닐까? 어떤 분이 TV에서 물티슈를 빨아서 말렸다가 기름때를 닦아 쓴다고 했다. 나는 그분이 너무 멋있었다. 하지만 와이프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서 와이프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와이프까지 동참하게 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최고의 선인 통섭형 인재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지구과학으로 지구 사랑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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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 비밀과외
아크미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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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본질은 노력이 아닌 '방향성'에 있다. 기출에서 사용된 사고 과정을 정확히 익히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수능 공부의 본질이다.

수능은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실력을 키우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른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수능은 단순히 문제를 반복해서 푼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방법을 따라 해야 한다. 그러면 점수는 무조건 오른다. 수능 공부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실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냐고? 저자는 2022년 수능에서 전 과목 백분위 만점을 맞아 연대 의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친 듯이 공부하지 말자. 잘못된 방향과 방법으로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깨달은 것과 오답 노트가 아닌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와 같은 수능을 위한 공부의 본질을 알려준다. 이 책에 소개하는 공부법은 직접 적용해 봐야 하는 내용이다. 먼저 수능 성공전략을 알려주는 1부에서 내가 생각하는 핵심 포인트다.

몰아서 공부하지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후회 없을 정도로 공부한다면 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뿌듯한 수능 준비가 될 것이다. 아들도 두 번 다시 고3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때만큼 열심히 공부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나는 벼락치기 스타일이다. 시험 때만 공부했다. 하지만 공부는 몰아서 하는 게 아니다.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루틴이 좋은 것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그냥 한다. 수능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공부 습관 만들기다. 몰아서 공부하는 것을 습관이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처음 독서할 때 5분마다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고 괜히 책상 정리하고 정말 산만함의 극치였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꾸준히 책상에 앉았더니 점점 독서 시간이 길어졌다.

오늘 15시간 공부하고, 내일 5시간 공부하면 절대로 안 된다. 매일 12시간씩 또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 시간을 정해 놓고 습관이 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도 규칙적이 될 수밖에 없다. 들쑥날쑥 공부하면 지키지 못한 날은 자책감으로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성적을 올리는 건 지속성 있는 공부다. 벼락치기보다 꾸준함이 승리한다.

원초적 실력을 쌓는다.

실력이란 가장 자주 받은 점수가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점수의 구간이다. 저자는 낮은 점수가 나올 때마다 수능에선 이런 거 안 나와, 이런 문제는 평가원과 안 어울려, 이건 내 실력이 아니야, 수능은 운이야,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등의 핑계를 대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지만 오로지 왜 이런 점수가 나왔는지 피드백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문제를 틀렸으면 오답 정리를 하면서 내가 이 문제를 맞히기 위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어떤 접근 때문에 오답이 나왔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수학 문제의 경우 계산 실수였네 하며 그냥 넘어가면 제자리걸음인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 나온 수학 문제의 경우 '지수로그 그래프 문제에서는 어떻게 하면 미지수를 최대한 적게 잡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자'라고 피드백 한다. 국어의 모델링과 렌더링 지문 문제의 경우는 '두 가지 이상의 개념을 설명하면 비교와 대조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자'와 같이 피드백 한다. 피드백 없이 왜 틀렸는지 보고 넘어가기만 반복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수능 당일과 같은 긴장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는 원초적인 실력만 남는다. 이 원초적 실력은 오직 절대적인 공부량으로만 채울 수 있다. 이 공부량은 생각의 량이다. 수학이면 직접 손으로 계산을 해본 시간과 사고한 시간이 합이고, 독서라면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측하며 연결하고 대조한 시간이다. 더 적은 양의 문제를 풀었어도 생각의 밀도가 높은 공부를 했다면 더 많은 공부량을 수행한 것이다.

집중이 안 될 때는 공부 분량을 정해서 하면 된다. 1시간에 25문제 풀기나 개념 공부도 좋다. 그리고 강의를 구경만 하면서 본인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부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영어 인강 수강할 때의 내 모습이다. 나중에 뭘 배웠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들을 때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혼자 배운 것을 쭉 써서 인출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공부했다고 한다. 백지 인출법을 추천한다.

노력과 몰입은 다르다.

몰입을 해 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있다. 대학 4학년 때 논문 준비를 하면서 어찌나 재밌던지 책을 읽다가 날이 밝아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드라마 몰아보기로 날을 샌 것이 전부다. 드라마 보기와 게임하기도 몰입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하는 몰입은 시간과 공간을 잊은 상태다. 최근에 책을 읽다가 책 속에 빠져서 벌써 점심이야? 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게 남들이 말하는 Flow(흐름) 몰입이구나 싶었다.

칙센트 미하이가 왜 몰입을 흐름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사라지고 힘들기는커녕 자연스럽게 힘이 넘친다. 집중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 힘들거나 괴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몰입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몰입 상태에서는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생각의 밀도가 높아져 훨씬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메타인지하면 나는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지지위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가 생각난다. 나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라는 뜻인데, 그 옛날에 공자님은 메타인지를 알고 계셨다. 메타(meta)는 최상이란 뜻이니 메타인지란 최상의 앎이다. 이게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메타인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몰입으로 공부하고 배운 내용을 모조리 빈 종이에 적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적지 못한 것은 철저하게 다시 공부했다. 마지막으로 소제목만 보고 교재의 모든 내용을 종이에 적을 수 있게 되면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일주일 공부한 것을 주말에 백지 복습을 하고 기억나지 않는 내용은 완벽히 적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 이때 저자는 비로소 공부다운 공부를 했다고 느꼈고 메타인지 능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을 배워보자.

2부에서는 과목별 공부 전략을 세세하게 짚어 준다. 국어에서 내가 아주 공감한 부분이 지문을 읽다 보면 이해에 치중한 나머지 내가 지금 무엇에 대해 읽고 있는지 헤맨다는 말이었다. 내가 처음 어려운 책을 읽을 때 그랬다. 읽다 보면 뭘 읽었는지도 모르고 멍 때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았다. 문장마다 정보량이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난도 지문은 이 책에서 알려준 대로 많이 연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독해 지문의 본질은 필자가 유인하는 '해야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수학 공부는 개념, 태도, 스킬 세 가지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나는 개념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수학을 못했던 거다.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잘못됐다. 나는 스킬을 공부로 생각하고 있었다. 개념도 모르면서 스킬만 외웠으니 응용을 못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 찍을 때 채점하다 답지에서 제일 많이 나왔던 번호로 찍었는데 답사이로 막 비가 내렸다.

수학의 본질은 논리적 비약 없이 모든 풀이에 필연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때 스킬은 개념을 정확히 아는 학생이 풀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일 뿐이었다. 단 한 문제를 풀더라도 모든 과정이 필연적이고 논리의 흐름이 확고해야 제대로 된 수학 공부를 한 것이다. 나는 목적 없는 계산의 나열이었다는. 책에서 말하는 개념부터 확실히 말할 수 있게 공부하는 것부터 따라 해 보자.

영어 공부 순서는 어휘, 구문 해석, 지문 독해, 문제 풀이다. 지문을 읽었을 때 내가 어휘를 모르는지, 문장 해석이 안 되는지, 지문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지, 선지를 못 골라내는지 점검한 뒤 단계에 맞는 공부부터 시작해야 한다. 해석은 되는데 주제 파악을 못했다면 지문 독해 공부가 필요한 단계라는 식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친절하게 다 알려 준다.

영단어 암기법 중에서는 단어는 품사까지 외우고 예문은 소리 내서 읽으라는 팁이 기억난다. 한 번에 오래 보는 것보다 짧은 시간을 여러 번 보는 것은 나도 경험해봐서 강추한다. 독해 공부하는 방법과 핵심 주제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 듣기 실력 향상 법도 있다.

탐구 과목은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과학탐구 투과목을 선택하는 방법, 상반기와 하반기에 목표를 달리해서 탐구 공부하는 순서도 알려준다. 월별 탐구 공부 공략법을 읽으면 시험장에만 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도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있다.

3부에서는 수능 디데이 맞춤형 습관 만드는 법, 4부는 최상위권 수능 만점자가 되는 길이다. 최상위권이 안정적인 1등급을 유지하는 법, 2~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리는 법, 4등급 이하 올바른 공부를 시작하는 법, 그리고 내가 고른 게 정답이라고 믿는 마음가짐과 같은 수능 특약 처방을 알려준다. 혹시라도 이 책을 통해 좋은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꼭 저자에게 편하게 연락해 달라고 한다. 모든 수능생들의 공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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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시골 양복점 오고리상사가 글로벌기업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라이프웨어’를 입히기까지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박세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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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영은 끝에서 시작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야나이는 유니클로의 성장이 아닌 끝을 정했다. 바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공인회계사가 오고리상사에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유니클로의 사장 야나이 다다시(柳井正)의 사무실 벽면 전체에 책이 가득했는데 꽂혀 있는 책은 기업이나 경영에 관한 책뿐이었고, 월마트나 IBM 등 해외 기업을 다룬 책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나처럼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꽂아 놓은 장식이 아니라 대부분 여러 번 읽은 흔적이 있는 책이었다. 사장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자의 연구실 같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열심히 연구했고 그 지식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1997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이 되겠다며, 이를 위해 연간 3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터무니없는 꿈도 얘기하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믿어졌다는 것. 유니클로의 글로벌 진출의 성공에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책을 읽었던 야나이 다다시독서력이 거름이 되어 주 지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도 독서 광이었다는데 이 분도 그 많은 책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전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다. 유니크 클로징(Unique Clothing)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일본 우베라는 시골의 한적한 상점가에 있는 오고리상사라는 이름의 신사복 가게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스페인의 ZARA, 스웨덴의 H&M, 미국의 GAP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1991년 9월 1일, 오고리상사라는 회사명을 패스트(Fast, 빠른)와 리테일링(Retailing, 소매업)을 합쳐 패스트 리테일링으로 변경했다. 빠른 소매업이라는 뜻으로 진짜 의미는 맥도날드처럼 고도로 시스템화된 소매업의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유니클로의 경영이념은 현재 23개 조항인데 첫머리에 적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고객을 창조하는 경영"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의 신념은 옷에 개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옷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옷에 개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우라 도시하루(浦利治)는 유니클로 최고참 직원이다. 15살 때 우베에 있는 오고리 상사의 주인 야나이 히토시(柳井等) 밑에서 일을 배우며 살게 되었다. 이때 야나이 다다시의 아버지는 한 푼이라도 소중히 하라고 가르쳤는데 이 말은 절약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단돈 1엔처럼 작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의미였다.

아버지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받은 야나이 다다시는 서점을 무척 좋아했다. 손님 스스로 원하는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어느 대학의 생협에서 슈퍼처럼 모든 물건을 자유롭게 사는 것을 보고, 옷도 서점처럼 마음껏 고를 수 있는 거대한 창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전환점은 생각하기만 해서는 찾아오지 않는다. 행동으로 옮길 때 기회가 온다. 그래서 히로시마 뒷골목에 '유니크 클로징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를 오픈했다. 오픈 첫날부터 대박이었다.

남성복 전문점에서는 매번 매장을 손보고 세일을 해서 손님을 끌어들였는데 그때마다 돈이 들어갔다. 그래서 개조하지 않아도 되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그의 결론은 가게가 낡아서 매번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낡게 만들면 된다였다. 그는 이 낡은 창고형 매장에서 3만 벌이나 되는 재고를 쌓아 놓고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팔았다. 유니클로는 쉽게 손이 닿는 저렴한 캐주얼웨어를 지향했다. 하지만 점점 인기가 줄고 2호점이 망하자 교외에 매장을 냈다.

이때의 유니클로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대중이 좋아하는 옷을 대량으로 사들여 판매했다. 이것을 2000년대에는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불렀다. 야나이 다다시는 디자인도 내 맘대로 할 수 없고, 남이 만든 것을 판매해 주는 종합 의류 슈퍼마켓으로는 미래가 없음을 깨달았다. 패스트패션은 유행에 맞춰 옷을 공급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유행에 앞서 옷을 공급하고, 오히려 유행을 직접 만들어내는 쪽에 가깝다. 팔리는 이유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낸다.

그래서 야나이 다다시는 SPA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다, Speciality store는 특별한 가게, 전문 판매점 정도로 해석된다. retailer는 소매업자나 소매점을 말한다. Private label은 자체 상표, 자체 제작이고 어패럴 Apparel은 의류다. 직역하면 SPA는 자체 브랜드 의류 전문 판매점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제조 소매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도매상 빼고 공장이랑 바로 거래하는 것. 제조와 도매상은 공존한다는 기존 상식의 틀을 깬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이 SPA의 개념을 아이폰에 적용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다음 중국이나 대만의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국제 분업 체제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데 성공 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니클로가 된 전환점은 ABC 개혁이었다. All Better Change의 약자로 모든 것을 더 좋게 바꾸자는 뜻이다. 다양한 개혁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옷을 어떻게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팔리는 옷을 만들 것인가로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도 진행 중인 정보 제조 소매업(Digital Consumer Retail Company)즉 고객이 원하는 필요한 옷만 필요한 만큼 만드는 환경친화적인 시도다. 지금은 이상일 뿐이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이상에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5장부터는 야나이 다다시 주변에 인재들이 모여들어 유니클로가 세계로 향하는 과정이 나온다. 새로운 인재들이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싸워왔는지 왜 실패를 했는지 그 요인을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과정이 멋있다.

사와다 다카시우리나라의 명동 격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오픈하면서 후리스를 전면에 내건다. 3층짜리 하라주쿠점의 한 층을 모두 후리스로 채우는 과감한 레이아웃을 꾸몄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고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그 유명한 후리스의 탄생이다. 그다음은 사와다 다카시가 친 동생처럼 생각하는 다마쓰카 겐이치가 유니클로 사장이 된다. 사와다 다카시, 다마쓰카 겐이치, 도마에 노부오, 모리타 마사토시는 유니클로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ABC 개혁 4인방이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실패담, 경직된 조직의 개선 이야기, 중국 상하이 진출, 후리스를 대체할 새로운 무기인 '히트텍'의 탄생, 그리고 다시 야나기 다다시가 사장을 맡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다. 뉴욕 인근에서 오픈한 매장 3곳의 실패, 블랙 기업 논란, 유니클로의 동생 GU 스토리, 등등 사업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기는 처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저널리스트 스기모토 다카시(杉本隆)다. 그는 일본 기업의 99% 이상이 이름 없는 중소기업인데, 이 수없이 많은 회사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니클로의 성공 스토리가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유니클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영감으로 순식간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패도 많이 하고 블랙 기업이라는 비난도 받으며 더하기와 빼기를 착실하게 반복한 회사다. 그래서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 책 한 권이 희망의 선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철학이 확실하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을 테니까. 특히 절망적인 수많은 실패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우리가 유니클로만큼은 아니니 앞으로는 더 잘 될 거라는?

이제 유니클로는 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다. 라이프웨어(Lifewear)라는 산업혁명을 외친다. 남녀노소, 국가,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입을 수 있으며 환경과 사회를 배려한 옷을 지향한다. 그래서 유니클로 라이프웨어가 추구하는 가치인 진선미(眞善美)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 3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당신은 누구인가?

  2. 당신은 이 나라에서 어떤 좋은 일을 했는가?

  3. 당신은 전 세계에서 어떤 선한 일을 했는가?

유니클로는 이 질문에 답하며 앞으로도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갈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래서 유니클로의 옷은 오늘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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