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문장들

P99.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니까. 그러나 될 수 있으면 정기적으로, 집중하면서, 핵심에 접근해서, 완벽한 평온과 안정 속에서 작업을계속해 나가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 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 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요즘은 작업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

P115.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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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생 그림책 Dear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 사계절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속초에서 언니가 구입한 덕에 맥주를 마시며 후르륵 책을 읽었다. 따뜻하고 예쁜 그림들. 멈칫멈칫하게 되는 문장들.

내 책꽂이 한켠에 꽂아두고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어도 참 좋을듯.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잠에 관한 것이다! 몇년전만 해도 숙면의 기쁨이 이렇게 클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그만큼 기뻐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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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필사책을 너로 정했다!
하루에 한 문장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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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문학관에 갈 일정이 생겼는데 이병주씨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해 급하게 읽은 소설이다. 생각보다 더 재밌게 읽었다. 지금도 헬조선이라며 난리지만 1940-1950년대는 내가 상상하지 못할 헬조선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p58 결과적으로 보면 이인영 의병대장과 그 동지들의 행동은 위대하기는 했지만 일종의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 목적을 관철하지 못한 저항은 모두 아나크로니즘이다.
그러나 인간의 집념, 인간의 위대함, 인간의 특질이 아나크로니즘을 통해서 더욱 명료하게, 보다 빛나게 나타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니까 인생은 그 위상에 있어서나 본질에 있어서나 비극적이라고 할 수밖 에 없다.

p364 "아침에 나갔던 청춘이 저녁에 청춘을 잃고 돌아올 줄 몰랐다"는 구절은 조선어의 운율로 읽으면 랭보의 시를 닮아 절실하기까지 하다.
이제 무엇을 말하랴! 한스 크리비나(카로사, 루마니아 일기」의 주인공)의 절규가 들릴 뿐이다.
나는 병정이란 것을 생각해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누누한 사시를 쌓아놓고 두보의 시편에 임리한 눈물을 뿌려놓은 병정이라고 하는 그 운명.
병정은 그저 병정이지 어느 나라를 위해, 어느 주의를 위한 병정이란 것은 없다. 죽기 위해 있는 것이다. 도구가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것은 없다. 죽기 위해 있는 것이다. 도구가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수단이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영광을 위한 재료가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죽느냐고 묻지 마라. 무슨 도구냐고도 묻지 말 것이며, 죽는 보람이 뭐냐고도 묻지 말아야 한다. 병정은 물을 수 없는 것이다. 물을 수 없으니까 병정이 된 것이며 스스로의 뜻을 없앨 수 있으니까 병정이 되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병정이니 더욱 영광스럽고 차르의 병정이니 덜 영광스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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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0 "그럴까?"
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더니 유태림은 이런 말을 했다.
"학생들이 지금 서둘고 있는 동맹휴학이 나쁘다고 하자. 나쁘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맞서는 것은 교육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 선동을 받은 행위라고 하자. 그러나 추측만으로 그렇게 취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지금 그들을 설득해가지고 문제가 낙착될 수 있다면 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지. 하지만 추측대로라면 어떤 강력한 조직을 통한 계획이며 그 실천 아닌가. 거기에 대항할 만한 조직과 힘이 없지 않은가.
학생들과 맞서지 말고 지켜봐줘야 해, 동맹휴학의 체험을 통해서 스스로가 배우도록, 동맹휴학의 결과를 통해서 그런 짓이 허황한 노릇이었다는 것을 느끼도록 지켜보는 거야.

P181 상대방은 원수가 아니고 학생이다. 언젠가는 화해해야 할 학생들이란 점을 잊어선 안돼. 화해을 하자면 그들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겨놓아야 하는 거지.

P254 그러한 내 마음이 통했을 리는 없었지만 우연히 마주친 시선에 황홀한 아지랑이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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