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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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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의 삶의 모든 부분이 디지털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아침마다 우리를 깨우고, 우버나 카카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IT 계열의 회사에서 일한 후 퇴근해서는 배민이나 쿠팡이츠로 저녁을 시켜 먹는다. 친구를 만나기 보다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더 이상 영화관도 가지 않는다. OTT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 중요한 정보를 위해 책을 읽어도 이제는 종이책이 아니라 E-book을 읽을 수 있으며 수업도 이제는 줌을 통해 듣는다. 이러한 삶의 면면들은 이제 우리가 현실의 삶이 아니라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아마도 최근에 일어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없었다면, 그로 인해 농작물에 대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를 얻기 위한 각국의 쟁탈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런 착각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은 디지털 세계라는 상부구조 아래에는 식량과 원유 같은 기초 물자 등의 하부구조가 존재한다. 현실에서의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의 충격은 이런 기초물질의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은 소셜네트워크부터 소매원,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물질적 하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건 물질계이다.

저자인 에드 콘웨이는 <물질의 세계>에서 이렇게 묻는다.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종말을 맞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철이나 천연가스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읽어나갈 독자들에게 목표를 제시한다. 바로 우리가 얼마나 그 물질들에 의존하는지를 따져보는 일. 우리는 이 여정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일상용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하여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 두 번째, 이토록 복잡한 제조 과정을 단 한 사람이 맡거나, 더 나아가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다시 강조하지만, 인간은 물질세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살아갈 수 없다. 글로벌 이슈를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보니 이 책의 주장과 최근 국제정세의 흐름이 일치한다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오늘날 전 세계 정부는 물질의 통제와 제조 과정 문제가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급격히 깨닫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 중 하나는 '미국의 공급망'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이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분야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내가 국제정세의 변화나 경제에 대해 수업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의 삶은 디지털이 아니라 제조업에 크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어플을 기능하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실물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버나 카카오 택시의 경우 택시라는 자동차가 없다면 이 인프라를 돌아가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배민도 마찬가지다. 배달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질의 세계>를 읽다 보니 제조업보다 더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간 깊은 차원의 물질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물질을 통해 인간의 운명이 진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는 정치 제도 이상의 것에 빚지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땅에서 캐낸 것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이 처음에 있었지만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임을 깨달았다. 문체는 복잡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쉽고 가볍게 읽힌다. 물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과학서의 딱딱함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마치 함께 여행을 떠나듯이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버린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깨달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한 미덕은 인내심이 아니라 시간뿐이라는 것을. 두 번째로 이 책은 물질에 관한 책이지만 지정학의 언어로 쓰였다. 물질의 세계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해 우리의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하이 콘텍스트, 즉 고 맥락 언어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24년 현재, 살아가기 힘든 시대다. 개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부동산 시장의 몰락으로, 경제적 위기로, 취약한 이들의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인종차별로, 혹은 그게 무엇이든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들. 책을 읽으면 어쩌면 이해불가한 일들에 대한 하나의 관점은 얻을 수 있다. 이런 책은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에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무지는 타인을 탓하고 혐오하게 한다. 하지만 앎은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최소한 우리를 너그러워지게 한다. 내게 읽고 공부하는 이들이 늘 빛나 보이는 이유다.

이 책은 2023년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즈> 등 신뢰할 만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뉴욕타임즈>와 <BBC>에서 추천도서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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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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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와 해법에 관한 책인 <인구 위기>를 읽으면서 절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확히 이 책이 말하는 해법에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 인구정책이라며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 책의 문제 진단과 해법을 따라가며 살펴보면 한국 사회에 대한 시니컬하면서도 재밌는 비평 작업이 될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이 책은 모든 것이 역행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비판서다. 


우선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원인이 "가족제도의 변화된 사회구조 및 변화된 사회윤리적 내용"에 있다고 말한다.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있어 가정을 이루려는 사회적, 경제적 근본 이유가 바뀌면서 가족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도 바뀌었다. 즉, 출산율의 감소는 실제로 이전 사회에서 물려받은 가족제도가 오늘날의 경제, 사회에 맞추기 어려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열쇠는 "여성"에게 새로이 부여된 동기에 있다. 그 동기란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생활수준의 향상이다. 그런데 바로 "출산과 양육"이 이 동기의 실현에 점점 더 방해 요소로 인식된다.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바로 이 심리적인 동기를 없애는 방법 외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여성들이 가족을 구성하고 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에 자녀가 방해 요인이 되는데, 이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자녀가 방해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가족제도의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조직적으로 변경해 그에 따른 구조와 의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과 해법에 대해 우리나라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인식적인 측면에서 이제 어느 정도는 성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횡행하다. 남성이 가부장으로서 한 가정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었던 경제구조는 이미 끝난지 오래다. 이제는 남성조차 여성이 가정 내에만 머무르길 원하지 않는다. 맞벌이의 시대는 열렸지만, 여전히 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은 여성의 일이라 여겨진다. 이런 현실과 더불어 여성들의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이미 너무나 많이 논의되어서 이제는 듣기도 지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회사에 오래도록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출산과 양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 정부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두 번째로, 저자들은 우리가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동시에 자녀 양육에 대한 기본적인 부담을 전체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설정함으로써 급진적인 분배정책을 현실화하는 예방적 사회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년세, 출산축하금, 출산장려금, 다자녀 가정 세금 혜택 등과 같은 경제적 분배의 소규모 조정만으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으며, 이런 정책들은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자원의 부족이 아닌 사회가 비효율적으로 조직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예로서 노동시장, 보육부담, 공공 의료 서비스, 무상급식, 계층 간의 차이를 나열한다. 


현재 우리는 출산과 양육에 대해 각각의 개인들이 전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임금과 소득 또한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불안정으로 인해 더욱 위태로운 상황인데, 출산축하금이나 출산장려금은 그 혜택이 우스울 정도로 작아서 비웃음만 살 뿐이다. 적어도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공공이 개입해 그 비용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비용을 각 가정에 발생하는 만큼 제공해야 하지 않는가?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가정에 경제적인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공공의료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절망스럽다. "소아과 대란"이라고 불리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붕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객관적인 이유를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해 책의 저자들 또한 의사들이 종종 그들의 소명과 직업문제를 사회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들이 개별 인간의 걱정에는 관심이 있지만, 사회적 문제의식과 그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적으로 중요한 "의사 교육의 광범위하고 합리적인 개혁"을 제시하며, 미래의 공공 의료진은 기존 의료진에게 부족했던 사회위생학적인 혜안을 대학 교육 때부터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이미 이익집단이 돼버린 의사집단은 인구에 비해 너무 적은 의사를 증원하라는 시민들과 국가의 요청에 극렬히 반대했다. 그들은 의료 서비스를 단순한 "노동 노조"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무상급식 제도나 필수 식자재에 대한 할인 도입 등 아이들 간의 계층 간의 차이도 줄여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그 성격상 경멸적이다. 자신의, 혹은 부모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만 쥐꼬리만한 혜택이라도 받는다. 당신이 복지병이나 복지의 덫이라는 개념을 운운하든 말든 나라의 미래인 출산율의 감소를 진지하게 걱정한다면 무조건적인 복지는 무조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특히 아동수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멸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비용은 가능한 많은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즉 이 제도의 수혜를 입어야 할 이유를 증명할 필요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육 부담의 재분배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정책을 추진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전달되고 부모들의 남용을 막을 수 있게끔 전개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결과들은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아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진다는 철학이 함께 더해져야 한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면서 모든 게 역행하는 사회에 살며 다다른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나 개인으로서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사회가 더 살만하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라면 왜 안되겠느냐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들조차 행복하지 않은데, 심지어 지금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는데, 과연 희망이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이 하나의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이 바뀌길 바란다. 무상급식 제도나 필수 식자재에 대한 할인 도입 등 아이들 간의 계층 간의 차이도 줄여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그 성격상 경멸적이다. 자신의, 혹은 부모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만 쥐꼬리만한 혜택이라도 받는다. 당신이 복지병이나 복지의 덫이라는 개념을 운운하든 말든 나라의 미래인 출산율의 감소를 진지하게 걱정한다면 무조건적인 복지는 무조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특히 아동수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멸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비용은 가능한 많은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즉 이 제도의 수혜를 입어야 할 이유를 증명할 필요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육 부담의 재분배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정책을 추진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전달되고 부모들의 남용을 막을 수 있게끔 전개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결과들은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아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진다는 철학이 함께 더해져야 한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면서 모든 게 역행하는 사회에 살며 다다른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나 개인으로서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사회가 더 살만하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라면 왜 안되겠느냐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들조차 행복하지 않은데, 심지어 지금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는데, 과연 희망이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이 하나의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이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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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2.3 202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3
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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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의 특집 기사는 놓칠 수 없다. 주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러시아의 푸틴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데 이어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공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이 주민들의 국민투표로 결정되어 유혈사태는 없었지만 그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푸틴에게 ‘어라, 이게 되네?’라는 위험하고도 건방진 생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동시에 서구는 나토의 동진을 밀어붙였다. 나토의 탄생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바로 구 소련의 위협에 대한 서구의 총체적 군사적 방위가 아니던가. 그리고 나토의 확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나라들을 가입하게 했으니 사실 푸틴이 느꼈던 압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카고 대학의 Jone Mearsheimer 교수는 “Ukraine is the west’s fault”라고 말했다. 결국 푸틴만의 잘못은 아니다. 국제관계의 힘의 변증법이 이 사단을 만들었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젤란스키 대통령의 용기는 칭찬할만하지만 국가의 리더로서 외교능력의 부재는 어떤가. 단순히 어리석은 독재자 푸틴 하나만 악마화 시키기엔 사안이 너무나 복잡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3월호는 우크라이나 특집호다. 특히 <제재와 전쟁 사이의 우크라이나 혼란>과 <미국이 군사 우위를 다질 기회>이 두 기사는 꼭 읽어볼만 하다. 위에서 푸틴 한 사람만 악마화시키고 끝내기에는 사안이 더 복잡하다고 한 이유가 이 기사들과 연결된다. 국제관계에서 한 나라가 맹비난을 받을때는 그로인해 이득을 보는 상대도 있는 법이다. 미국이 정의와 전쟁반대를 외치며 전세계인을 감동시킬때 펜타곤은 타국에서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확대하며 강대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며 군사우위를 다진다. 미국은 상식적인 잔소리를 하지만 결국 미국의 입맛에 맞게 몇몇 나라들에게 경제제재를 가하며 미국에게 유리한 경제질서를 만든다. 이런식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경제제재는 심지어 유엔의 결의를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제재란 것들이 효과가 있기는 했는지 묻는다면 과연? 이번 러시아 경제제재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세계 슈퍼파워들의 양극화만 재차 앞당긴 것이다. 


결국 국내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만으론 부족하다. 국제정치적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나 이런 식으로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형성되는 국제질서의 불균형과 위기감은 여전히 최악의 이웃 나라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 최악의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갔지만, 진정 간 것인가? 신 냉전의 전조와도 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며 국제질서가 재편되는것을 목격한다.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시각은 무엇일까? 


이번 르몽드 3월호 우크라이나 특집을 읽으면서 꽤나 새로운 정보들을 얻었다. (영어시사토론 수업자료로도 활용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당면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정치적 경험은 고사하고 외교능력까지 전무한, 제대로 된 균형감각을 유지해도 모자랄 판국에 미국에 대한 맹목적 신념을 쥐고 있는 이를 한 국가의 지도자로 뽑은 이 대한민국이 과연 신냉전시대에 살아남을수는 있을까 하는 회의가 가득담긴 질문을 던져본다. 함께 풀어나가야 할 국내문제가 산적해있지만 하나의 큰 물결처럼 국제정치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시각의 확대를 위해 르몽드 읽기를 추천한다.


르몽드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르몽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러시아우크라이나 #국제정치 #국제정세 #책 #책추천 #책후기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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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 영혼의 손길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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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영혼의 손길 
#도서협찬 #도서제공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자코메티 전시회에서 “걷는 사람”을 본적이 있었다. 인간에게서 매끈한 피부와 뜨거운 피를 모두 배수하여 제거해버린듯 앙상한 인간 형태의 긴 조각이었다. 어두운 방안에 짙고 밝은 조명 아래에 설치된 작품에서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를 조금, 카프카 작품의 향도 약간 났다. 걷는 사람을 보고 여러 예술가들과 작품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겠지만 명료하게 나만의 단어로 작품을 정의하자면 수동적인 능동성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우리는 죽음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걷고 또 걷는다. 살아있지만 때론 죽어있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렇게 견디며 사는거다. 그렇게 그 작품에서 사그라지는 나 자신의 존재도 느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강한 죽음의 냄새는 우연이 아니었다. 우연히 만난 노인과 여행을 떠났다 그 노인이 죽어버린다. 예민했던 예술가인 자코메티가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순식간에 눈앞에서 벌어진 죽음으로 인해, 그는 삶을 무로 끌어내리는 막강한 힘을 경험하고 존재에서 비존재로 옮겨 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한 남자가 있던 곳에는 껍데기만 남았고, 한때는 가치 있고 장엄해 보였던 것이 이제는 부조리하고 보잘것없었다. 그는 삶이 연약하고 덧없는 것임을 목격했다.”(p.98) 이 사건 이후로 자코메티는 44년 4개월 동안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든 잠을 잘 때 언제나 불을 켜 놓았다고 한다. 


혹은 시대적 상황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1901년에 태어나 1966년에 죽었다. 그가 산 시대는 가히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시기였다. 뒤샹과 같은 천재 예술가가 나타나 미술이라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파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대가 예술가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경우도 많은것 같다. 자코메티는 죽음이 유럽을 배회하던 시기의 예술가로 아마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본질,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힘찬 남성미를 가진 로댕적 조각과는 다르게 그의 작품은 정말 그 뼈대만 남아있다. 삶과 죽음은 자코메티에게 실존적 경험이었을 것이며, 이는 충실하게 그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 걷는 사람을 본 순간은 압도적인 경험으로 기억된다. 


현대 최고의 조각가로 여겨지는 자코메티의 삶을 다룬 <자코메티, 영혼의 손길>은 전기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전시회에 갔을 때 제임스 로드의 초상화를 본 기억이 난다. <파이널 포트레이트>라는 영화로도 상영되었다. 책과 영화, 그리고 그의 작품을 함께 찾아 본다면 훨씬 입체적인 예술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출판해주신 을유문화사에 감사하다. 

이 리뷰는 @eulyoo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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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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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단순히 의학적 바이러스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있다. 팬데믹은 오히려 우리내부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철학적 갈등을 표면으로 끄집어 내었다. 일반 시민들은 마치 이런 재앙은 처음이라는 듯이 어리둥절해하며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고, 심지어 세계 각 국의 정부와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조차 허둥지둥하며 그들의 무능력을 전 세계에 시연했다. 마치 이 상황이 모든 갈등을 불러온 것 같지만 사실 이 깊은 분열은 사회의 심연에서 들끓고 있었다. 

미국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달라는 시위가 연일 잇달아 열렸다. 노동자들은 감염되어 죽더라도 일할 자유를 달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돈을 잃는 것은 목숨을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났지만 백인들은 “백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모든 이의 목숨은 중요하다”라고 외쳤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백인 에이미 쿠퍼는 자신의 개에게 하네스를 채워달라고 부탁하는 흑인 남성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 씌운다. 그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로 지칭하면서 그런 중립적 단어를 쓰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듯이.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 코로나 비대면 시대를 미래로 확장시키려 한다. 우리는 결국 모든 육체를 버리고 메트릭스 세계로 진입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을 일종의 쇼크 요법을 시행할 기회로 활용하여 사회공공분야를 민영화 시키려고 하는 정치가들과 기업가들이 있다. 전 지구적 연대가 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역시나 인간은 인간이다. 

지젝은 이 모든 문제들에 철학적 사유를 들이댄다. 과연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는 도대체 어떤 자유인가? 감염되더라도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외치며 일할 자유를 달라고 시위하는 노동자들에게 삶과 죽음이라는 역설적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한 이들, 노동자들이 차라리 노동장에서 죽게 해 달라고 시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이들은 애초에 누구인가? 흑인들은 진짜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백인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외치는 이들은 어떻게 인종차별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가? 

한국도 다르지 않다.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무차별 폭력이 가해지고, 코로나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직장을 잃었고 더 많은 양육과 가사노동의 부담을 지고 있으며, 혹은 심한경우 가정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 여성차별 따위는 없다며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과 반페미니즘 정서를 등에 엎고 젊은 남성 정치인이 마치 자신은 공정한 경쟁의 승리자인양 등장했다. 택배기사님들과 배달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작 우리가 조금 더 편하자고 온갖 고생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에 의사집단이 히스테리적으로 반발하며 의료파업을 했다. 공공서비스의 지역불균형의 문제도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었다. 아마 새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표면화 되었을뿐. 

지젝의 다른 책에 비해 매우 읽기 쉬웠다. 그러나 읽기 쉽다는 말이 결코 날카롭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정신나간 세상에서 이 책을 잃다보면 어느 정도 삶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생의 감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모를때는 더더욱. 이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지만 그 애매모호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때는 더 깊고 치열하게 말이다. 

@bookhousebook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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