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믿음에 있어 한계는 없는 것일까? 종교적인 믿음의 힘은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을까?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바람 앞에 세워진 촛불마냥 쉽게 꺼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믿음이 아닐까?  나 또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에서 오는 당연지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뒤바뀐 딸>을 읽으면서 종교를 떠나 믿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갑자기 걸러온 한 통의 전화는 슬픔과 경악을 담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딸이 죽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지만 병원으로 달려갔고, 가족들은 딸의 장례식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살아서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짚어가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아픔을 달래며 살아가고 있었다. 5개월이 지난 어느날 느닷없이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번에도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죽었다고 장례까지 치뤘던 딸이 살아있으니 와서 확인을 하라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다른 한 가족에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교통사고를 당한 딸이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허겁지겁 달려간 가족들은 딸의 상태가 위험하긴 해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감사하며 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신의 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자신의 딸이 아니었고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딸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한 쪽은 슬픔이 기쁨으로 변했고, 또 다른 한쪽은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바로 딸이 바뀌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그것도 아주 신실한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두 가정이었기에 원망을 말을 쏟아 낼 수 있는, 충분히 그럴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정은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 이후에 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꿋꿋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도 전에 어쩜 이렇게 잘 대처 할 수 있는가라는 놀라움을 또 안겨 주고 있었다. 진정한 믿음의 힘이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두 가족이 시련을 극복해내는 모습도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충분히 도전이 되었지만, 나를 또 놀라게 했던 것은 그들의 장례문화였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깊은 신앙이 있다할지라도 인간적인 마음에서 분명히 슬픈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들도 분명 슬퍼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우리의 문화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함께 해 왔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비디오를 만들어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과 같이 보면서 아픔을 달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교통사고라는 끔찍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말이다. 정말 나였다면 한동안 시험에 빠져 하나님을 원망했을 것 같다. 신실한 믿음의 깊이만큼 원망의 깊이도 깊었을 것 같은데 이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앙의 힘으로 하나님 품에 안겼으니 기뻐하자라는 식의 막무가내 신앙관에서 출발하는 장례식도 아니었다. 무조건 울며불며 통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만큼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는지 이 땅에서 삶이 어떠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픔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하며, 또한 고인을 기리며 충분히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시간을 통해 남은 가족도 위로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그 나라의 장례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믿음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어쨌던 이런 장례 문화는 본받아도 좋을 것 같다.

  <뒤바뀐 딸>은 진정한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믿음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시켜야 하는지, 이 세상의 떠날 때 나의 모습은, 그리고 떠나보내는 가족의 모습은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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