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혈통
아르튀르 랭보 지음, 가브리엘 르페브르 그림,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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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를 닉네임으로 쓰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의 선망을 받는 시인. 그 시인의 세계가 막연하게 나마, 궁금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시집의 표지가 예뻤다. 제목은 뭔가 있어보였다.

난해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술술 읽히는 게 신기했던 시집.
정말이지 랭보는 내 취향이 아닌가 보아, 너무 어려워. 라고 생각했는데...
[새벽] 을 발견했다.

시집을 읽는 건, 마음에 드는 시 한편을 발견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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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984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55
조지 오웰 지음, 정영수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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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쯤에 골든슈타인의 책 내용이 너무 지루해서 읽다가 흐지부지 말았던 것 같은데, 3장 가서 포텐이 막 터지네.
밑줄 막 긋다가, 나중엔 포기.
명작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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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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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의 망상이야기, 역겨워하면서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다니
이것이야 말로 진짜 미친 필력이다.

험버트의 사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광장의 서평을 보고 진짜 식겁했다. 속지마 인간들아ㅠ 그의 사랑 (이라 부르기 어려운 욕망 )이 아무리 열렬하고 그 묘사가 아무리 처연하고 아름다울 지언정, 험버트는 자신의 사랑이 돌로레스라는 인격체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그녀 나이의 소녀성에 대한 성욕인 것을 계속해서 분명히 하고 있다. 어떻게 이걸 아름답게 느끼냐고. 아름다운 건 나보코프의 필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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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쓰인 철학서

읽어본 책 중에 가장 쉽다 (고 느끼는 건 법학을 시작한 후 이해 안되는 글 대충 읽기 스킬이 올라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체적인 철학사를 대충 훑어보기는 괜찮다.
시대별 사조와 철학자 이름 귀에 익혀두는 정도.

그런데 일단 책 구성 자체가 전반적으로 두서가 없고
작자 본인의 생각을 보편적 철학의 진리인 것 처럼 서술한 부분이 없지 않다.

문장 자체가 나쁘지 않아서 그럭저럭 완독은 했는데
짧은 글에 너무 많은 철학가들을 구겨 넣다보니 뒷부분은 거의 암호 수준이었다





이성없는 감성은 맹목이며, 감성없는 이성은 공허한 것이다 (칸트)

철학은 이 세계의 구조와 역사의 자기 인식이다.

무에서 유는 태어나지 않는다.
무라는 규정을 지닌 순수유에서 유가 태어난다. (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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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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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반짝 반짝하고 빛난다. 읽은 즐거움을 넘어서서, 그것을 발견하고 찾아내었다는 사실에 기뻐할 수 있는 글이 있다. 갯벌에서 진흙에 묻힌 보석을 찾아내듯 귀중한 것의 진가를 찾아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종류의 기쁨 말이다.

유명한 레닌그라드 포위전을 배경으로, 1441년 6월 독일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이듬해 겨울, 도시를 탈출하지 못한(또는 않은) 사람들은 굶주림을 견디는 자기만의 기술을 터득해 간다.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던 역사 깊은 도시의 문화재는 땔감으로 불태워지고, 장서는 ˝도서관 캔디˝로 가공된다.

태반이 굶주려 죽고 남은 자들은 그 굶주려 죽은 사체의 인육으로 아사를 모면하는 상황에서도, 삶이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는 철갑상어의 알, 고급 와인, 소고기 편육이 대접되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생명을 담보로 그 결혼식 케이크에 쓰일 달걀을 구해오라는 임무를 받고. 그러나 그들은 분노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어떠한 긍정적인 효력도 있지 못한 감정의 소진에 낭비할 열량이 그들에겐 없다. 다만 그들은 문학에 대하여, 체스에 대하여, 여자에 대하여, 또 배고픔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전선으로 나가기엔 너무 어려 옥상에 올라가 망이나 보고 폐허가 되어가는 도시의 허드렛일이나 하던, ˝신체 건강한 모든 영혼들이 도망쳐 버린다면 레닌그라드는 파시스트에게 함락당할거에요. 그리고 레닌그라디가 없다면 러시아에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라고 외치던 정의감에 불타는 소년, 그러나 자신의 핏 속의 두려움이 수챗구멍 사이로 오수가 빠져나가듯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시니컬한 소년은 어느 날 밤 추락하는 독일군병을 발견한 것으로 계기로 어처구니없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모험이라는 단어가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 그 단어가 함의하고 있는 설렘, 용기, 희망 같은 것과는 너무나 멀어서. 다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도시를 걷고, 도시 밖을 걷고, 전선을 걷는다. 그 여정 속에서 비로소 소년은 배고픔을 넘어선 전쟁, 그 날 것의 잔혹함과 비극을 보게 된다.

열일곱 소년은 그 모든 것을 아주 담담하게 담백하고도 해학적인(시니컬하면서도 위트있달까) 이야기로 전달한다.
소년이 모든 상황을 보고 겪으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이 그와 여정을 함께한 친구의 존재감이었듯, 미친 전쟁통에서도 조증 상태를 유지하는 그 별난 캐릭터 덕분에, 독자도 소년이 전달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 바라보고 겪으면서도 그 무게에 질색하지 않을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 보석같고, 몰입감, 문장, 완급조절, 엔딩처리까지 모두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라 이런 보석같은 책을 내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둔 채 읽지 않았을까 한탄했다. 간만에 별 다섯짜리 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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