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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8월
평점 :
#협찬

남들과 다른 아이 오로르를 만나 보았습니다. 300쪽이 넘는 이 동화책은 정말이지 아름다웠어요. 책을 받아들고 쭉쭉 읽어 내려간지 열흘이 다 되어 가는데 오가면서 매만질 뿐, 뭐라고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뭐랄까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어요. 이 책이 던져 준 메시지가 마냥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을 너울지게 만든 한 아이의 이야기, 오랜만에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동화책이었답니다.
오로르는 신비한 능력을 타고났어요.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자신이 남들과 다름에 있어서 큰 두려움이 없어요. 자신이 느끼는 것에 확신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 아이는 조금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선택했어요. 바로 태블릿 pc에 글자를 적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요. 이것도 오로르만을 위한 선생님, 조지안느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짐작했겠지만, 열한 살 오로르는 자폐 아동입니다.
집에서 조지안느 선생님과 둘이서만 공부하던 오로르가 드디어 학교에 갑니다. 비록 조지안느 선생님이 오로르 뒷자리에 앉아 계시지만, 오로르는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것이 그저 즐거웠어요. 하지만 학교에는 '잔혹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다르게 행동하고 표현하는 오로르를 가만히 지켜볼 아이들이 아니었었어요.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굴고 잘난 척을 하느냐는 폭력적인 편지를 받았을 때는 잠시 실망도 했던 오로르였어요. 하지만 오로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대응해 나가요.
오로르는 주변에 도움을 받기 보다 제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마음이 단단해 보였어요. 이 신비한 아이에게는 사실 남들이 모르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어요. 바로 상상 속 친구 오브랍니다. 태블릿 pc에 큰 별을 띄우고 "참깨!"를 외치면 오브가 사는 '참깨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오브와 함께 '힘든 세상'이라 일컬어지는 현실 세계의 문제와 고통들을 나누지요. 오브와 단둘이 신나게 놀기도 하고 마음의 위로도 받아요. 그것이 '힘든 세상'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 아이만의 비법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로르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어서 경찰과 함께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해요. 이번에도 범죄와 관련된 일에 기가 막힌 능력을 발휘해요. 구구절절 늘어질 법한 사건들도 오로르의 깊은 생각과 차분한 행동을 엿보는 재미에 술술 읽어 나가게 되더라고요. 한동안은 우리 초5 어린이가 손에 잡고 놓질 않았어요. 엄마 차례는 언제? ㅎㅎ 가족, 친구, 이성 문제까지 골고루 터치하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 것 같았어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뒤끝 없는 오로르가 대견했습니다. 가까이에 있다면 친구로 지내고 싶을 정도였는데요. 책 속에 담겨 있는 명문장들은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반짝였어요. 노란색 바탕에 네잎클로버의 호위를 받고 있는 오로르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세상에서 정답이 아닌 회색으로 살아가더라도 오로르처럼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친절이 최고라는 것도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해요!
"모두가 다른 건 당연해요. 각자가 가진 다름이 우리를 유일한 존재로 반짝이에 해 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