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지구인 마음이 자라는 나무 46
이혜빈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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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일탈과 힐링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장 스토리! 희미한 저 너머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늘부터 지구인. 표지 빼고 텍스트만 가득한 이 책을 받아들고, 우리 초5 어린이가 그날 밤에 완독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이야기 블랙홀이었답니다.

나왈 행성에 사는 외계인 쇼쇼는 우주 전시관 기획자입니다. 자신의 성장과 커리어의 성공만이 삶의 목표인 양 살고 있었지요. 머리에 핀 꽃이 시들어가는 것도 모른 척하고 앞만 보며 나아갔어요. 그런데 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부유한 금월 가문의 친구들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요. 그들의 여유를 질투하고 동경하는 사이에 그의 영혼은 메말라 갔고, 머리 위의 꽃마저 시들어 갔습니다.

쇼쇼에게 전부나 다름없었던 전시관이 엉망이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어요. 주저앉기보다는 재기를 노리던 적극적인 쇼쇼는 우연히 '지구인으로 살기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대회에서 우승해서 꼭 전시관을 새롭게 꾸미고 싶었답니다. 자신이 외계인인 것을 지구인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미션을 마칠 수 있을지 몹시 흥미진진했어요.

지구인 앤은 열다섯 살 대한민국 소녀입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도 끝나지 않는 숙제 더미에서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었지요. 부모님께 몇 글자만 남기고 홀연히 집을 나갑니다. 그 길에 나쁜 패거리도 만나게 되는데요. 지구에 그것도 대한민국 서울에 막 도착한 쇼쇼는 지구인으로 위장한 채 위험에 빠진 앤을 도와주게 됩니다.

외계인이 아닌 척하기, 가출 청소년이 아닌 척하기. 운명인 듯 이 둘은 열다섯 살이었어요. 쇼쇼와 앤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희한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나갑니다. 앤은 쇼쇼가 지구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며 시시때때로 펼쳐지는 미션을 함께 해결해 나가요. 시들시들한 자신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쇼쇼였습니다.

마냥 밝은 줄 알았던 앤은 학업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온 상태였지요. 이 아이에게 쉼이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깊게 파고드는 엄마의 간섭과 자아를 무너뜨리는 학업량에 진절머리가 날 때면 상상의 세계에서 한참 놀다 돌아왔다고 해요. 마음 둘 곳 없는 앤이 짠하면서도 이들의 모험은 끝이 나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자꾸 기어올라오더라고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참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쇼쇼가 지구인으로 살기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기에 무모한 도전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겠습니다. 의사가 권했던 '작은 휴식'의 의미를 이제는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아요. 쇼쇼의 머리 위에 핀 꽃이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앤은 극적으로 엄마와 화해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게 되었고요.

이 둘은 만났다 헤어졌다 잠깐 동안만 이어질 사이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소통과 공감의 추억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앤이 쇼쇼에게 상상하는 법을 알려준 이후 이 둘은 상상 속에서 늘 함께했어요. 마법 같은 일이지요.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허탈했던 외계인과 모든 것을 쏟아야 해서 기진맥진했던 지구인의 아슬아슬했던 모험은 소소한 위로를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외계인이라는 정체가 탄로날 그 순간에 오랜 애증의 인연에게서 배려와 위로를 받게 된 쇼쇼. 지구에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외계인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 어디든 똑같은데 이왕이면 잘 살아볼까? 싶기도 했답니다. ㅎㅎ 마케터님 죄송... 희미한 저 너머에서 반짝이며 웃어 줄 쇼쇼를 떠올리며 뜨겁게 읽었어요! 스스로가 허락한 쉼 안에서 더없이 자유로웠던 둘의 모습을 따뜻하게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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