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푸스 - 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
장 뤽 낭시 지음, 김예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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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란 이것이다. 몸이 상품화되고, 수송되고, 이동되고, 재배치되고, 대치되고, 하나의 자리와 자세에 처하는 그 과정을 마모될 때까지, 결국 실업의 상태에 빠져 기아에 이를 때까지 계속 밟는 것. 도쿄의 오토바이 위에 올라앉은 벵골인의 굽은 몸, 베를린 참호 속 터키인의 몸, 하얀 소포 꾸러미들을 짊어진 쉬렌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검은 몸...... 따라서 자본은 몸들의 초-기호 작용 체계système de sur-signification를 의미하기도 한다. 계급이나 노고, 그리고 계급 간의 투쟁만큼 기표/기의적인 것도 없다. 각종 힘에 의해, 근육과 뼈와 신경의 뒤틀림에 의해 겪게 되는 노력만큼 기호학의 망을 피하지 못하는 것도 없다. 저들의 손에 앉은 굳은살과 딱지를 보라. 저 허파들을, 척추 뼈들을 보라. 더러워지며 일당을 받는 몸들. 기호 작용의 환環을 완벽히 아물리는 더러움saleté과 보수salaire.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문학이다. 


-장 뤽 낭시, 코르푸스, 문학과지성사, 2012, 107~108쪽



인용 중 첫 문장이 가장 시원스럽고 마지막 문장이 가장 답답하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문학이라니, 이 말 때문에 생각이 많아져서 앞으로 더 쭉쭉 밀고나가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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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6-3 앞에 서서 올려다본 모니터에는 다음 열차가 5분쯤 후에 도착한다고 쓰여 있었다. 읽다 만 97쪽이나 더 읽기로 하는 순간 곁으로 두 명의 취객이 다가온다. 그들은 다소 높은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형은 사장 좋아요?"

둘은 직장 동료구나. 97쪽보다 왠지 이 대화가 더 끌린다. 여전히 시선은 97쪽에 고정시켜 뒀지만 나는 이미 남의 회사 사장 캐릭터를 더 궁금해하고 있었다. 형이 대답한다.

"사장 나이가 마누라랑 같아."

더 어린 사장 밑에서 일한다는 뜻인가. 그래서 더 더러워, 더 치사해, 뭐 그런 건가. 97쪽이나 더 읽기로 하려는 순간 형이라는 사내, 말을 더 이어간다.

"마누라랑 동갑이고 마누라랑 성까지 같아. 너 같으면 좋겠냐?"


고수들 천지다. 일터와 가정에서 겪는 고충을 한꺼번에 새로운 방식으로 토로하던 사내의 얼굴은 끝내 보지 못했다. 하수는 마음대로 짐작하는 일 정도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97쪽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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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도 군말 없이 맡아주고 물 마실 때 나뭇잎 뜯어먹을 때도 그저 조용조용한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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