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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표현편 ㅣ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김소월이나 김상용의 시간 어디쯤에서 사부작사부작 숨쉬고 있을 단어들이 호흡을 멈출까 싶은 걱정은 우리 세대면 누구나 한번쯤 한다. 남영신 선생이 그 단어들을 이끌어 내어 먼지도 털고 숨도 좀 불어넣어 한 줌 뿌려놓은 책이다.
이런 작업이 고맙다 생각도 하지만, 그 단어들을 읽고 혀끝에 굴려, 내쉬고 들이쉬는 대기 속에 풀어놓는 한국어 언중들이 어떻게 더 늘까, 이 책은 또 누구한테 더 읽히려나 생각하면 나붓이 얇은 한숨이 안 깔릴 방법이 없다.
표현법에 대한 남영신 선생의 설명 중, <여승>의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를 은유로 본 설명은 속이 다 시원하다 싶다. 중고등 교과의 시분석에서 그 구절은 은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은유의 의미나 효과에 대해 근원적 설명보다는 관습화된 구절표현에 매이는 설명이 갑갑했었다. 내신 시험은 치열하고, 깊이 있는 이해는 피하게 되는 수업 현장에 눌려있다가, 은유의 본질에 근거해 표현의 이해범위를 넓힌 이 당연한 설명이 어찌나 고마운지. 입시와 성적 경쟁보다 말의 감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런 책쓰기 작업이 위력이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도돌이표같은 고민. 이 책은 또 누가, 얼마나 읽을 것인가?
다만, 활유법에 대한 설명에는 뭉게뭉게 질문이 피어오르는데, 이런 난망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 쇄에는 인용시 출처 외에, 설명의 근거 자료도 같이 올려주시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