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 사이의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을 어떻게 버무려내느냐가 동화의 재미를 결정할 것이다. 옛이야기 속 인물들은 작가의 시선을 거쳐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루호의 이야기는 루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악할미와 구봉 삼촌이라는 어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아의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강태의 슬픔이기도 하다.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하지 않은 작가의 정성스러움이 전달된다. 어쨌거나 루호는 멋진 호랑이이기도 하고, 멋진 어린이 이기도 하다. 모악 할미의 사랑과 구봉 삼촌의 돌봄을 받으며 자신의 선택에 점차 확신을 가져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호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루호』는 창비에서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됐다. 어떤 책이 좋은 어린이책일까?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으려면 루호가 성장하는 캐릭터여야 한다. 처음 루호는 변신도 잘 못하는 캐릭터에서 차츰 호랑이다운 면모를 갖게 된다. 여기서 ‘호랑이 답다’라는 말은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동물로서의 호랑이와 리더로서의 호랑이에 대한 포지션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그러한 성장이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역시 ‘선택이 자신을 만든다’는 작가의 의도가 흥미롭게 전달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하지만 실은 어른에 의해 그 선택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루호와 지아는 물러설 때와 앞으로 나아갈 때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여준다.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가 선택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다. 마이클 센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자유는 강요나 다름없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다. 루호나 지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의 선택을 제한했지만 아이들은 그 또한 지혜롭게 해결한다.
멸종된 우리 호랑이의 이야기가, 우리의 옛이야기 속 인물들이 이렇게 동화에서 되살아난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 이야기 속에서 혹은 우리 생태에서 어린이들에게 세상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것’이며 개성있는 이야기의 탄생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