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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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심장을 쏴라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정유정의 장편소설이다. 지난 번에 처음으로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고나서 느낌이 좋았다며, 다른 작품을 읽어볼까? 한다니까, 이미 이 책을 읽어본 큰 딸이 적극 추천해 준 책이다. 우리를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끝없이 탈출을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미 이민기와 여진구가 주연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로도 책으로도 처음 만나니 살짝 서먹해서 영화를 살펴보기만 했다. 일단 두주연 배우의 나이 차이가 거슬렸다. 소설에서는 이수명과 류승민이 25살 동갑으로 나오는데, 이민기(1985년생)와 여진구(1997년생)는 띠동갑이라는 사실이 거북하기만 하다.
'나' 이수명은 어머니의 주검을 본 츠라우마로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스키조'라고 불리는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이다. 정신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가 가위에 찔려 죽임을 당했고 그 가위를 제공했다는 죄의식 때문에 가위 등으로 머리카락을 자를 수가 없어서 항상 덥수룩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했다가 다시 일주일 만에 세상에서 정신병원으로 쫓겨난 참이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류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게 되어 더이상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다.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이라고 하기도 뭐한 배다른 형들 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되어 처리된 신세다. 류승민은 소방서를 물 먹이며 광범위한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불놀이 선수인 '라이터'로 두 사람은 25살 동갑내기다.
강원도 정선 어디 쯤에 위치한 수리 희망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으로, 여기 이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치열하게 그리고 찬란하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소설은 거듭 탈출을 꿈꾸고 또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 대한 은유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작가가 직접 정신병원에서 환자들과 생활하는 등의 취재를 바탕으로 치밀한 얼개, 한호흡에 읽히는 문장, 간간이 배치된 블랙 유머 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전혀 만나볼 수 없는 특이한 세상이지만,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 곳에도 우리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병원 창가에서 세상을 내다보며 퇴원을 꿈꾸고, 퇴원하는 날부터 퇴원을 꿈꿀 수 있는 병원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화영, 황석영, 박범신, 구효서, 하응백, 김형경, 은희경, 서영채, 김미현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세계문학상 심사에서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2015.7.20.(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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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5-07-2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강의 줄거리와 감상 잘 읽었어요. 정유정 작가가 체험적인 글쓰는데는 탁월하시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