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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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 뜰 때, 이윤하>

이윤하 작가의 <호랑이가 눈 뜰 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한국 신화와 SF가 결합된 K-판타지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한국적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많은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또, 디즈니+에서 영상화가 확정되었고,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었다는 문구도 내 기대감을 올려놓았다. 평소 SF 장르를 즐겨 읽었기에 호랑이, 여우, 천인, 도깨비, 용이 등장하는 우주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공용어가 한국어인 ’천 개의 세계‘에는 다양한 종족이 살아간다. 호랑의령의 주황 세빈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3살 주황 세빈은 우주군에서 근무하는 삼촌 ‘환’을 존경하며 언젠가 자신 또한 우주군 생도가 되는 날을 꿈꾸며 호랑이령 가족들의 엄격한 규율과 훈련들을 수행해나간다. 그 수행 과정 속 작은 의문이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엄격한 가모장과 부모의 통솔 아래 의심은 접어두고 자신에게 친근한 ‘순이 이모’와 훈련을 이어나간다. 우주군 생도 입대 허가 편지를 받은 날, 자신이 존경하던 삼촌 ‘환’이 반역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편지가 전해져오고 주황 세빈은 혼란 속에서 해태호에 입대하게 된다. 반역자로 몰린 삼촌 ‘환’ 때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입대한 주황 세빈이 막 우주군 생도 선서를 하려던 때, 해태호에 알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비상상황이 발생한다. <호랑이가 눈 뜰 때>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해태호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침입자에 맞서 싸우려는 주황 세빈과 그이의 동료들의 모험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직접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호랑이가 눈 뜰 때>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 이야기의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의 성별을 선택하여 뱃지로 표시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그’, ‘그녀’, ‘그이’의 세 가지 성별을 지칭하는 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휘 또는 통솔권자가 여성이고 가족의 형태가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읽은 대부분의 SF소설들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서사인데, <호랑이가 눈 뜰 때>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듯 하다가도 논 바이너리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성별에 대한 관점이 등장한다. 또, 이 소설의 대부분의 인물의 이름은 외자이다. 주인공인 주황 세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물의 이름이 외자로 등장한다. 작가가 이러한 설정을 넣은 것에는 의도가 있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의 이름과 성별이 헷갈려 문장을 다시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주황 세빈은 13살의 나이로 해태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순간적인 선택들로 해결해나간다. 그 당시에는 그 순간에서의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선택들은 주황 세빈이 일을 해결하는데 능력을 발휘한 것이 된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의 주인공이 당면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경험이 적은 13살다운 선택들이라 그 선택들을 응원하게 된다. 우주군 경험도 없는 13살 주인공이 능숙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갔다면 아마 난 이 책에 금방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협력하며 자신만의 팀을 꾸려나가는 주인공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다보면 주황 세빈이 언젠가 하나의 커다란 배를 가진 선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다만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부각되었던 것 같다. 첫 번째로는 한국 신화와 한국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에 비해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러한 요소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으며, 눈에 띄더라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야기의 주된 요소인 호랑이령, 여우령, 도깨비, 천인, 용 그리고 무당과 귀신이 소설 내에서 잘 활용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호랑이령과 여우령에 대해서는 외형적 특성과 그들의 능력으로 소개가 조금이라도 된 반면 도깨비, 천인, 용 등은 굳이 안 넣었어도 될만큼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크게 의미가 있지 않았다. 인물들의 외형적 특성과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종족을 설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속 등장하는 삽사리와 잡채, 제사, 은장도 등도 비슷한 이유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신화적인 요소와 SF가 결합했다는 말에 기대를 많이 했기에 이러한 요소를 더 잘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며 혼자 아쉬워했다. 두 번째로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황 세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여서 1인칭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작가가 주황 세빈의 입을 빌려 세계관과 현재 주인공과 주변 인물에게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쓴 문장들의 호흡이 자기들끼리 합이 맞지 않아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가끔 의식의 흐름처럼 문장들이 나열되어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소설을 읽는 내내 느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여서 영어로 쓰인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을 했을텐데, 그래서 그런지 일부 문장 구조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어색하기도 했다.

디즈니+에서 영상화가 된 <호랑이가 눈 뜰 때>를 상상해보았다. 주황색 털을 가진 호랑이가 안광을 뽐내며 포효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영상화가 된다면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에 묘사되는 우주와 우주선, 그리고 인간일 때와 자신의 종족으로 변신했을 때의 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영상에서는 내 상상보다 더 황홀하게 표현되기를 바란다.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었지만, 한국적인 요소를 SF에 녹여낸 <호랑이가 눈 뜰 때>는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큰 박수를 받을만하다. 소설 곳곳에 녹아있는 한국적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던 책이었다. 출간 전 대본집의 형태로 받아 표지가 없지만 출간된 책을 보니 위엄있는 호랑이 한 마리가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살았지만, 일본에 의해 사라진 호랑이가 책 표지 위에 살아 숨쉬며 잊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속 무섭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했던 호랑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해 익숙했던 호랑이를 주황 세빈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던 <호랑이가 눈 뜰 때>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 요소가 결합된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이 또 다른 다양한 한국적 요소가 담긴 SF소설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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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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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 어떤 한 가지 일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느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몰입감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뛰어나다.>이다. 최정원 작가님의 《폭풍이 쫓아오는 밤》을 읽다 보면 주인공 신이서와 남수하가 있는 하늘뫼 수련원에 나도 존재하고 있고, 그들의 모험을 직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생생하고, 몰입감이 좋다. 4D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 같이 주인공들이 달릴 때는 나도 달리고 있는 것 같고, 주인공들이 공포감을 느낄 땐 나 역시도 공포감이 느껴졌다.
하늘뫼 수련원에 아빠와 동생 이지와 함께 여행을 온 이서는 흔한 가족 여행처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혼자 외딴 섬처럼 동떨어져 있다. 엄마에 의해 교회 캠프에 참여하게 된 남수하 역시 교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어색하게 주변을 배회한다. 이 둘은 우연히 마주쳐 서로를 의식했지만 그 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건은 그날 밤, 어둠이 내려앉고 예상치 못하게 통신이 모두 끊겼을 때 발생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풍'같은 무엇인가가 수련원을 덮치고 그 폭풍을 정통으로 마주친 신이서와 남수하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동행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설Y 대본집 표지에 《폭풍이 쫓아오는 밤》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적혀 있는데, 그 중 #죄의식 과 #성장, #회복이 이 책의 주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신이서와 남수하는 어떠한 이유로 죄의식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그들이 뭉쳐 거대한 괴물과 맞서 싸우며 극한의 공포심을 이겨내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믿고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한 걸음 나아가 성장하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몰입해 읽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보며 응원함과 동시에 우리 역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최정원 작가님의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수상작이다. 소설Y클럽 2기 활동 때 제1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수상작인 《스노볼-박소영作》을 읽어보았고, 소설Y클럽 4기 우수활동 상으로 제2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수상작인 《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권시우作》를 받아보았다. 소초모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수상작들의 공통점은 독자를 단숨에 몰입시키고, 주인공을 응원하며 독자 역시 힘을 얻게 된다는 점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했을 다수의 독자들이 그 어떤 스포일러 없이 직접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 책의 줄거리는 축소하여 작성하였다. 다른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감상을 할 지, 나와 반대되는 감상을 남길 지 궁금하다. 서로 다른, 서로 같은 감상을 나누며 이 책의 여운을 오래 즐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책을 읽는 내내 책 속 현장들이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졌던 만큼 영상화를 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며 내가 상상했던 그 현장을 영상으로 다시 본다면 주인공들이 느꼈을 공포, 무력감, 용기 등이 더욱 깊게 와닿을 것 같다. 소설Y클럽 활동을 통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책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서평을 마친다.


#폭풍이쫓아오는밤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추천 #소설Y클럽5기 #최정원 #최정원작가 #최정원작가님 #영어덜트소설상 #영어덜트소설상수상작 #카카오페이지 #페이지터너 #k크리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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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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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전 세계가 물에 잠긴 2057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이브"에 담겨 있다. 이야기는 세상이 물에 잠기고 난 뒤 물 속에 잠긴 서울에서 쓸만한 물건을 건져내는 물꾼으로 생활하는 '선율'과 '우찬'의 내기로 시작된다. 보름 안에 둘 중 누가 더 '쓸만한' 물건을 가져오는가로 시작한 내기는 노고산에 살아가는 사람들, 노고산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물에 잠기기 전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어주며 마무리된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는 요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SF 문학은 세상이 얼어붙거나 물에 잠기거나, 역병이 창궐하는 등 작가들마다 다른 방식의 상상력을 무대삼아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이브" 역시 먼저 나온 소설, 웹툰 등에서 처럼 세상이 물에 잠기자 높은 산으로 올라가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다이브"가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점은 '기계 인간'이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다. 선율이 내기에서 이길 물건을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기계 인간들 중 하나인 '수호'를 만나고, 수호를 깨운 뒤부터 소설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흡입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물에 가라앉은 세계에 집중한 것이 아닌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물에 잠기기 전 세계에 살던 사람과 현재를 사는 사람의 연결고리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또,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심오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기억 이식 기계에 대한 소설을 볼 때마다 죽은 사람의 기억을 온전히 보관한 채 기계 인간으로 만든다면 그 기계는 '그 사람' 그 자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늘 이러한 의문이 가득했는데 역시나 "다이브"를 읽을 때도 물에 잠기기 전 서울에 살던 "수호"와 기계 인간이 된 "수호"를 과연 동일한 존재로 봐야 하는 것인지, 또 기계 인간으로서의 "수호"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소설Y클럽 1~4기로 활동하는 동안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블라인드 되었던 적은 처음이라 대체 이 소설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며칠 전 창비 인스타를 통해 신인 작가인 단요 작가님이라는 것이 공개가 되었다. 이 상상력이 신인 작가님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작가님의 차기작 혹은 2~3년 뒤의 작품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또 한 명의 믿고 보는 SF 소설을 쓰는 작가님이 등장한 것 같다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다만 이번 소설Y클럽 4기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편집상의 오류인지 비슷한 구간이 반복되는 곳이 두어 군데 있었다는 점이다. 작품을 몰입해서 읽다가 데자뷰처럼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는 구간을 연달아 지나치고 나니 몰입이 살짝 깨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출간되는 책에서는 이 부분이 수정되어 나올테니 책으로도 소장하여 또 읽어봐야겠다. 이 또한 출간 전 가제본 형태의 책을 미리 읽을 수 있는 소설Y클럽만의 매력이 아닐까. 5기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책이 함께할지, 5기도 연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소설Y클럽으로 활동하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이지만, 출간 전 가제본을 대본집의 형태로(아몬드 제외) 제작해 서평단을 운영하기로 한 담당자분이 궁금하다. 모쪼록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담당자분께서는 칭찬감옥에 갇히셔서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매번 대본집을 받을 때마다 즐거운 기분으로 받을 수 있어 참 좋았다고 어디에선가 꼭 한 번은 말하고 싶어 이렇게 남긴다.

* 창비로부터 서평단 활동을 위해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다이브 #소설다이브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Y클럽4기 #단요작가님 #단요작가 #서평 #서평단 #영어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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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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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기 속에 피어난 봄꽃 같은 우정 이야기라는 문구가 이 그림책을 소개해준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부모님 품을 떠나 첫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등학생 때에는 모든 것에 용기가 필요했다. 특히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또래 관계를 맺는것이 유독 내성적이었던 나에게는 괴로울 정도로 힘이 들었고 먼저 말 한 마디 건네기를 하려면 며칠을 고민해 큰 용기를 내어야만 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학교 앞 떡볶이집으로 달려가 300원짜리 컵 떡볶이를 나눠먹은 친구랑 싸우지 않았음에도 어색해지는 그런 날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먼저 용기를 낸다는 것에 막막함을 느껴 놓친 관계가 많은데, 잊었던 용기의 주인공은 솔직한 마음을 적은 편지를 건네주어 우정을 이어나간다.

성인이 되어 잊었던 용기를 봤을 땐 주인공과 친구가 마냥 귀엽다가도, 아직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어려워하는 나를 보면 주인공의 용기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막상 한 걸음 떼보면 별 거 아닌 일이지만 그 한 걸음을 떼기까지 용기가 필요해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된다. 잊었던 용기를 통해 잔잔함 속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창비 #잊었던용기 #휘리 #책추천 #창비그림책 # 봄그림책 #유아그림책 #초등저학년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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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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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박소영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y클럽2기

  창비 카카오페이지 제1회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 출간 1년 만에 영상화 및 번역 수출 확정이라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납득하게 될 것이다.

  평균기온이 영하 41℃인 얼어붙은 세상. 일부 선택받은 사람들은 유리 돔 형태의 스노볼이라 불리는 따뜻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노볼 밖에서 매일매일 발전기를 돌리며 살아간다. 주인공 '전초밤'은 스노볼 밖에서 발전기를 돌리며 언젠가 스노볼의 '디렉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인물이다. 스노볼에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스노볼에 거주할 수 있는 '액터'와 액터를 발굴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디렉터'가 존재한다. 이 드라마는 스노볼 밖에서만 시청할 수 있고 액터는 자신의 드라마를 절대 볼 수 없으며 액터 간 드라마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도 스포일러로 간주되어 불가능하다. 스노볼 밖의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 매일 돌리는 발전기로 생산한 전기 중 일정량은 스노볼에 드라마 감상 비용으로 전달된다.

  전초밤은 '필름 스쿨'에 합격해 스노볼 안에서 거주하며 디렉터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발전기를 돌리는 삶에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다. 스노볼 최고의 인기 드라마 주인공이자 스노볼 기상 캐스터로 뽑힌 '고해리'는 전초밤과 똑같이 생겼지만 처지는 정반대인 인물로 전초밤은 채널 60번에서 방영하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드라마를 여러 번 반복해 시청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해리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차설' 디렉터가 전초밤 앞에 나타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눈부신 앞날이 보장되어 있는 고해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그러니 네가 죽은 고해리 대신 1년간 고해리가 되라는 것. 스노볼의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노볼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여성 악역이지만 민폐만 끼치는 빌런이 아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는 ‘대단하신’ 악역은 늘 남성이었다. 여성이 악역을 맡는다면 질투에 눈이 멀었다거나 민폐만 끼치는 캐릭터였다. 스노볼의 악인은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그들은 절대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른다. 악역들이 하는 행동을 보자면 화가 나지만 짜증이 나지 않는다. 그들이 또 어떤 민폐스러운 행동을 할 지보다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거대한 세계관, 탄탄한 스토리라인, 그를 뒤받쳐주는 다양한 등장인물들. 스노볼의 세계관은 거대하다. 세계관이 거대한 소설의 경우, 작가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관을 잘 만들어놓고 엉성한 스토리로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다. 스노볼은 탄탄한 스토리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독자가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영화 속에 들어와있는 줄 알았다!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등장이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선과 악이 존재하지만 절대선은 없고 절대악은 없다. 전초밤의 경우 신이채의 말을 빌린다면 ‘스노볼의 영웅’이지만 과연 정의롭기만 한 캐릭터일까? 아니다. 고해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여러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고해리인 척 ‘영원히’ 살아가려 한다. 이는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비도덕적 행위이다. 이처럼 스노볼에서는 무조건 착하고 정의롭기만 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저마다 욕망을 가지고 행동한다. 이는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해주는 힘이 된다.

  스노볼은 전 연령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설Y클럽 2기 서평단 이벤트로 제공받았기에 일반적인 책 형태가 아닌 대본집 형태로 한 페이지에 두 쪽이 인쇄되어 있고 책도 두 권으로 되어있다.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혀 남은 페이지가 적어지는 게 아쉽지만 빨리 다음 내용을 보고 싶게 만든다.

  서론에서 언급했듯 스노볼은 영상화가 예정되어 있는데 영상화가 기대된다. 해외는 마블, 해리포터, 헝거게임 등 다양한 시리즈물이 있고, 각 영화마다 CG 구현이 잘 되어있다. 스노볼이 영상화된다면 ‘스노볼 시리즈’로 흥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CJEnM이 영상화를 하기로 했다는데, CJ감성을 조금 제외하고 CG에 많은 독자들의 기대와 염원을 넣어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영화관에서 보는 스노볼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또한 ‘고해리들’ 역할을 맡을 배우는 누가 될지, 그가 연기하는 고해리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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