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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 굽이지고 흔들리는 인생길에서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박대영 지음 / 이새 / 2023년 4월
평점 :
책 중의 책은 ‘산책’이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서 생기는 통찰력, 자연의 변화 그리고 내 몸의 변화까지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몸과 마음에 생기는 아주 작은 변화들까지 말이다. 변화에 민감함을 더하면 내가 알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앎이다. 체득한 것은 결코 잊지도 잃지도 않으니까.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잡아준 것은 책과 산책이다. 리듬에 맞춰 한 발짝씩 내딛다보면 삶에 음표가 하나씩 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음표는 나만이 새길 수 있다. 거기에 책을 통한 사유의 확장까지 더해진다면?
30년 차 베테랑 SBS 방송기자 박대영 저자는 부러 길을 나서는 사람이다. 흔들릴 때마다 걸었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많이 흔들렸다는 걸까? 그 길 위에 흩뿌려진 사연들, 그 사연들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았던 책들, 그 위를 춤을 추듯, 노래하듯, 때론 울음을 삼키며 걸었던 길들을 씨줄과 날줄삼아 엮어낸다.
북한산, 치악산, 설악산, 오대산, 순천, 통영, 소양강 등 전국을 누빈다. 배낭에 책 한 권 넣고 길을 나선다. 힘들게 올라봐야 내려오는 것이 전부일지 모르는 산행인데 내려올 땐 오를 때와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만나지 않아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걷는 그 자체, 오르고 내렸던 그 과정이 그대로 선물일지도 모르니까.
자발적 고독, 나만의 속도, 깊은 사유와 통찰, 세계를 확장하는 일. 책과 걷기의 공통점이 아닐까?
행복도 깊은 사유도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문장, 길가에 핀 꽃, 서로 해치지 않으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자연을 볼 때 느끼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자발적 고독과 나만의 속도는 필수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부러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게 된다. 걸어보자. 봄날에는 더욱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