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 오늘도 반짝이는 엄마들에게
정소령 지음 / 파지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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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다 환하게 웃으며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줘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환한 미소를 나를 향해 지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의 무엇 때문이 아닌 나라는 존재를 환대하는 아이. 어떻게 이런 존재가 내게로 왔는지 놀랍고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의 잠자리 독립을 시작했던 여섯 살. 책을 읽어주고 재우기 위해 옆에 누운 나를 보더니 눈, 코, 입술, 얼굴을 (bgm 태양의 “눈코입” 깔아주세요)
손으로 하나하나 만지던 아이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우리 엄만 코도 이쁘고 입술도 이쁘고 이마도 이쁘고 다 이쁘다” (남편 듣고 있나?)


연애 때 신랑이 이쁘다고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감동이 몰려왔다. (그래, 내가 좀 이쁘긴 하지 ㅠㅠ)
얼마전에 아이는 내 생일에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더니 “할머니,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들 드렸다. 세상에.. 너 내가 낳은 아이 맞니?
작은 것에도 감탄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존재. 아이만한 존재가 있을까 싶다. 아이가 내게 아이돌인 것처럼 아이에게 나도 그런 존재라는 것이 뭉클하다.


엄마가 되고 아이를 낳고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주부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 정소령 작가. ‘일’ 아니면 ‘아이’가 아닌, 1%라도 더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그 마음. 아이와 걸어가는 시간은 단순히 아이만을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세울 수 있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갔던 시절이 전생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왔을 것이다. 내가 엄마이기 이전에의 시간이 전생처럼 느껴지듯이..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여긴 어디지?’ 매일 드는 생각은 아니지만 어느 날 불쑥 나를 헤집어 놓는 생각들. 자신의 삶에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 ‘엄마로‘ 살지만 ’엄마로만‘ 살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선택한 글쓰기를 통해 내 손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다. 아이들과 함께여도 행복하고, 혼자여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하는 이의 성장담이 담겨있다.


더 넓어지고 깊어진 세계를 경험한 사람은 여전히 겁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 용기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바라봐주는 아이라는 ’팬‘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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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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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은서는 아들을 잃었다.
은서의 아들을 죽인 종오에게 내려진 처분은
’제2호 수강명령 80시간, 제3호 사회봉사 명령 180시간, 제5호 보호 관찰관의 장기관찰 2년‘이 전부였다. 그가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살인자의 절친이었던 친구 성태가 은서를 찾아온다. 그녀의 제자이기도 했던 성태.
“문종오, 그놈도 천벌 받아야 합니다.”
너무도 바라고 바랐던 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성태는 은서에게 일기장을 건네준다. 공책에 13개의 일기가 적혀있다. 일기 하나 당 한 번 14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단다. 단, 은서가 아닌 성태의 몸으로 . 과거로 돌아가면 지훈을 구할 수 있을까?

“절대 문종오를 죽이면 안 됩니다.”
“종오가 제일 숨기고 싶어하는 걸 꺼내주세요.”


믿기 힘들었지만 은서는 해 보기로 한다.
과거로 돌아가 내가 아들만 살리면 되는 일 아닌가!!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받아든 은서, 일기를 읽고 나자 글자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14년 전 과거로 도착한다. 살인자의 절친인 성태의 모습으로….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법상 처벌받지 않는 소년을 말한다. 법의 취지는 실수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처벌보다는 교화에 중심을 두고 한 사람의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소한의 보호막을 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취지와는 상관없이 이 법을 악용하는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도저히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살인, 강간, 절도, 폭행.. 그럼에도 자신은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당당함까지 지닌 모습이다. 소설 속 종오도 생일을 기점으로 촉법소년 법 적용이 달라진다. 그걸 깨닫고 느끼는 죄책감의 무게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선생님의 가족을 죽이면요? 범인이 형사 처벌을 안 받는데도 소년법 개정에 반대할 수 있어요?’ 라는 종오의 질문에 은서는 뭐라고 답을 했던가.
‘그래도 난 소년법 개정을 반대해. 난 아이들의 개선 가능성을 믿어 우리 사회는, 어른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해.’라고 답했던 은서.

당신은 어떠한가?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지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돈다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그러라고 우리 모아 놓은 거 아닙니까.”
-소년심판, 심은석 대사 중…


2019년 ‘죽어도 죽지 마’ 출간 이후, 4년만에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를 세상에 내놓은 우대경 작가. 촉법소년으로인해 아들을 잃은 애끓는 모정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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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전쟁 - 숨겨진 모래 자원 쟁탈전
이시 히로유키 지음,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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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전쟁이라니!!
내가 겨우 생각할 수 있는 모래 전쟁은,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한 아이의 머리와 발, 옷 주머니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모래로 인해 집안 어디든 모래가 서걱서걱 밟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바닷가에서 한창 모래 놀이에 빠져있던 아이가 집에 가기 싫다고 나뒹구는 정도랄까?


그런데… 자연이 심하게 훼손되고, 심지어 사람이 죽고, 인간의 삶에 충격을 주는 모래 전쟁이 있다니!!
제목부터가 너무나 섬뜩하다. 바다에 가도, 놀이터에만 가도 지천에 널린 게 모래인데 왜 모래에 전쟁이란 말까지 붙은 것일까? (이것도 예전의 일이긴 하다. 지금은 놀이터에도 보도블록 또는 우레탄이 깔려있고, 모래 놀이는 정해진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우리의 편의를 돕고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모래에 기대고 있다.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그러하다. 건물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데 콘크리트의 70%가 모래라고 한다. 게다가 도로, 반도체, 유리 제품들. 그것들을 이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pc, 기타 전자제품들을 생각해보라. 모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전 지구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와 2,000만 명 이상의 ‘메타시티’가 연달아 출현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라 불리우는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고층 빌딩이 세워지게 된다. 국가의 위엄과 경제력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곳이 부르즈 할리파인데 그것을 건설하기 위해 약 76만 톤의 콘크리트가 사용됐다고 한다. 급증하는 거대빌딩으로 인해 모래수요는 점점 늘어나게 돼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자연 자원은 한정적이고 유한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한계와 유한함에 눈을 감고 있는 듯 하다. 지천에 있는 것이 모래인데 뭐가 부족한가 싶겠지만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래는 제한적이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인해 물길이 바뀌고 어류는 살 곳을 잃고, 어업에 종사하던 어민들의 삶은 불안해진다. 모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불법 거래는 기승을 부린다.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모래 쟁탈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연에게, 결국엔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 자연이 파괴되고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래로 인한 위기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모래코먼스의비극 눈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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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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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상한 것이 온다”에 이어 근 2년만에 다시 만난 김희선 작가. 이번엔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낮엔 약사, 밤엔 소설가로 본캐 부캐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이야기꾼 김희선 작가가 들려주는 #틈 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고 한다. ‘밤의 약국’에서 근 일 년에 걸쳐 김희선 작가가 보았고 들었고 느꼈을 틈. 너와 나 사이, 나와 세상, 너와 세상 사이에 있는 감지되기도 되지 않기도 한 그 틈을 들여다 본 이의 사유가 담겨있다.


의약 분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약국은 병원을 대신하는 곳이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 열려있었던 약국은 응급실 대신이기도 했고 이웃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나를 짝사랑하던 아이의 집이기도 했다. 39년 간 늘 그 자리에 있는 약국은 건물도 약사님도 함께 늙어가고 있지만 이상도하지. 그 약국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 그곳을 방문했던 국민학교 1학년 꼬맹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곤 한다.


늦은 시간까지 약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약사 김희선. 저렴한 가격으로 아픔과 불편함을 달래기 위해 오는 나이 든 손님들이 꽤 계시다. 커다란 병에 담긴 활명수를 꼭 식후에 마셔야 하는 어르신, 딸과 사위가 틈만 나면 자신의 돈을 노린다며 통장 관리를 부탁하는 어르신, 삶에 대한 욕구가 당연함에도 삶보다는 죽는 쪽을 택했던 파킨슨 환자, 약국 앞을 어슬렁 거리던 강아지 까꿍이, 앵무새 인형을 놓고 이야기를 주고 받던 할머니, 인간을 위해 목숨을 잃어야하는 처지에 놓은 실험 동물들….


우주라는 공간을 떠돌던 작가의 시선은 이제 약국으로 들어온다. 외계 생명체로 이야기를 만들었던 상상력 안으로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사람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들이 들어온다. 그 안에는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SF와 기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유영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던 작가의 내면에는 따스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기발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오로지 밤의 약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겠는가.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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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 굽이지고 흔들리는 인생길에서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박대영 지음 / 이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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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의 책은 ‘산책’이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서 생기는 통찰력, 자연의 변화 그리고 내 몸의 변화까지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몸과 마음에 생기는 아주 작은 변화들까지 말이다. 변화에 민감함을 더하면 내가 알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앎이다. 체득한 것은 결코 잊지도 잃지도 않으니까.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잡아준 것은 책과 산책이다. 리듬에 맞춰 한 발짝씩 내딛다보면 삶에 음표가 하나씩 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음표는 나만이 새길 수 있다. 거기에 책을 통한 사유의 확장까지 더해진다면?


30년 차 베테랑 SBS 방송기자 박대영 저자는 부러 길을 나서는 사람이다. 흔들릴 때마다 걸었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많이 흔들렸다는 걸까? 그 길 위에 흩뿌려진 사연들, 그 사연들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았던 책들, 그 위를 춤을 추듯, 노래하듯, 때론 울음을 삼키며 걸었던 길들을 씨줄과 날줄삼아 엮어낸다.


북한산, 치악산, 설악산, 오대산, 순천, 통영, 소양강 등 전국을 누빈다. 배낭에 책 한 권 넣고 길을 나선다. 힘들게 올라봐야 내려오는 것이 전부일지 모르는 산행인데 내려올 땐 오를 때와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만나지 않아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걷는 그 자체, 오르고 내렸던 그 과정이 그대로 선물일지도 모르니까.


자발적 고독, 나만의 속도, 깊은 사유와 통찰, 세계를 확장하는 일. 책과 걷기의 공통점이 아닐까?
행복도 깊은 사유도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문장, 길가에 핀 꽃, 서로 해치지 않으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자연을 볼 때 느끼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자발적 고독과 나만의 속도는 필수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부러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게 된다. 걸어보자. 봄날에는 더욱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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