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 이달고는 나이가 쉰에 가까웠고, 얼굴과 몸이 말랐고, 체형은 꼿꼿했고, 아침 일찍 일어났고, 사냥을 좋아했다. 
...

그런데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이 이달고는 틈이 날 때마다 ㅡ1년 중대부분이 그랬다 ㅡ기사 소설을 읽는 데 푹 빠져서 사냥이나 재산을 관리하는 일조차 까맣게 잊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기사 소설에 대한 호기심과 도취가 정도를 넘어서, 읽고 싶은 기사 소설을 구입하느라 수많은 밭을 팔아 버릴 정도였다. - P66

결국 그는 이런 책들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매일 밤을 뜬눈으로 꼬박새웠고, 낮 시간은 멍하게 보냈다. 이렇게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독서에만 열중하는 바람에 그의 뇌는 말라 분별력을 잃고 말았다.

 ...

 그리하여 자기가 읽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모두 진실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이 세상에 그런 이야기보다 더 확실한 것들은 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 P68

정말이지 그는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명예를 드높이고 아울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일로, 편력 기사가 되어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읽은 편력 기사들이 행한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실천해 보자는 것이었다. 

모든 종류의 모욕을 쳐부수고 수많은 수행과 위험에 몸을 던져 그것들을 극복하면 영원한 이름과 명성을 얻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 가엾은 자는 벌써 자기 팔의 용기로 적어도 트라피손다 제국의 왕좌쯤은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이런 즐거운생각을 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야릇한 희열에 이끌려 그는 자기의 꿈을 실천에 옮기려고 서둘렀다. - P69

그래서 모든 기억력과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이름을 지었다가 뺐다가 붙이고 다시 몽땅 없애기를 수없이 거듭한 끝에 마침내 <로시난테>라고 부르기로 했다.

보기에 이 이름이야말로 고상하고 부르기도 좋은 데다, 지금은 세상의 모든 말들 가운데 제일가는 이 말이 전에는 일개 평범한 말이었으며, 어쨌든 이는 지난 일이었다는 의미도 갖고있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또다시 여드레를 생각한 끝에 <돈키호테>라 부르기로 했다. 
... 그런데 그 용맹스러운 아마디스가 스스로를 멋대가리 없이 아마디스라고만 부르는 데 만족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자신의 왕국과 고향의 이름을 알리고자 아마디스 데 가울라라고 자칭한 점을 기억하고는, 훌륭한 기사로서 이를 본떠 성에 고향의 이름을 붙여 스스로를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문과 고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고향을 영예롭게 하는것 같았다. - P71

이렇게 혼잣말을 마쳤을 때, 더군다나 자신이 이름 지어 줄 사랑하는 귀부인을 생각해 냈을 때, 오, 우리의 선량한 기사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사람들이 아는 바로는 그가 사는 마을 근처 어느 마을에 아주 용모가 뛰어난 농사꾼 처자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한때 이 처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만 그 처자는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눈치도 못 챘던 모양이다. 

그 처자의 이름은 알돈사 로렌소였는데, 그는 이 처자에게 자기 상상속 귀부인의 칭호를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이름과 그렇게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공주나 귀부인의 것으로 손색이 없을 이름을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마침내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것은 이 처녀의 고향이 엘 토보소이고, 이름도 자신이나 자신의 것들에 붙인 다른 이름들과 마찬가지로 울림이 좋으면서 흔하지 않고 의미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 P72

그는 아무에게도 계획을 알리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7월 중 가장 더운 어느 날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단단히 무장을 하고 로시난데 위에 올라탔다. - P74

「앞으로 올 미래에, 유명한 내 행적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가 빛을 볼때, 이 행적을 기술하는 현자가 이른 아침 나의 첫출발을 묘사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쓰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의심하겠는가? <금발의 아폴론이 넓고 광활한 땅의 표면 위로 그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인 금실을 펼치자마자, 빛깔도 아름다운 작은 새들이 하프 같은 소리로 시샘 많은 서방님의 부드러운 이부자리를 버리고 라만차 지평선의 문과 발코니로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장밋빛 여명의 여신에게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하모니로 인사하자, 그 즉시 이름 높은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는 잠자리를 박차고 유명한 말 로시난테에 올라 오래되고도 익숙한 몬티엘의 들판으로 걷기 시작했노라 - P75

2. 기발한 돈키호테가 처음 고향을 떠날 때에 대하여

이러고 있을 때 돼지를 거세하는 일꾼이 객줏집에도착해서 피리를 네댓 번 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돈키호테는 자신이 유명한 성에 있고 사람들이 음악으로 자기를 환영하고 있으며 대구는 송어요. 검은 빵은 흰 빵이요, 떠돌이 창녀들은 귀부인들이요, 객줏집 주인은 성주라고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결심하고 집을 나서기를 정말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으니 아직 기사 서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기사로 인정받지 않고서는 정식으로 어떠한 모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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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내가 알던 자네와 지금의 자네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있네. 

아니,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다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서야 무너질 만한 자네가 그토록 성숙한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있단 말인가? 

분명 이건 재주의 문제가 아니라 게으름이 지나치고 방법이 부족해서 그런 걸세. 

내 말이 맞는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잘 들어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자네가 어렵다고 하는 문제가 모두 아무것도 아님을 밝히고, 모든 기사의 거울이자 광채인 자네의 유명한 돈키호테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한 그 부족한 점들을 몽땅 해결할 테니 말일세. - P30

어떤 방법으로 자네는 내가 주저하고 있는 그 틈을 메울 생각이며, 갈피 없는 나의 이 혼돈을 말끔하게 정리할 작정인가? - P31

그리고 우정의 불확실성에 대해 다룬다면 카톤의 2행 대구시가 있잖은가.

네가 행복할 때는 친구가 많을 것이나 어려워지면 혼자 남게 될 것이다. - P32

무엇보다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자네가 필요하다고 말한 그런 것들이 자네 책에는 하나도 필요치 않네. 자네 책은 기사소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니 말일세. - P35

그리고 자네 책이 이 세상과 속인들 사이에서 차고 넘치며 권위를 갖는 기사 소설을 무너뜨리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면 굳이 철학자의 금언이나 성경의 충고나 시인들의 우화나 수사학자들의 문장이나 성자들의 기적들을 구걸하고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저 의미 있고 정결하며 잘 정돈된 단어들로 평범하게 자네의 단문과 복문을 울림이 좋고 유쾌하게 만들어 자네가 의도한 바를 가능한 한 잘 묘사하도록 하게. 

자네가 말하려는 개념을 헷갈리게 하거나 난해하게 하지말고 말일세.  - P35

또한 신경 쓸 일은, 자네 이야기를 읽으면 우울함이 웃음으로 바뀌고 웃음은 더 큰 웃음으로 바뀌게 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한 사람은 그 기발한 착상에 감탄하고 심각한 사람은 경멸하지 않고 진중한 사람은 칭찬하도록 만드는 걸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증오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는 기사 소설의 잘못된 점을 무너뜨리는 데 주안점을 두게나. 여기까지만 달성해도 적잖은 성과가 아니겠는가 - P35

하지만 그의 종자인 그 유명한 산초 판사를 아시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제게 감사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에 쓸데없는 잡동사니 기사 소설들에 흩어져 있는 종자들이 지닌 모든 매력들이 그자에게서 한꺼번에 보일 테니 말입니다. 

이만 하느님의 가호가 당신에게 있기를 바라며, 안녕히 계십시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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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님, 카카오뱅크에서 다음 주부터 신청이 시작되는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대해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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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의 문장은 다의적이고 함축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문학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번역자에게는 애매모호해서 ‘이게 무슨 뜻인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매 순간 한숨이 나올 수밖에! (나는 그래도 프랑스어판과 일본어판을 참고할 수 있어서 다행히 그럭저럭 나아갈 수 있었다.) - P795

자기 시대의 관점, 취향, 태도에서 반걸음 앞서면 동시대인들이 그럭저럭 따라가지만, 한 걸음 앞서버리면 따라가지 못하고, 그래서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게 선각자들의 운명이 아닐까. - P801

이처럼 어느 한 면으로만 읽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거나 관점에 따라 그 해석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이 작품의 위대함이 있다. 바꿔 말하면 작품 전편에 보이는(또는 숨겨진) 상징과알레고리들이 『모비 덕』을 위대한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 P799

「모비딕」이 방대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작품 속에 담긴 시간적, 공간적, 철학적 폭과 깊이가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모비 딕은 참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느낌을 주는데, 그 내용과 전개가 매우 다층적이고중층적이어서 그렇다.

•다층적이란, 소설의 내용과 전개, 그 층위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쉽게말하면 내용이나 전개 방식의 수준이 들쭉날쭉하다. 심오하고 고답적인것에서 실소를 자아내는 것까지. 예를 들면 매플 목사의 설교와 퀴퀘그와의 첫 만남을 보라. 이렇게 판이한 성격의 장면이 서로 이웃해서 나온다.

중층적이란, 그 의미가 중의적이고 복합적이라는 뜻인데, 퀴퀘그의 손도끼를 예로 들면, 이것은 살인의 흉기 (74)이기도 하고 평화와 우정의도구(113쪽)이기도 하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이 구명대 노릇을 하고있다. 

또, 주인공인 모비 딕은 선인가 악인가?
이처럼 모비 딕은 다층적 구조, 중층적 의미를 가진 사람과 사건과 사물들의 전시장 같기도 하다. - P803

고전은 대체로 재미가 없거나 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지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고전은 어렵기 때문에 고전이라고 말할 수도있다.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책이라면, 그런 책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고 존경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좋은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 읽을때는 미처 몰랐던 바를 새삼 이해하게 되는 기쁨도 대단한 것이다. - P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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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처럼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은 신부를 신랑에게 건네듯이 부드러운 하늘을 대담하게 굽이치는 바다에 건네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띠를 두른 듯한 수평선이 아련히 떨고 있는 것-이곳 적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움직임ㅡ은 가련한 신부가 신랑에게 젖가슴을 내주면서 애정과 신뢰와 불안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의 고동을 나타내고 있었다. - P718

에이해브는 깊이 눌러쓴 모자 밑에서 바다로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드넓은 태평양도 그 작은 눈물 한 방울 같은 보물은 갖고 있지 않있다. - P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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