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니 내가 알던 자네와 지금의 자네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있네.
아니,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다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서야 무너질 만한 자네가 그토록 성숙한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있단 말인가?
분명 이건 재주의 문제가 아니라 게으름이 지나치고 방법이 부족해서 그런 걸세.
내 말이 맞는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잘 들어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자네가 어렵다고 하는 문제가 모두 아무것도 아님을 밝히고, 모든 기사의 거울이자 광채인 자네의 유명한 돈키호테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한 그 부족한 점들을 몽땅 해결할 테니 말일세. - P30
어떤 방법으로 자네는 내가 주저하고 있는 그 틈을 메울 생각이며, 갈피 없는 나의 이 혼돈을 말끔하게 정리할 작정인가? - P31
그리고 우정의 불확실성에 대해 다룬다면 카톤의 2행 대구시가 있잖은가.
네가 행복할 때는 친구가 많을 것이나 어려워지면 혼자 남게 될 것이다. - P32
무엇보다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자네가 필요하다고 말한 그런 것들이 자네 책에는 하나도 필요치 않네. 자네 책은 기사소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니 말일세. - P35
그리고 자네 책이 이 세상과 속인들 사이에서 차고 넘치며 권위를 갖는 기사 소설을 무너뜨리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면 굳이 철학자의 금언이나 성경의 충고나 시인들의 우화나 수사학자들의 문장이나 성자들의 기적들을 구걸하고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저 의미 있고 정결하며 잘 정돈된 단어들로 평범하게 자네의 단문과 복문을 울림이 좋고 유쾌하게 만들어 자네가 의도한 바를 가능한 한 잘 묘사하도록 하게.
자네가 말하려는 개념을 헷갈리게 하거나 난해하게 하지말고 말일세. - P35
또한 신경 쓸 일은, 자네 이야기를 읽으면 우울함이 웃음으로 바뀌고 웃음은 더 큰 웃음으로 바뀌게 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한 사람은 그 기발한 착상에 감탄하고 심각한 사람은 경멸하지 않고 진중한 사람은 칭찬하도록 만드는 걸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증오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는 기사 소설의 잘못된 점을 무너뜨리는 데 주안점을 두게나. 여기까지만 달성해도 적잖은 성과가 아니겠는가 - P35
하지만 그의 종자인 그 유명한 산초 판사를 아시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제게 감사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에 쓸데없는 잡동사니 기사 소설들에 흩어져 있는 종자들이 지닌 모든 매력들이 그자에게서 한꺼번에 보일 테니 말입니다.
이만 하느님의 가호가 당신에게 있기를 바라며, 안녕히 계십시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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