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다이어리북 - 참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155가지 질문들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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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155가지 질문들이 담겨 있는 '비커밍 다이어리북'.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인 '비커밍'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이어리북이기 때문에 연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연초에 딱 배송이 와서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는-.



나는 일기를 5년째 쓰고 있는데, 예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살펴보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내 모습이 새삼 신기하다.

처음에 일기를 쓸 때는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정을 최대한 꾸며쓰곤 했는데, 오히려 온전히 내 감정을 드러낸 일기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음을 깨달은 이후로 솔직하게 적으려 노력 중이다.


비커밍 다이어리는, 질문들이 미리 적혀있어서 일기 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나처럼 오래 일기를 썼던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그저 오늘 있었던 일이나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던 일기를 조금 더 나를 알아갈 수 있는- '나'라는 사람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다이어리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오가는 것을 무엇으로 아나요? 어느 달을 제일 좋아하나요?"

이렇게 평소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질문함으로써 지나간 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와 연관되는 질문으로 바로 옆 페페이지에 "자신의 삶에 오가는 변화도 계절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나요? 그렇다면, 또는 아니라면, 왜일까요?"란 질문이 있는데- 아직 이 질문은 답을 적지 못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미지가 계속 깨져서 올리지 못했지만,

질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는 중요한 존재야.',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인내와 수고가 둘 다 필요합니다.'등 중간중간 미셸 오바마의 말들이 함께 적혀 있어서 답을 적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위로나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한다. 


비커밍,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더 나은 자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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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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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꽃은 알고 있다>. 그동안 법의학, 병리학, 고고학 등 수많은 학문들의 이름을 들어왔지만 '법의생태학'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학문 이름이었다. 식물학자, 화분학자, 고고학자인 작가는 자신이 그동안 배우고 연구했던 학문들을 활용해 지난 25년간 300건이상의 까다로운 범죄 사건을 해결해 온, 법의생태학의 선구주자이다. 이 책은 작가의 유년시절과 성장기, 작가가 맡은 사건들과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묶어 서술하고 있다. 꽃가루와 포자, 균류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디자인이 책의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포들을 표지의 일러스트를 생각하며 상상했기 때문이다. 책은 총 14개의 목차로 나누어져 있는데, 과거 -> 미래로 가는 서술이 아니다. 오히려 왔다 갔다(?)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용이 끊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전문 용어가 많이 나와 이 분야(식물학, 법의학 등)에 생소한 사람들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지만 전문 용어의 어려움보다는 '이렇게 범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란 호기심 어린 생각이 더 크게 와닿아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본 투 비 문과 감성인 나도 이렇게 흥미롭게 읽었으니, 계열을 아우르고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현실에서도 자주 듣고 접하는 것 중 하나다. 미해결 사건의 범죄자를 추적하는 프로나, 범죄 관련 드라마와 영화 등은 마니아층이 있을 만큼 인기를 끄는 주제다. <꽃은 알고 있다>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법의생태학이 어떻게 실제 범죄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용의자 중 범죄자를 가려내야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범죄자가 사건을 부정할 때도 쓰일 수 있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범죄 흔적을 지우려 애쓴들, 자연과 접촉한 흔적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 책의 저저자인 퍼트리샤 ̜윌트셔는 흙과 주변의 식물들, 균들을 이용해 범인을 잡아낸다. 이런 방법은 대단히 생소해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주 오래전, 자동차가 아닌 말이 끄는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던 시절의 말의 똥 가루까지 땅속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 범죄를 밝혀낼 수 있는 주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법이 실제 범죄 현장에 사용되기까진 수많은 불신의 시선과, 법의생태학을 잘 알지 못하는 경찰과 과학 수사원들이 섣불리 훼손한 환경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 '퍼트리샤 윌트셔'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 우리 만한 성과를 보여주며 법의생태학의 선구주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녀는 도시 외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병약한 아이였기에 어린 시절 학교 대신 집에서 혼자 백과사전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고, 할머니와 함께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 생활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 점은 그녀가 자연과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살아온 생활 지식과 함께 살아가며 배운 고고학, 식물학, 법의학과 같은 수많은 학문들은 결국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은 그녀의 자서전과도 같다. 왜 이런 일으 하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그녀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법의생태학이 단순히 하나의 학문이 아닌 다양한 학문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학문이라는 점도 그녀가 연구하고, 공부했던 과정을 알아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녀에게 배운 삶의 태도는, 오히려 나와 반대의 성향이라 얻은 것이 많았다. 때론 너무 섬세한 묘사(시체의 상태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가 등장한다)에 읽기가 힘들어 잠시 숨을 고르고 읽어야 했지만, 누군가에게 얻은 표본으로 결국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단순히 징그럽다는 말로 폄하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았다. '시체 농장'에 관한 부분에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게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없어선 안된다고 느꼈다. 내가 그 일을 하기엔 놀라울 만큼 비위가 약해 힘들겠지만 말이다..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작고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이 길을 개척하는 데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전공과 관련한 그녀의 놀라운 집중력과 학구열이 있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흥미를 느끼는 것에 열성적적이고, 꼼꼼한 완벽주의자 적인 면모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완벽히 걸맞다. 허상을 믿지 않고 사실만을 생각하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면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극히 이상주의자인 나와 전혀 다른 면이다. 특히 '죽음'에 관한 두려움 또는 열망에 개의치 않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죽음은 결국 모든 이인간이 수행하는 과정 중 하나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남은 육신은 균들, 동물들로 인해 분해되고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지금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논리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라 과거와 미래 어디쯤에 사는 나를 현실로 다시 데려와줬다. 


 마지막으로, <꽃은 알고 있다>의 가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생소한 '법의생태학'으로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알ˠ려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는 유독 강간, 여성을 타깃으로 한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다. 한국 또한 이와 같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무물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선 이런 범죄를 신속히 해결한 후 빠른 처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현재까지 증거불충분으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너무 많다. 이들을 바로 이 책에서 처리하는 방법인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도입한 법의생태학으로 식물이 남긴 꽃가루와 포자, 균들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한국에서도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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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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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동화책을 읽었을 때, 줄리앙의 성별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줄리앙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인어를 믿나요' 책 속에 함께 들어있는 해설 카드라고 해야 하나- 평론가분의 평론을 보면서 줄리앙이 남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 동화책에서 줄리앙의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남과 여라는 규정이 필요 없는,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줄 줄 아는 사회의 필요성'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동문학에 속하지만 웅진 그림책이 추구하는,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에 딱 들어맞는다. "전 세계가 주목한 희망의 질문", 2019년 외국의 여러 상을 휩쓸은 <인어를 믿나요?>. 따뜻하고 화려한 일러스트로 그려진 새로운 세계로 한 발짝 걸어 들어가 보자.


"책의 줄거리"


 줄리앙은 어느 날 우연히 인어를 보게 된 이후부터 인어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이다. 인어를 보고 돌아온 날, 줄리앙은 할머니가 목욕하는 사이에 집 안의 물건들로 자신을 인어처럼 꾸미고 화장까지 하는 등 인어 놀이에 심취하게 되는데.. 마침 목욕을 끝내고 나온 할머니에게 딱 들키게 된다. 여기서 할머니는, 줄리앙을 꾸짖지 ㅇ낳고 오히려 목걸이를 선물해주며 인어가 된 줄리앙을 존중해준다. 그 덕에 자신감을 얻은 줄리앙, 오색 빛깔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어들 사이로 할머니와 함께 당당히 걸어간다. 


"와 이게 뭐야 할머니? /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이 동화에서 할머니는 줄리앙의 모든 행동을 존중해주고, 응한다. 우리 주변에 꼭 있어야 할 어른으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생각해보면, 여자아이는 인형놀이, 남자아이는 블록 쌓기, 색으로 성별 나누기 등등 어린아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을 제한하는 선 긋기는 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문제였다. 남들들과는 다른 개성이 자신신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줄리앙의 할머니가 보여주는 이해와 포용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들에게 나도 모르게 그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지 못하고 획일화된 모습만 요구했는지 반성해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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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 양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기술
다카미 아야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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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단박에 마음에 들어온 책, 웅진 지식하우스 신간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우선 198쪽이라는 얇은 두께감의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양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기술"이라는 부제 또한 내 마음에 쏙!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것 같아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라 생각하며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평소에 절대 책에 줄을 긋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유독 이 책은 공감 가는 부분마다 밑줄을 그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챕터마다 밑줄이 그어져있다는..ㅎㅎ 그만큼 나에게 딱 맞는 책이다! 나처럼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 관계에 항상 을인 것만 같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칭찬을 받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해내는 일을 누구든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자신도 모르게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너무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완벽주의자'를 꿈꿨다. 어떤 일이든지 나에게 들어오면 만족할 때까지 성과를 내야 했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나의 성격이 어쩔 땐 너무 미웠는데,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해 좌절하고 숨는 날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매번 "너는 참 열심히 살아.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해."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남들 다 이렇게 사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은 친구들이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내가 노력한 시간은 남들에겐 칭찬할 만한 일이었지만 나에겐 그저 완벽하지 못한 시간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 현재의 나를 채찍질하고,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지금은 조금씩- 과거의 나도 수고했다며 토닥이고 있지만 이전까진 참 홀대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내가 해내는 일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본건 아닌가- 난 너무 나의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남을 위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냉정함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는 제목에 맞게 양보만 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난 마음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혼내지 않고(?) 알려주는 책이다. 그동안 '너를 더 사랑해라, 자존감을 더 높여라, 다들 그렇다.'와 같은 조언 또는 자책만 하게 되는 말만 들을 뿐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은 얻지 못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에 있을 줄이야. 객관적인 설명 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동안 멘탈 관리를 위해 수없이 읽었던 자기 계발서는 어쩐지 너무 당연한 얘기를 가지고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된다~와 같은 형식이라 (나에게) 조금 강압적이고 센 느낌으로 다가왔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읽힌다. 오히려 상황별로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직장 상사와의 관계라든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줘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달까. 문제점 또한 작가 개인적인 경험 후에 얻은 깨달음을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좋았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미 아야는 심리 카운슬러인데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마음을 진단해주고 있는 느낌이라 편하게, 마치 상담받는 기분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안 또한 적혀있어서 정말, 정말 유용한 책!! 나처럼 자신이 누군지 궁금한 사람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좀 더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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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 반의 아이들
솽쉐타오 지음, 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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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험에서 일등을 해도 9천 위안을 내야 다닐 수 있는 '9천 반'. 들어가도 '갑, 을, 병, 정' 네 개 반으로 나눠진 '학교 안의 학교'. 무시무시한 경쟁의 사회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 때론 치열하고 때론 비열하다. 1년 전 방영한 스카이 캐슬이라는 유명 드라마의 OST, "We all lie~"가 절로 귓가에 들려오는 소설, 바로 상쉐타오의 『9천 반의 아이들』이다.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내 마음에 와닿았던 인물은 혜나였다. 타고난 머리와 뛰어난 눈치로 다져진 강한 생존력. 그녀는 극 중 동갑인 친구들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세상을 이용할 줄 아는 소녀로 나온다. 한마디로 "어른 찜쪄먹는 학생" - 그게 바로 혜나다. 그래서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이 '혜나'라는 인물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어린애답지 않게 너무 영악하다, 또는 불쌍하다로. 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어쩌다 이런 세상을 잘못 만나 저 어린아이가 저런 선택까지 할까, 왜 사회와 어른은 그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나.' 안쓰러움이 분노가 되고, 그것이 드라마가 방영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상쉐타오의 『9천 반의 아이들』을 읽으며 또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왜 사회는 그들을 인정해주지 못하나."

글의 서두를 어른 찜쪄먹는 혜나로 시작했지만 사실 『9천 반의 아이들』에 나오는 안더례와 리모는 그녀의 성격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천진난만 딱 그때의 장난기 많은 남학생들 같다. 이들은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교실의 맨 뒤, 칠판이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같이 앉아 중학교 3년을 함께 보낸다. 처음에 리모는 안더례가 맘에 들지 않았다. 기름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안더례의 꾀죄죄한 몰골과 그에게서 풍겨오는 쿰쿰한 냄새에 그를 멀리하지만, 어느새 그에게 흥미를 느끼고 다가간다. 안더례 또한 마찬가지. 축구를 해도 무조건 리모에게 패스, 리모가 보지 않아도 리모에게 패스, 보이지 않으면 아예 밖으로 공을 보내버리는 한마디로 리모 덕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그들의 학창 시절과, 또 그 이후 리모가 마지막으로 안더례를 만나게 되는 날 까지를 담고 있다.

글의 부제를 "숨겨진,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한 것은 순전히 안더례 때문이다. 앞서 스카이캐슬의 혜나를 가져온 것도 그 이유와 같다. 안더례는 9천 반의 괴짜다. 중학교 첫 수업 날, 쑨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린 이유로 3년 내내 교실의 맨 뒤에 앉아 책상에 낙서를 하는, 선생님들이 봤을 때 '꼴통'인 인물이다. 아이들의 생각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상황이 생긴다. 안더례가 기가 막히게 선생님이 반으로 오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다. 안더례가 "쉿, 선생님 오신다."라고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왔다. 신통방통한 그의 능력에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며 몰려가 물어본다. 그는 거울에 비친 선생님의 안경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알아냈다고 답한다. 과학적 지식과 수학적인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할 일이다. 이렇게 똑똑한 안더례의 수학 성적은? 무려 100점 만점에 32점!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그것을 풀이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더 간단한 풀이 과정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뒤에 남은 문제를 깡그리 잊고 몰두한 것이다. 그에겐 남들보다 높은 몰입도, 풍부한 호기심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끈기가 있다. 또한 후에 리모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발 벗고 나서서 어른들의 잘못을 주장할 줄 아는 힘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사회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게 보인다. 아니, 아무도 그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 리모를 제외하고는. 리모 또한 현실에 치이자 그를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무엇이 안더례를 가려지게 만들었을까? 왜 사회는 그를 몰라볼까?

어딜 가나 주목받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특출난 인간형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규칙을 잘  따르며 사회가 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치에 부합하는 사람들이어야만 그 재능과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 쳇바퀴 마냥 굴러가는 입시 경쟁의 고리를 겪어보지 않은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내 주변의 수많은 언니 오빠, 동생들이 그랬다. 여기에 뒤처지거나 순응하지 않는 학생들은 낙오자, 실패자로 찍힌다. 그들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9천 반의 아이들』은 이것에 대한 해답을 주는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해, 학교와 어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혜나는 테두리 안에 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회로부터 지켜지지 못했다. 안더례는 리모를 밀어 넣었지만 그 자신을 밀어 넣진 못했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꽃들을 져버리게 만든 건 누구인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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