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 무너진 틈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한재윤 지음 / 프롬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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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때로는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성과에 환호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흔히 ‘운’의 존재를 간과하거나, 혹은 너무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 <크랙>은 바로 이 '운'의 본질을 파고들어, 성공과 실패의 메커니즘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궁극적으로는 운을 끌어당기는 지혜를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성공을 경험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꼬집으며 시작한다. 반대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 중 자신이 잘나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경우,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의 영역에 대한 겸손한 인정을 바탕으로, 오직 우리가 관여하고 바꿀 수 있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즉,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몸을 불사르며 노력했더라도 결과는 운이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가 성공의 공을 행운처럼 찾아온 직원들과 좋은 상황 덕분으로 돌리는 모습은 이러한 겸손한 태도가 운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운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 노력, 재능, 태생 그 너머
이야기 속 주인공은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하다 해고당하고 여자친구에게까지 차이는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다. 고용복지센터에서 만난 이가 "노력은 재능을 이긴다"는 말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재능이 중요하지 않다면 자신은 해고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격하게 반박한다. 스포츠에서 재능이 18대 82로 압도적이고 공부 역시 4대 96으로 재능의 영역이 지배적이라는 주장,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을 지닌 토끼를 거북이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비유는 우리의 현실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부모가 부자인 이들은 실패할 자유가 있어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지만, 서민들에게 한 번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로 귀결되는 잔혹한 현실 또한 짚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력, 재능, 태생조차 성공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성공의 비결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레 ‘운’으로 향한다.
주인공은 한때 인정할 수 없었던 후배의 성공을 보며 분노했지만, 그 남자는 후배의 성공이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며 그 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국 실력, 노력,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후배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붙잡고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실함과 실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책은 성공의 9할이 운이고 내 노력이 1할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령 실패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넨다. 현재 삶이 불만족스럽고 엉망이라면, 그저 운이 좀 나빴던 것일 뿐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는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단지 운이 좋았거나 나빴거나일 뿐이라는 담담한 진실은 불필요한 죄책감과 후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운을 부르는 세 가지 전조: 환경, 사람, 그리고 겸손
<크랙>은 행운이 찾아올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제시하며 운을 끌어당기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주변이 정리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침식된 조직에서 해고당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주인공의 상황처럼, 때로는 타의에 의해 강제로 기존의 환경과 인간관계가 초기화되는 과정이 운을 맞이하는 차디찬 겨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려움에 빠지는 것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만, 오늘의 고통에도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메시지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운이 찾아오는 과정 중 나타나는 또 하나의 신호는 나에게 영향을 끼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인공에게는 전 직장 인턴 은서가 그러한 존재였다. 은서와의 만남은 주인공이 굽히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칭찬해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마지막으로, 운을 붙잡기 위한 세 번째 단계는 바로 감사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겸손한 사람일수록 위기가 닥쳤을 때 초연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실패와 성공이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고 자신의 노력으로 안 되는 영역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크랙>이 말하는 운을 붙잡는다는 것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졌을 때도 이 실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운이 들어올 때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과 결심이다. 나보다 먼저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그가 먼저 운을 움켜쥐었을 뿐이며,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운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필요 없이 그저 자신만의 때를 기다리면 된다는 조언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 책은 우리가 그저 주어진 일을 잘하며 버티고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결말을 맞이할 충분한 준비를 마쳤노라고 말한다. 삶의 부침 속에서 운의 파동을 이해하고, 겸손한 태도로 과정을 충실히 하며, 찾아오는 새로운 기회와 인연에 감사할 때 비로소 운은 우리의 편이 될 것이다. 성공의 열쇠가 오직 나의 노력과 재능에만 있다고 믿는 오만을 버리고, 운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인정하며 그 흐름에 발맞춰 나갈 때 진정한 의미의 성공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지금 내 삶이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운이 스며들 준비가 된 시점이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며, 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내 삶에 들어올 때를 기꺼이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틈’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크랙 속으로 스며든 행운의 손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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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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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정작 자기 이야기를 쓰기까지 오래 걸렸다.” 방송작가 김영숙은 오랜 시간 수많은 ‘자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소음을 걷어낸 그들만의 진실에 귀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정작 자기 마음의 소리는 미뤄두었던 이 작가는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자신의 에필로그를 꺼낸다.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는 그렇게 잊혀졌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조용하고 섬세하게 다시금 세상에 닿는 기록이다.

책은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을 통해 만난 자연인들의 삶에서 시작한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건 때론 괴짜 같고 엉뚱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돈, 시간, 인간관계에 지친 끝에 진짜 ‘나’를 되찾기 위해 숲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자연 속에서 묵묵히 자기 자신과 마주한 그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진심으로 평온해보였다. 작가는 그런 자연인들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간다. “무엇이 나를 진짜 행복하게 하는가?”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예찬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삶의 뒷면’을 담아낸다. 방송국 막내 작가 지연이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그는 성실하지만 느렸던 후배에게 화를 내고 후회했던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이 대목은 특히 인상 깊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며, 같잖은 힘자랑도 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은, 오늘도 감정의 중심을 잡기 힘든 우리 모두에게 울림이 크다.

책은 또한 방송이라는 ‘속도의 세계’에서 묻히기 쉬운 감정과 관계, 후회와 용서, 치유와 성장을 묵묵히 기록한다. ‘27세 남자의 환갑까지의 자기 벌 같은 약속’에 담긴 사연을 방송의 흐름 안에 모두 담지 못했던 미안함, 다 담을 수 없는 삶의 깊이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은 그 자체로 이 책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단정할 수 없으며, 결국 할 수 있는 건 조금 더 성실하고 다정하게 귀 기울이는 것뿐이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경박함에 지쳐간다. 남의 칭찬에 들떴다가, 비판에 주저앉는 자신을 바라보며 “이 정도 연차면 스스로를 믿어도 될 때”라고 자신을 다잡는다. 그리고 매달 10만 원, 누군가를 위한 소소한 나눔을 이어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작은 정성이 남긴 파동이 얼마나 오래 마음을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또한 이 책은 육체적 아픔과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품은 저자의 내면 여정이기도 하다. 어릴 적 수술 후유증으로 결국 인공관절을 해야 했던 몸, 겉으로는 괜찮아졌지만, 속은 여전히 고장 난 듯한 마음. 그 모든 고독과 감정을 작가는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꺼내 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40년 넘게 나로 살았지만 이제야 나를 사귀고 있는 것 같다.” 이 진심은 독자의 마음을 묵직하게 감싼다.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는 인생의 매듭을 서둘러 풀지 않겠다는 다짐, 실패와 부끄러움조차 스스로의 일부로 품어내려는 용기의 기록이다. 무수한 데드라인과 비평 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한다. “누가 뭐래도 여기까지 온 게 실력이다. 그러니 충분히, 충분하다.”
자연인의 삶에서, 동료 작가와의 기억에서, 그리고 자신의 아픈 몸과 마음에서 길어 올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지금 괜찮은가요? 대답은 아직 없더라도, 이 책 한 권은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다정하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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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착각 -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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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가끔 ‘운명 같은 사랑’이라 여긴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입고 헤매기도 한다. 그 시작은 마치 영화처럼 완벽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읽어내고, 내 삶에 가장 깊이 들어온 존재 같았기에 망설임 없이 마음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그 관계가 남긴 것은 지독한 혼란, 낮아진 자존감,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운명이라는 착각』은 이처럼 파괴적이고 중독적인 관계 뒤에 숨어 있는 ‘나르시시스트’의 민낯을 직시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 심리서를 넘어, 나르시시스트라는 존재의 심리적 구조와 작동 방식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경계선 성격장애, 정서적 학대자 등 다양한 명칭 아래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포괄하여 ‘나르시시스트’로 정의한다. 이들은 공감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타인을 도구화하며, 관계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통제 수단으로 여긴다. 특히 이들은 ‘미러링’이라는 기법으로 상대방의 특성과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되비추며, 마치 영혼의 짝을 만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문제는 바로 이 강렬한 착각이다. “이 사람이라면”이라는 믿음은 점점 비난과 침묵, 말바꾸기, 가스라이팅, 삼각관계 조장 등으로 발전한다. 그들은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며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상대는 점점 자존감을 잃고 “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자기 감정을 억누른 채 관계에 매몰된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의 한 형태이자 심리 조종이다.

『운명이라는 착각』은 이러한 심리 조종이 어떻게 교묘하게 시작되고 강화되는지를 설명하며, 우리가 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간헐적 강화”, “트라우마 본딩”이라는 개념을 통해 풀어낸다. 나르시시스트는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사랑과 친절을 미끼로 잡아당기고, 때로는 냉정함으로 밀어내며 상대를 심리적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신은 자존감을 잃고, 자신의 직감과 판단마저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내가 문제인가?"라는 깊은 자기 의심에 빠지게 된다.

책은 단순히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계 회복과 자기 회복의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노 컨택트', 즉 모든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 결단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회복의 유일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건강한 경계 설정이다. 나를 위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어길 때 죄책감 없이 ‘아니오’라고 말하는 연습. 이것이 무너졌던 정체성을 되찾고 자율성을 회복하는 핵심이다. 또한, 이 책은 심리치료, 지지 시스템 구성, 감정 표현 연습 등 실질적인 치유 단계까지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따뜻함과 헌신을 이용하기 위해 당신을 택했다”는 문장이다. 상처 입은 독자에게 이보다 더 명료하고 따뜻한 위로가 있을까? 책은 독자의 죄책감과 자기비난을 걷어내고, 왜곡된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되찾을 힘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8가지 신호를 정리하며, 독자가 다시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너무 빠른 관계 진행, 공감 부족, 말과 행동의 불일치, 경계 침범…” 이 신호들을 경고등으로 삼아,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곧 성숙한 사랑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운명이라는 착각』은 모든 감정 조종 관계의 희생자에게 바치는 실용적이고 따뜻한 회복 안내서다. 그들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며 무너졌던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더이상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착각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하고, 건강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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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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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삶이란 때로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지우곤 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상처는 깊고 오래도록 우리의 심장을 맴돈다. 여기, 한 남자의 솔직하고 처절한 고백이 담긴 책 <새피엔딩>이 있다. 이 책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한 개인의 치열한 여정을 담았다. 단순히 상처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상처를 통해 얻은 통찰과 성장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선사한다.
“용서하지 못한 채 성장한 아이는, 그 상처를 안은 어른이 된다.”
『새피엔딩』은 끝나지 않은 상처와 싸우며 살아온 한 사람의 솔직하고 치열한 인생 서사다. 책은 감히 ‘해피엔딩’이라 부르기 어려운 삶을 살아온 저자가, 그렇기에 더욱 ‘새로운 엔딩’을 찾아가려는 과정의 기록이다.

책의 시작은 아버지에 대한 깊고 날 선 증오에서 출발한다. 폭력과 중독, 욕설과 무책임으로 얼룩진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이에게 상처를 남겼다. 공항에서 싸움을 벌이고, 술에 취해 욕을 퍼붓고, 정신병원에 실려 간 후에도 아버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며 자란 저자는 스스로를 가족의 방패로 삼으며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눌렀고, 대신 책임을 떠안았다. “사람을 대하는 게 평생 조심스럽다”는 그의 고백은, 트라우마가 성격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새피엔딩>은 절망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버지가 약물중독으로 요양병원에 옮겨지고 자신을 삼촌으로 착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감정의 매듭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미약한 '마지막 부성'을 떠올리려 애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0점 아버지에게서 자란 나는 98점 아빠가 되련다." 이 문장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이다. 저자는 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피를 물로 바꾸는 기적'에 도전한다. 아버지가 저지른 수많은 사고에서 살아남고 덤으로 사는 인생을 보면서도 '작은 기대와 소망은 파도 앞에 부서지는 모래성'과 같았다고 고백하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자신만의 새로운 가족 서사를 써 내려간다. 딸의 "아빠는 몇 점이야?"라는 물음에 "97점"이라는 대답을 듣고 '함께하지 않음'에서 감점되었다는 이야기는 저자가 얼마나 딸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새벽 운동과 밤의 휴식마저도 눈치를 봐야 할 만큼 딸과의 '함께하기'를 위한 노력은 0점 아버지와는 확연히 다른 98점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그가 수영장을 오가며 다짐하는 문장들이다. “힘이 든다는 건 힘을 잃는 게 아니라 힘을 얻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은, 상처 위에 삶을 다시 세우려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가 된다. 저자는 과거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며, 그로 인해 생긴 예민함과 경계를 이웃을 향한 ‘예리한 징검다리’로 바꾸려 한다. 이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고통의 기억을 공동체적 치유로 확장하려는 성숙한 태도다.

『새피엔딩』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다시 시작하는 엔딩’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찾아가는 ‘진행형의 삶’을 의미한다. “우리 인생의 장과 막에 희비는 갈리겠으나 언제나 진행형이다”라는 문장처럼, 그는 끝남이 아닌 변화의 여정을 말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생긴 상처를,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자세로 치유해나가는 숭고한 길이다.

물론, 저자는 여전히 아버지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잘린 꼬리에 새살이 돋았지만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가 보다"라는 표현처럼, 어린 시절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아버지 앞에선 열두 살, 상처 많은 소년'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초코파이와 두유를 병실 앞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뒷모습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지만, 그는 이제 '행복을 안고 아픔과 이별 중'인 어른이 된다.

<새피엔딩>은 상처 없는 삶을 약속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그 상처를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더 치열하게 사랑하고 친절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도 자신의 삶 속 상처들을 돌아보고, 그 아픔을 딛고 새로운 행복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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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 - 뇌과학이 증명한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감정 설계
손정헌 지음 / 더페이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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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갈망한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고, 간혹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조차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과연 행복은 그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만약 행복이 운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면 어떨까? 여기, 우리의 뇌와 감정을 이해하고 통제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하는 책, 『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가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피상적인 자기계발서를 넘어, 뇌 과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를 파헤치고, 스스로 행복을 창조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 앞에서 이 질문을 반복한다. 아무리 이룬 것이 많아도, 찰나의 행복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허전함이 찾아온다. 『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는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들에게 뇌과학과 감정심리학을 기반으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행복의 본질을 묻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감정에 의해 삶이 좌우되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먼저 ‘감정의 뇌’를 거친다. 이성은 뒤따를 뿐이다. 즉, 우리는 논리보다 감정으로 반응하고, 그 감정이 우리의 말과 행동, 결국 인생 전반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삶이 버겁고,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 당신의 감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곧 행동을 낳고, 그 행동이 삶을 형성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감정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바로 감정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전략.
책은 말한다. ‘내 성격이 원래 이런가 보다’라고 체념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는 삶은 반복된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은 기억회로를 자극해 쉽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학습력 저하, 자존감 붕괴, 인간관계 갈등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감정은 곧 세계관이 되고, 세계관은 정체성이 된다. 결국 “나는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스스로 각인시키며, 가능성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감정-행동의 경험으로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다. “뇌는 실제 움직임과 그 상상마저 구별하지 못한다”는 뇌과학적 사실은 희망적이다. 행동을 상상만 해도 뇌는 실제처럼 반응하며, 감정의 패턴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뇌와 대화하며 자신만의 내면의 소리를 창조하라고 제안한다. 이것을 저자는 ‘정신교감’이라고 부르는데,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어 자기 인식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진정한 자존감은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며, 타인의 시선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뇌를 바꾸고 감정을 재설계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필요한 감정 만들기 —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시연하라.
2. 독서하기 — 새로운 언어와 관점을 받아들이며 뇌의 회로를 재배선하라.
3. 생각하고 정리하기 — 막연한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며 객관화하라.
4. 감정 상태 확인하기 — 하루의 감정 흐름을 점검하고 원인을 파악하라.
5. 행동하기 —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움직이라. 행동은 감정을 반전시키는 힘이다.

특히 명상은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강력한 도구다. 명상은 감각에 무조건 반응하지 않도록 뇌를 훈련시켜, 고통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열쇠가 된다. 감정을 객관화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도우며, 뇌의 노화를 늦추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우리 삶을 움직이는 본질이 감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고, 그 감정을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뇌과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한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를 바꿀 수는 있다. 그래야 세상이 달리 보인다.”
행복은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바꾸면, 뇌가 바뀌고, 나의 인생도 다시 시작된다. 이 책은 그 출발선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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