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 무너진 틈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한재윤 지음 / 프롬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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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때로는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성과에 환호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흔히 ‘운’의 존재를 간과하거나, 혹은 너무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 <크랙>은 바로 이 '운'의 본질을 파고들어, 성공과 실패의 메커니즘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궁극적으로는 운을 끌어당기는 지혜를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성공을 경험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꼬집으며 시작한다. 반대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 중 자신이 잘나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경우,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의 영역에 대한 겸손한 인정을 바탕으로, 오직 우리가 관여하고 바꿀 수 있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즉,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몸을 불사르며 노력했더라도 결과는 운이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가 성공의 공을 행운처럼 찾아온 직원들과 좋은 상황 덕분으로 돌리는 모습은 이러한 겸손한 태도가 운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운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 노력, 재능, 태생 그 너머
이야기 속 주인공은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하다 해고당하고 여자친구에게까지 차이는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다. 고용복지센터에서 만난 이가 "노력은 재능을 이긴다"는 말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재능이 중요하지 않다면 자신은 해고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격하게 반박한다. 스포츠에서 재능이 18대 82로 압도적이고 공부 역시 4대 96으로 재능의 영역이 지배적이라는 주장,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을 지닌 토끼를 거북이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비유는 우리의 현실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부모가 부자인 이들은 실패할 자유가 있어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지만, 서민들에게 한 번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로 귀결되는 잔혹한 현실 또한 짚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력, 재능, 태생조차 성공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성공의 비결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레 ‘운’으로 향한다.
주인공은 한때 인정할 수 없었던 후배의 성공을 보며 분노했지만, 그 남자는 후배의 성공이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며 그 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국 실력, 노력,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후배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붙잡고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실함과 실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책은 성공의 9할이 운이고 내 노력이 1할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령 실패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넨다. 현재 삶이 불만족스럽고 엉망이라면, 그저 운이 좀 나빴던 것일 뿐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는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단지 운이 좋았거나 나빴거나일 뿐이라는 담담한 진실은 불필요한 죄책감과 후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운을 부르는 세 가지 전조: 환경, 사람, 그리고 겸손
<크랙>은 행운이 찾아올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제시하며 운을 끌어당기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주변이 정리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침식된 조직에서 해고당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주인공의 상황처럼, 때로는 타의에 의해 강제로 기존의 환경과 인간관계가 초기화되는 과정이 운을 맞이하는 차디찬 겨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려움에 빠지는 것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만, 오늘의 고통에도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메시지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운이 찾아오는 과정 중 나타나는 또 하나의 신호는 나에게 영향을 끼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인공에게는 전 직장 인턴 은서가 그러한 존재였다. 은서와의 만남은 주인공이 굽히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칭찬해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마지막으로, 운을 붙잡기 위한 세 번째 단계는 바로 감사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겸손한 사람일수록 위기가 닥쳤을 때 초연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실패와 성공이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고 자신의 노력으로 안 되는 영역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크랙>이 말하는 운을 붙잡는다는 것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졌을 때도 이 실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운이 들어올 때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과 결심이다. 나보다 먼저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그가 먼저 운을 움켜쥐었을 뿐이며,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운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필요 없이 그저 자신만의 때를 기다리면 된다는 조언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 책은 우리가 그저 주어진 일을 잘하며 버티고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결말을 맞이할 충분한 준비를 마쳤노라고 말한다. 삶의 부침 속에서 운의 파동을 이해하고, 겸손한 태도로 과정을 충실히 하며, 찾아오는 새로운 기회와 인연에 감사할 때 비로소 운은 우리의 편이 될 것이다. 성공의 열쇠가 오직 나의 노력과 재능에만 있다고 믿는 오만을 버리고, 운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인정하며 그 흐름에 발맞춰 나갈 때 진정한 의미의 성공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지금 내 삶이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운이 스며들 준비가 된 시점이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며, 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내 삶에 들어올 때를 기꺼이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틈’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크랙 속으로 스며든 행운의 손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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