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시 민음 경장편 5
김사과 지음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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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테러의 시>, 어떻게 이 작품에 걸맞는 이런 제목을 붙혔는지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사과라는 낯설은 이름과 어여쁜 이름에 걸맞지 않은 , 독자들에게 무슨 테러를 가하는 듯한 작품의 세계는 말로 형언하기 힘듭니다. 이 말이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너무 충격적으로 와닿는 내용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의미입니다.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평범한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앞서가는 세계를 가진 작가 인 듯 합니다.

 

퓰리처 상에 빛나는 <코맥 맥카시>의 소설 <로드>를 연상시키는 도입부, 온 세계는 잿더미가 아닌 모래로 뒤덮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사상누각>의 모래성을 떠올리게 하는 , 굳건히 서있어도 부정부패와 폭력으로, 음모와 술수로 가득찬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러한 모래로 메타포화 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조선족일수 밖에 없어 당해야 하는 억울함을 지닌 제니와 불법체류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보호받을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영국인 리..., 이 두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그야 말로 폭력과 마약과 불법과 부정부패와 강간과 이중성으로 얼룩겨 있는 세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강간당하고 , 그것도 모자란 불법 섹스 클럽으로 팔려간 제니, 그녀가 바라본 세계는 모래처럼 흩어져가는 , "아무것도 몰라!"라고 속삭이면서 무지와 무감각의 형상을 지닌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폭력성과 부정부패에 대항하여 작가 김사과는 과감히 욕을 날립니다. 그리고 야동을 보듯 상세한 묘사로 혐오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어여뻐 보이는 작가의 외모와 이름에 불구하고 , 작가가 내뱉고 있는 말들은 윤리와 도덕이라는 이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불법과 지하의 세계에서 오가는 쌍스러운 말들의 남발로, 독자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작가의 세상에 대한 분노가 되어 나오는 , 테러처럼 내 뱉어 지는 말들은 , 건달이나 양아치들 사이에서 나와야 하는 말들이므로, 오히려 아름다운 세계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의 입에서 품어져 나오고 있어 더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악에 바쳐 하는 말인지, 얼마나 분노에 쩔어 나오는 말인지 상상이 가기도 합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다 읽고 나서 한 저혼자만의 말입니다만,,,,,정숙한 사람으로서 내뱉기 힘든 말들을 대신 글로 표현해 내어 주는 , 어떤 카타르시스를 맞볼수도 있겠습니다. 그저 작가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들 세계에서도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김사과라는 작가. 상상의 힘은 무한하다고 하지만, 너무 지나쳐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 아직 받아 들일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받아 들여 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분명 낯설게 느껴지는 소설이면서 작가의 '솔직함'이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낯익게 다가오기도 하거든요. 무방비 상태에서 품어져 나오는 <테러의 시>처럼, 이미 마약과 게임과 중독과 폭력의 테러가 판치는 이세상에서 김사과라는 작가가 내뱉는 병든 언어들을 우리가 견딜수 있을지 한번 도전해 보실런지요. 그 이후에 나오는 독자들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다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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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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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소설들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정신의 추구, 세속과 현실에서의 탈피, 정신적인 구도, 예술혼의 열망 등을 그린 작품들이 많습니다. <달과 6펜스>에서는 타히티에서 예술의 혼을 불태운 고갱의 삶을 허구화하여 지은 소설로, 달은 광기어린 예술에의 열망을 뜻하고, 6펜스는 물질을 대변하는 세속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을 떠나 결국은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숨지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면도날>은 정신과 물질 중에 정신과 영혼에의 추구를 위해 구도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 청년의 인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했다가 옆에서 죽어가는 친구의 주검을 보고, 허무함을 느낀 래리 데럴이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결국 면도날을 뛰어넘는 듯한 , 구원으로의 어려움을 묘사해 내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서머싯 몸의 3대 소설(달과 6펜스, 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을 지금 읽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서머싯 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 부모를 일찍 여의고 백부의 집에서 자란 유년 시절부터 의학공부와 미술 공부를 해왔던 시절은 비슷하게 작가의 삶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고 저자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립>은 절름발이의 불구를 가지고 킹즈 스쿨을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의 친구들은 그가 자신들과 다르기 때문에 놀림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학창시절의 오류를 철저히 겪게 됩니다. 이로서 필립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루어 지고, 정신적인 세계가 더욱 넓어 지고 커져 갑니다. 수줍어 하는 성격 탓으로 친사람을 사귀기 어려움을 느낀 필립은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독서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또래의 아이보다 심미안이 넓어지고 지식과 사상이 커져 가게 됩니다.

 

자신의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고민에 빠졌던 필립은 퍼킨즈 교장의 말 한마디에 약간은 자유로와 질수 있었습니다. " 네 어깨가 특별히 강하여 사랑의 표시로 십자가를 지게 하셨다고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그러면 그게 불행이 아니라 행복의 근원이 될것이다."(117쪽) 하느님이 절름발이라는 신체적인 악조건의 십자가를 그의 어깨가 특별히 강하여 지도록 하셨기 때문에 오히려 불행이 아니라 행복의 근원이 될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심어 주었던 것이지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내속의 장애나 내면의 불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그것을 짊어 질수 있는 특별한 어깨가 나의 어깨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불행이 아닌 내가 오히려 특별하다는 것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면이 강인하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발견할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신체적인 조건 외에 성격적인 면을 생각 해볼수 있습니다. 주인공 필립도 자신의 수줍어 하는 성격 탓에 많은 친구를 사귈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필립은 제 불구의 발이 불러 일으키는 조롱을 통해 순진한 유년을 거쳐 쓰라린 자의식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통스럽게만 느껴지는 수줍은 성격 밑 저안에서 무엇인가 자라고 있었다. 어렴풋이나마 필립은 그것이 자신의 개성임을 깨달았다."(82쪽) 수줍은 성격 저변에 자신의 개성이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활발하고 말을 잘해 사람을 끌어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요. 저도 후자편에 속하는데, 이런 성격도 하나의 개성으로 볼수 있으며, 그런 성격으로 인해 내면과 정신적인 세계 탐구에 더 집중할수 있는 이점이 있을수 있는 것입니다. "수줍음에서인지, 동굴 생활을 하던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무슨 격세유전의 형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 대하는 사람을 늘 꺼려했다."(173쪽) 수줍은 성격의 모태가 동굴 생활을 하던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격세유전의 형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충분히 개연성 있다는 면에서 , 이런 성격의 소유자도 열등감에 사로 잡힐 필요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사제인 백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던 필립은 "믿음이 있으면 산이라도 옮길수 있다"는 성경구절을 두고 자신의 절름발이를 고쳐달라고 사뭇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교회다녀 보셨던 분들은 많이 해보셨던 기도일겁니다. 하지만 그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점점 자신의 신앙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들어냅니다. 그리고 위선적인 백부의 사제 역할에도 치가 떨려 합니다. 그러다 독일에서의 하숙집 친구인 "위크스"와 파리에서의 미술 공부 중 "크로손"이라는 시인의 신앙에 구애 받지 않는 조언에 의해 믿음의 구속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게 됩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신앙을 간단히 벗어 던져 버렸다. 마치 몸에 맞지 않게 된 외투처럼. 비록 깨닫지는 못했지만 신앙이 오랫동안 그를 지탱해 왔던지라. 그것을 버리고 나자. 처음에는 삶이 낯설고 외롭게 보였다. 지팡이에 의지해 오던 사람이 갑자기 지팡이 없이 걷게 된 기분이었다. 낮은 더 춥고, 밤은 더 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벅찬 감격이 그를 버티게 해주었다. 삶이 더 아슬아슬한 모험으로 여겨졌다.(194쪽)

 

결국 필립은 자신의 절름발이라는 육체적인 인간의 굴레에서, 그리고 수줍은 성격이라는 인간의 굴레에서, 그 당시 지배하던 영국 국교회의 신앙이라는 인간의 굴레에서 , 서서히 자유로와 지고 있습니다. 또 1권의 후반부에서 나오는 "밀드레드"를 향한 짝사랑의 고통 후에 "인간의 사랑과 욕망"이라는 굴레에서도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학창시절 절친이었던 "로우즈"라는 친구와의 사이에서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결국 친구와의 우정도 깨어지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여자를 사랑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녀가 속물이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 그녀를 사랑할수 밖에 없었던, 끊어지지 않는 욕망의 사슬을 결국은 그녀의 결혼으로, 그리고 시간의 흐름으로 벗어날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따져 보면 인간의 인생중에서 벗어나야 할 인간의 굴레들이 참 많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옭아 매고 있던 굴레들을 겪은 후에야 자유로울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셈이지요. 지금 당신은 어떤 굴레에 얽매여 있는지요.? 아직 우리의 필립은 절반의 인생을 살면서 많은 굴레를 짊어지기도, 벗어나 보기도 했습니다. 남은 그의 굴레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이건 2권에서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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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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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재미가 있습니다. 이제껏 읽은 그의 소설 중에 <위험한 관계>만 저에게 흥미를 덜 끈 작품이었고, <빅픽처><모멘트> 는 한번 손에 책을 쥐면 결과가 궁금해 책을 놓기가 싫었던 작품입니다. 소설은 대부분 다 재밌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야기는 반전이 있고,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 전개지만, 몰입력이 대단합니다. 더글라스의 작품 중에 네번째 읽게 된 < 파리 5구의 여인>은 이전 소설과는 다른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다는 사실 말고는 로맨스와 스릴러가 겸한 소설입니다. 제가 아직 <파우스트>를 읽지 않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 박사 처럼 우리의 주인공 해리 릭슨도 악마와의 위험한 거래에 놓이게 됩니다. 아름다운 여인인 파리 5구에 사는 <마지트 카다르>가 악마인지 천사인지는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달라 질수 있을 것입니다.

 

(요기 부터는 스포가 있으니 읽기 싫은 분은 읽지 마시길...)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아내가 바람이 나거나 자신이 성적인 실수로 이혼을 당하는 설정이 많이 나옵니다. 이 소설 주인공인 해리도 대학교수로 제자와 스캔들에 휩싸였다가 모든 것을 잃고 피신처로 파리로 떠나옵니다. 파리는 그가 가고 싶어 했던 꿈꾸던 도시 였지만 , 해리에게 놓여진 파리는 범죄와 불법이 무성한 파리 10구의 파라디스가에서 암울한 생활로 시작됩니다. 친절한 터키인의 도움으로 얻게 된 싼값의 집에서 이민온 터키인들에게 둘러쌓여 불법을 넘나드는 야간경비일을 하게 됩니다. 미국인인 해리 주변에 둘러싼 인물들은 대부분 이민온 터키인이었는데, 터키여행을 갔다온 저로서는 터키인들이 유럽에서 겪는 실상을 느낄수 있어 실감을 할수 있었습니다. 터키인들이 주로 유럽의 바퀴벌레라는 별명으로 유럽인들이 하지 않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도 화려하고 낭만적인 곳이 있는가 하면 빈부격차야 세계 어디든 존재하는 지라 파리에서도 여러 인종들이 자기 구역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공존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파리의 아름다운 부분이 아니라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역에서 트러블메이커로 우리의 주인공 해리는 살아가게 됩니다.

 

친구 더그 스탠리가 소개해준 사교의 장소인 로레인 허버트 부인의 살롱에서 마지트 카다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외로웠던 해리에게 그녀는 구원의 여신이었겠지요. 그녀와의 음밀한 밀회가 시작되고 서로의 과거를 대화하면서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하나가 되는 듯 했습니다. 마지트는 심령술사처럼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고, 해리가 분노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게 됩니다. 급기야 해리가 그들을 죽인 용의자로 몰리게 되는데, 과연 해리가 그들을 죽인 것인지 아니면 복수의 여신이 그를 위해 한 일인지 궁금증을 더하게 됩니다.

 

126 분명 여자 목소리였다. 발코니 저쪽에서 들려온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여자는 어둠속에 가려져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다. 붉은 담배 불빛만이 어둠을 뚫고 선명하게 보였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에단호크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영국에서 개봉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개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개봉이 안되는지 하니면 개봉은 했는데 흥행을 못한 것인지 저에게는 소설이 영화화 되었다는 말만 듣고 , 실제로 주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작품의 전개 구성상 영화화 하기에는 참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만 어설프게 영화로 만들면 어색하기 짝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판타지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스포가 농후하지만 마지트가 바로 귀신이라는 사실이 끝에 밝혀지게 되거든요. 해리는 한마디로 귀신에 씌인 남자가 되어 버립니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작품도 흥행을 했지만 유령이 나오는 영화가 한때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사랑, 이혼, 배신, 아픔등에 대한 로맨스를 주로 써내려 갔던 더글라스 작품과는 달리 유령의 존재라는 특이하고 기발한 소재가 흥미를 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몰락한 한 대학교수가 하층민의 삶으로 전락하고, 너무 외로운 나머지 아름다운 여인이 그에게 말을 걸어 왔을때 해리는 그녀의 존재가 무척이나 , 절실히 필요했을 것입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영혼에게 악마나 천사가 가까이 하기는 좋은 기회일테니까요. 마지트의 등장은 결국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의 인생으로 들어간거야.'라는 고백을 들으면서 해리는 행복해야 할지,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삶에 괴로워해야 할지 어리둥절해 할수 밖에 없어집니다.

 

스릴러를 주로 애독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어설퍼 보일수 있는 구성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로맨스와 판타지를 즐겨 보시는 분들에게는 더글라스 케데니의 작품만큼 흥미와 매력을 주어 흡인력을 끌어 주는 작품도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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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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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로 넘어선 이야기를 보면, 왕이 허연우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비밀리에 병사인지 타살이었는지 조사해 나가게 됩니다. 왕의 비밀 조사가 윤대형 진영에서 알게 되면서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가고 , 여러 사건들이 전개됩니다. 곧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될 내용들이라 줄거리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2권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작가가 참으로 시적이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지고 많은 심리적인 묘사를 하게 되는데요. 왕의 이름은 이훤(李暄), 훤은 따뜻하다는 의미로, 왕이라는 의미에서도 해를 뜻하지만 이름에서도 해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연우(煙雨)는 보슬비라는 한자의 이름이지요. 드라마에서는 아직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훤의 운검인 김제운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운검은 임금을 보좌하는 무관인데, 훤이 가장 믿는 옛 친구인 <김제운>이라는 자가 항상 호위를 하고 있습니다. 김제운의 운은 구름으로 제운도 연우가 아닌 액받이 무녀 월을 홀로 짝사랑하면서 괴로워하지요.

 

제운은 서자 출신으로 예전 연우가 죽기전 허염의 집을 드나 들때는 연우에게 감히 마음을 열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연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액받이 무녀로 와있는 월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자신의 주군에 대한 배반의 감정을 가진것을 질책하기도 합니다. 짝사랑의 아픔을 지닌 또 한사람, 월의 옆에서 항상 남장을 하고 호위를 하고 있는 <설>이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허염의 집에서 노비로 있다가 하찮은 자신의 이름을 허염이 설이라는 이쁜 이름으로 고쳐주고 다정하게 대해주자 홀로 허염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설이, 허염의 염(炎)은 불꽃이라는 뜻으로 설(설)인 눈이 가까이 가면 녹아 없어지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런 짝사랑의 아픔을 지닌 제운과 설이 우연히 만나서 하는 말입니다. "구름은 달을 가리는 것일뿐, 품는 것이 아니옵니다." 제운의 월에 대한 마음을 눈치 챈 설의 말이엇습니다. 구름은 제운, 달은 월, 구름이 달을 품을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이에 제운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구름은 달을 가릴뿐이지만 비는 품을수 있습니다." 제운은 비인 연우는 품을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연우인 월을 품고 싶어하는 그의 애절한 감정이 실려 있는 말입니다. 이름가지고 장난하는 것 같지만 그 이름속에 담겨있는 서정성이 또한 아름답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결국 설은 허염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 허염대신 자신이 자객들을 막아 내고 죽어 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검을 허염이 보기 전에 치워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까지 합니다. 해와 달의 아름다운 사랑의 배경에는 이런 가슴아픈 사랑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랑들이 있었기에, 들러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인공이 해와 달의 사랑이 더욱 빛나고 돋보이게 해주고 있습니다.

 

한 여인인 달만을 품을수 있게 운명 지어진 태양, 훤은 가짜인 달을 몰아내고, 결국 진짜 달인 연우와 좋은 가약을 맺게 된다는 해피앤딩으로 마감을 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 파란 만장한 여러 일들이 일어 나므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장씨 도무녀가 연우와 중전인 윤보경의 운명을 바꾸는 무고술을 행하는 이유가 자신의 안위보다 성수청의 존재유무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장씨 도무녀가 연우에게 말합니다. 그 어떤 주술보다 강한 것은 사람의 간절한 마음, 그리움이라고...... 그런 그리움이 결계를 깨고, 악한 주술을 이길수 있는 초능력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늘이 정한 운명이지만, 주위의 정치적 음모와 술수로 만날수 없었던 인연은 그런 강한 그리움으로 하늘의 운명을 이어나가게 되는 셈이지요. 찐한 감성을 자극하는 대화내용들이 독자들에게도 촉촉한 심장을 가질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성을 좋아 하시는 분이라면 반갑게 펼칠수 있을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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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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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시여행자는 요시다 슈이치가 10년동안의 세월의 정리하고 되돌아 보는 듯한 단편 10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도시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보는 느낌을 주고 있어 편안하게 읽혀진다.

단 요시다 선생님의 사념의 비약이 있어 자세히 읽지 않으면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정확하게 읽어 낼수가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 사소해서 생각의 흐름대로 나열되어 있어 평범한 내 생각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기도 한다.

 

<나날의 봄>과 <영하 5도>는 사념이 같다는 이유로 남녀의 정신세계가 인연으로 연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풍, 그 후>는 가출한 대학생의 도피적인 생각과 추상을 그려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새벽 2시의 남자>는 한번쯤한 있을 법한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떨쳐 냈던 중년 여자의 옛 추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젖니>는 이상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는 남녀와 어린 아들이 겪는 애피소드를 엮어 내고 있고, <녀석들>은 어릴적 여자취급을 당했던 진정 남자다운 세계로의 갈망을 하고 있는, 치한에게 당한 분노를 이겨 내려는 , 남자의 몸부림이 보이는 이야기이다. <오사카 호노카>는 결혼하지 않고 있는 노총각들이 만나 하룻밤 술에 절어 흘러가는 상념중에 지금의 애인이 떠올라 그녀를 위해 명품 과자를 선물로 사려고 공항을 서성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24Pieces>는 친구의 애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겪는 죄책감과 상념, 그녀를 보내야 하는 절망등을 일기 형식마냥 적어 내고 있다.

<등대>는 일상의 상념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무런 인과 관계 없이 떠오르는 내용대로 적어 내려가면서 동행자 둘이 나누는 이야기도 어떤 논리성하고는 거리가 먼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캔슬된 거리의 안내> 는 세가지의 이야기, 군함도에서 거짓 안내자 노릇을 하는 어린시절 나와 소설을 쓰면서 선박회사에 다니는 내가 형과 지내는 무료한 나날들을 , 내가 쓰고 있는 나쓰메 라는 청년과 깃코와 깃코 어머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들이 서로 교차하여 절묘하게 연결 시키고 있다.

 

요시다는 '요시다다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시 사람들이 지켜 볼수 있는 공간과 지나칠수 있는 시간을 너무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극히 사소한 일상, 찰나적 순간, 딱히 두드러 질 것 없는 대화 등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섬세한 심리와 인생의 깊이를 상기 시키는 역량이 대단한 작가라고 할수 있겠다.

 

<캔슬된 거리의 안내>속의 주인공이 말하는 상념이 곧 작가의 넋두리이자 진심일수 있겠다.

 

-소설속에 쓴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다만 이 소설에는 쓰지 않은 일이 더 많다. 포도 따기라도 하듯 나는 지금껏 흠집없이 잘 익은 송이만 따왔다. ....내가 하는 일은 완전한 현실에서 몇 송이 만을 따내어 거짓으로 내일에 남기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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