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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이가라시 다이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 이가라시 다이는 귀가 들리지 않는 부모를 부끄럽게 여겼다. 그럴 때마다 ‘들리지 않는 엄마라서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자란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젊은 시절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자, 어머니의 과거는 몰라도 되는 것에서 꼭 알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다이는 젊은 시절 어머니는 차별과 시련을 겪었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의 삶을 만나는 일을 주저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싶어 집을 나갔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아냈고, 어머니를 꼭 알고 싶다는 마음을 내게 한다.
다이의 어머니인 사에코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사에코가 잘 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고모는 필사적으로 내 귀를 고쳐주려 했어.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내 귀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나 봐.” 33쪽
당시 일본 사회(일본 뿐이 아니라 대다수의 나라가 우생보호법을 실행하고 있는 시기였고, 장애를 비정상성의 범주로 두어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결코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한다. —--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저 역시 차별을 싫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우생보호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간극이 너무 커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170쪽
정상성의 범주 내에서 정상이 아닌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었지만, 그로 인해 상처받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저 선의에 의한 걱정과 배려였을 것이다.
귀가 들리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하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들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하는 것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수도 있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제한이 있을 수도 있고 육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143쪽
농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선의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견뎌내는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사에코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가 정상성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차별의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순간에도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은 곤혹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최은영은 [신짜오 신짜오]에서 한국인은 침략의 역사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베트남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단일국이 아닌 UN군의 이름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되었던 한국군이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한 사실이 전해지지 않고, 이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뤄진 우생보호도 이러한 방식이었다. 자신들의 행위가 차별과 편견의 산물임을 알지 못했다. 다만, 과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을 뿐.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를 알고자 한 다이.
어쩌면 편견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입히고 생을 입히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