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25년 7월
평점 :
@woojoos_story 모집 @jiwain 도서지원#우주클럽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책의 배경이 되는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도서실에서 찍은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도서실은 평일에만 개방되는데 마침 평일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행 없이 혼자 찾아가 다양한 도록과 미술 서적을 자유롭게 살펴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을 때 미술과 음악은 제게 위로가 되었고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눈과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를 더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 『심미안 수업』을 만났습니다.
나는 모르겠네, 테이블에 꽃병을 놓아야 할지.
나는 모르겠네, 저 사물을 분홍색으로 칠할지 파란색으로 할지.
나는 모르겠네, 직선이 좋은지 곡선을 선호하는지.
나는 모르겠네, 나는 모르겠네라는 말을 그만해도 될지.
알렉산드로 메니니
제 마음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시를 만나 놀랐습니다.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책의 첫 장에 인용된 시가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그 시를 선택해 넣은 작가님의 안목이 돋보였고 책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심미안 수업』은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한 권에 담고 있는데
각 분야의 감각을 어떻게 키우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저자 윤광준 님은 사진작가이자 오디오 평론가로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 온 아트워커이기에
각 분야를 바라보는 시선이 넓고 깊습니다.
여섯 가지 예술 중에서 미술을 가장 먼저 다룹니다.
시각의 경험이 다른 감각을 여는 출발점이 된다고 보고 작품을 깊이 바라보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는 감상에 대한 정의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전시를 즐기는 6가지 방법을 읽으며 그동안 전시를 즐겨 왔다고 생각하니 뿌듯함도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적 집에 있던 라디오로 클래식을 듣던 아이는 커서 첼로를 사랑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어느 순간 현악기의 매력에 빠졌고 그 마음이 잊힌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대로 남아
기회가 왔을 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심미안 수업』을 읽고 나서 왜 클래식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애착이란 결국 그 대상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고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라디오로 클래식을 자주 들었던 경험이 제 안에 쌓였고 그 기억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p.153)는 좋아하는 것을 오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을 때 삶은 더 분명한 색과 방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 미학의 본질은 감탄이다.' (p.163)라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마주하면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느낌을 이 한 문장이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건축은 저에게 생소한 분야였지만 예전부터 궁금했던 종묘의 정전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민감해진다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넓어진다는 뜻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앞으로 주변의 건축물에 대해 더 주의 깊게 바라보고 싶어 졌습니다.
사진 파트를 읽다가 옛 추억을 소환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에서 '오늘의 사진'이라는 코너의 심사위원을 맡으셨다는 이야기를 읽고 오래전 그 코너에 사진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쁘고 나름 잘 담았다는 생각에 올렸는데 선정되진 않았지만 사진의 감상평이 친절하고 따뜻했던 글이었던걸 기억합니다. 어느 분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책을 읽다 보니 왠지 모르게 그때의 심사평을 남긴 분이 윤광준 님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으로 그 사진이 가둔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마도 그날의 제 사진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한 따뜻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기억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은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신의 생활 속에 지니기를 바란다.' - 막심 고리키 (p.276) 이 문장을 읽고 얼마 전 구입한 작은 미니 조명이 생각났습니다. 그 조명을 켜면 공간이 한층 따뜻해지고 기분까지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이 고리키의 말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과 좋은 디자인을 알아보는 눈은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해 설명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일상 속 작은 물건 하나라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이유가 그 디자인이 주는 편안함과 만족감이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심미안 수업』은 미술을 이해하는 눈과 음악을 듣는 귀, 건축을 느끼는 몸과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 디자인을 선택하는 취향은 결국 한 사람의 안에서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왜 미술을 좋아하고 음악을 즐기며 아름다운 것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심미안이란 타고나는 재능 같은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주 보고 듣고 느끼며 서서히 길러지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내가 사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충분히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예술을 삶에서 경험하며 아름답게 꾸며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