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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가시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84
시마오 도시오 지음, 이종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평점 :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을텐데 그중에 묘사가 있다. 소설가는 인물을 묘사하고, 배경(풍경)을 묘사하고, 사건을 묘사하면서 소설의 분위기와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무엇을 묘사하느냐, 어떻게 묘사하느냐는 소설가마다 다른데 그걸 다르게 말하면 소설가마다 각자의 세계가 있다는 뜻이다. 소설가 자신의 세계를 규정하는 것이 묘사이니 묘사는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시마오 도시오는 <죽음의 가시>에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 바람을 피웠다가 부인에게 들킨 남편은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부인은 남편을 믿지 못해 끊임없이 추궁한다. 남편은 변명하고, 부인은 진정되었다가 다시 폭발할 때(남편은 아내가 발작을 한다고 표현한다.)의 심리 묘사가 500페이지 가까이 이어진다. 그 묘사 속에서 가정과 개인은 점점 붕괴되어 간다.
시마오 도시오는 부부 사이에 직접 경험한 사건을 글로 옮겼다고 한다. 과거를 어떻게 서술할 것이냐.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누락되고, 왜곡된다. 과거를 되살릴 때 세세한 사실관계는 틀릴 수 있어도 당시의 감정만은 온전히 서술될 수 있다. 과거는 왜곡될지언정 감정은 왜곡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마오 도시오가 과거를 이야기하며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에 인물의 심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부인은 남편에게 불륜의 증거를 요구하고, 불륜녀가 찾아와서 남편에게 협박성 메모를 남기고, 남편은 이사를 가니 병원에 입원하니 하며 인물의 행동도 같이 일어난다. 심리와 행동이 같이 나타나는 이유도 감정의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감정은 몸에 기억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가시>를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