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먼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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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 사이보그가 되다 ] 를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나의 관심사가 얼마나 이기적이었고 협소했는지, 장애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확인하면서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었다. 이 책을 계기로 장애 인권 운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던 차에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이 책 [ 나는, 휴먼]을 만난건 행운이었다.

이 책은 미국에 사는 'Judith Heumann ' 이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지만 그녀의 삶이 장애 인권 운동과 늘 함께했으므로 혹여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장애 운동 역사가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그녀의 family name은 Heumann . '휴먼'이라는 이름의 장애인은 보통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고 진정한 'Human' 이 되었다. 이 책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중의 강렬함으로 와닿았다. 제목 지으신 분 센스 좀 보소 ㅎㅎ

그녀의 여정은 때론 너무 위태로워 보였고 조금은 무모해보였으며 때론 꼬옥 안아 응원해주고 싶은 순간들로 채워져있었다. 어떻게 그녀가 미국의 재활법 504조를 통과시키고, 미국의 장애인법을 통과시켰는지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결과물들이 어떻게 UN 장애인권리 협약으로까지 연결될수 있었음을 알게된다면, 사회의 주변인으로 소외되었던 작은 한 사람의 삶속에서 우리가 놓쳤던 위대함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 유대인으로, 여자로 그리고 운동가 이면서 행정가로 살았던 휴먼의 삶은 리더로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이 외에도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있는 정치판. 너무나 보수적인 사람들속에서 그들에겐 포기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을것이다. 나의 실패가 장애인 전체의 실패로 비춰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분명 그녀 혼자 감당해야했을 큰부담이었을테지. 불평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수 없다는 믿음을 그녀는 행동으로 옮겼다. 장애인 동료들은 그녀와 함께 연대했고 서로에게 희망이 되주었으며 느리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밤샘 토론으로 이어질지라도 모든 동료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녀는 홀로 장애와 싸우고있던 음지의 장애인들을 한곳에 응집되게 했고 한목소리를 내게 했다.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것은 서명을 받아내던 영광의 순간보다 , 바로 이들이 함께 했던 농성장 그 현장속에 녹아있었다 !

[ 내가 배제되지 않도록 싸우는 일과 통합되려고 너무 애쓰다가 결국 배제되는 위험 사이의 가느다란 줄 위에서 어머니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 - page 52

보통의 장애인들이 어떤 취약한 상황에 취해있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아마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할듯 싶다.

장애인 조차도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로 인식하던 시절에 , 그래서 그들의 정체성이 바닥을 칠때에 그녀는 그들을 결집시켰다. 아무리 미약한 힘이라도 함께하면 해낼수 있다는 성취감도 맛보게 해주었다. 그들이 그때 느꼈을 자부심을 나는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

장애 인권이 회복되기까지 여전히 갈길은 멀지만 ,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더이상 부정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많은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반짝 반짝 빛난다. 이 책은 주디스 휴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릴수 마땅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누군가의 친절 ( being nice ) 이 항상 동반되어진다면 , 장애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짐 으로 치부해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줄곧 배우는 이야기는 차별과 배제. 정의.. 평등. 공정함 이런 단어들이다. 하지만 막상 거북한 이야기, 불편한 이야기, 그리고 분쟁이 될 만한 논란거리는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큰 소란을 피울것인지 아니면 불가능한 수백가지의 이유를 들으며 침묵하며 인내해야 되는지.....매 순간 선택해야 했을 약자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정당한 분노였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순간들. 꼭 불만을 제기해야만 행정력이 작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출발선상의 평등의 개념이 보편화될수 있는 사회가 좀더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서로 다른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사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주디스 휴먼이 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 문제를 가시화 시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우리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못하도록 , 더 이상 구조적인 문제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도록 , 더 이상 재정적인 이유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우리는 모든 차별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행동할것이다. 이런 운동을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로 국한시켜서는 안된다고 , 함께 연대하는 것만이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향해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은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했으며 , 가끔 동정하거나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적은 없나요? . 동정의 시선이 아닌 진정으로 친구가 되기를 꿈꾼적이 있었나요?

따지고 보면 나 또한 그 언제라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우리모두는 잠정적인 장애인 아니던가요.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평등한 사회가 될때까지 수많은 주디스 휴먼들이 지치지 않기를 , 포기하지 않기를, 나도 늘 함께 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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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빠
허정윤 지음, 잠산 그림 / 올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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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글. 잠산 그림. 올리 출판사

세로 판형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 시원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 처음 그림책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궁금했다, 내가 아는 그 잠산 작가님이 그리신게 맞나? 어 그런데 그림이 내가 알던 그림이 아니네 ?

기존 그림에서는 뛰어난 테크닉과 강렬한 컬러에 시선을 사로잡혔다면, 이 그림책의 그림은 선도 더 자유분방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컬러또한 채도가 낮은 색들을 써서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이다.

핑크색은 인어 세 자매의 판타지를 보여주기에 딱인것 같고..

광고나 프로젝트에서 요구되어지는 그림은 아주 소수의 장면안에 주문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도록 밀도있게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반해 , 그림책은 수십페이지에 걸쳐 글 작가의 서사를 그림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고 고민이 되는 작업이었다고 하셨다.

어린이 동화책 전집을 만드는게 꿈이었다고 말씀하시는 작가님에겐 이번 작업이 그 꿈에 한발자국 다가가는 설레는 도전이었을텐데 그 설레임과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좋았다.

인어를 떠올리면 보통 인어공주가 젤 먼저 생각나는데 물고기 비늘 꼬리를 가진 인어아빠라니 ..처음엔 너무 생소했다. 엄마는 없지만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세딸 그리고 그 곁은 지키는 든든한 아빠. 그들이 육지로 소풍을 온 장면으로 이 그림책은 시작한다.

태양이 가장 오래 떠오르는 곳, 바람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 , 꽃들이 가장 오래 피아나는 곳을 찾았습니다 라는 문장은 너무 시적인데?^^ . 뭐든 좋은것 만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다 똑같잖아?. 인어 아빠도 인간 아빠도 말야.

넷이서 지는 해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뒷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책의 베스트 컷이기도 하다.

소풍을 마친 가족은 바다로 돌아가는 중에 그만 어부의 그물에 걸리게 되고 , 인어아빠가 내민 손을 맞잡은 어부는 다행히 인어들을 놓아준다. 아빠인어는 그 어부를 떠올리며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고 , 눈물은 아름다운 진주로 다시 태어난다. 고마움을 갚기위해 어부의 집에 진주를 가져다두고 오는 아침 바다는 여느때처럼 평화로운 아침을 열었다 라고 이 책은 끝을 맺는다.

부모가 된 지금 읽었기에 더 공감하는 그림책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양육한다는건 크나큰 축복이지만 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 양육자가 꼭 엄마일 필요는 없다는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흔한 엄마 이야기가 아닌 아빠 이야기라 신선하다.

평소 강인해보이는 나도 애기치 않은 사고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 나는 잘 안다 그래서 저 인어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어부아빠의 손을 맞잡았을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 내가 지금 유일하게 도움을 요청할 상대는 당신뿐입니다. 당신도 누군가의 아빠잖아요. 제가 당신에게 지금 드릴수 있는건 제 간절한 눈빛과 떨리는 두 손뿐입니다. 제발 놓아주세요 !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

가끔은 이런 간절함이 기적을 만든다. 어부아빠가 딸인어들을 놓아준것처럼 아직 우리 주변에는 남의 곤란함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연대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어릴적 아빠를 잃었던 허정윤 작가님도 아빠친구분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그 경험이 멋진 그림책이 되어 탄생했다. 전작 [아빠를 빌려줘]에서도 무언가로 아빠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위로를 받았고 , 이번편 [ 인어아빠] 에서도 아빠란 존재가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인지를 떠올리며 위로받는다. 거두절미하고 아빠에게 잘해야 겠다. 늘 아픈 엄마만 챙겼지만 오늘은 그 울터리를 처음 친 아빠를 기념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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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말들 - 흔들리는 이들에게 가서 닿기를
강영숙 지음 / 뜨인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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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 지음 / 뜨인돌

요즘 청소년은 너무 좋겠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는 어른이 있어서 ^^

돌이켜보니 나의 10대는 치열한 고민도 없이 어물쩍 지나갔다. 커서 무슨일을 하고 싶은지 , 무얼 잘 하고 좋아하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없이 남들 하는거 그냥 흉내내며 살았던것 같다. 뒤늦게 고민이 터져서 한동안 힘들어했지만 뒤늦게라도 나를 더 들여다 볼 시간을 갖을수 있었음은 다시생각해도 축복이었다 !

작가는 28년차 EBS PD 다. PD 가 어떤 이유로 청소년을 상대로 이런 위로를 건내게 되었을까가 첫째로 너무 궁금했고 , 피디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요즘 청소년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떤 위로를 건넬까도 궁금했다. 가끔 소주제별로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차피 한가지 문제가 여러가지 증상을 동반할수 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문제도 그러하다고 이해했다. 방송국의 수많은 인턴들을 지도하며 그녀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많이 공유할수 있었고 , 두 아이 엄마이자 인생 선배로서 청소년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참 따뜻하고 포근하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고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일상의 소소한 고민들을 예로 들어 솔직한 그녀의 의견을 덧댓다. 그래서 정말 부담없이 가볍게 읽었다. 짧고 쉽고 간결했다. 다 읽고나니 머리가 리프레쉬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껏 딱히 잘 살아온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은 생애는 어쩌면 조금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아갈수도 있을거란 위로를 받아서 였을까.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꽤 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책의 큰 주제와 관통한다고 볼수 있는 ' 나로 살아가기' 챕터였다. 이 세상에 오롯이 내가 컨트롤 할수 있는것들이 과연 몇개나 되겠는가. '나'는 그런관점에서 본다면 순도 100프로 내가 컨트롤 할수 있는 대상인 셈이다. 정말 치열하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적도 없으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수 있겠냐는 질문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질문이었다. 핑계를 찾기 위해서 또는 나의 무능함이 까발려지는게 싫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기위해 온마음과 정성으로 죽을힘을 내본적이 없는 청소년들아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 . 너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남들의 기준과 평가에 부합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 수시때때로 바뀌는 그 기준때문에 상처받고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비교하지마. 비교는 말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할때나 쓰는 말이야.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건 불가능한일이야. 너가 너의 모습으로 살아갈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단 몇명만 있어도 사는데 문제없어. 너는 정말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의 모습대로 , 너가 편안하게 느끼는 너의 모습대로 살아. 그 누구도 너의 중심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너와 더 친하게 지내도 좋아 !

작가가 내게 보내는 이 짧막한 편지는 방황하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삶의 정체기를 맞고 있는 기분이 들때나 마음이 헛헛 할때 가볍게 일어봐도 좋겠다 싶다. 머릿속이 복잡해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때도 이 책은 분명 위로가 되어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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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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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브라켄 지음 / 이덴슬리벨 출판사

[ .....권력이란 역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 - page 156

[ " 아곤에는 용서따위 없다." 아테나가 말했다. "오로지 생존, 그리고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업만 있을 뿐 " ] - page 392

< 로어 1 > 는 내가 올해 들어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설정부터 신선했던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는 이는 없을테고 헝거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영화를 모르는 이도 없을텐데 결코 만날수 없을것 같은 신과 인간 집단간의 권력다툼을 그것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현재시제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스토리가 많이 복잡하진 않아 몰입감이 크면서도 선과 악의 양면성이 확연한 설정은 약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초반부터 선의 상징인 주인공 로어를 끝까지 열열히 응원할수 있게 된일은 감사할일이었지만 말이다.

아홉명의 신들, 아홉 가문. 불멸의 힘을 얻기위해 7년마다 7일씩 아곤이 펼쳐지는데

이 소설에는 212번째 아곤 그러니까 211번째 아곤에서 살아남은 두 신들과 다섯가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누가 최후의 권력을 챙취할 것인가. 독자라면 이 점이 가장 궁금하겠지만 , '로어' 라는 십대 소녀의 낙천성과 유머 그리고 강인함과 선함에 나는 먼저 매료되버렸다. 아리스토스 카드모스라는 무시무시한 권력 앞에서도 할말은 해야하는 당당함. 개떡같은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함과 부드러움. 그녀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위험을 무릅쓰고도 그녀를 중심으로 응집할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 때문이란 걸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잖아 ㅎㅎㅎ

여기 그녀가 했던 명대사를 함께 느껴보기 바란다.

[ 버려진게 아니야. 로어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자유로워진거야 ] - page 283

[ 강하거나 약하거나, 우리가 될수 있는것이 그 두가지 뿐이라는게 난 너무 싫었어. '강한가, 약한가' 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싶었는데..] - page 362

[ '내 이름은 전설이 될 것이다 " "운명의 여신은..........." 아테나가 다시 시작했다. 로어는 머리를 저었다. "운명의 여신은 지금 이 모든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내 운명을 결정하는 건 인정 못해요 " ] - page 384

[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를 봐. 우리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잖아. 심지어 그것 때문에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를 알면서도 그 일을 했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스스로 무엇이 옳은 일인지 선택해야 해. 그리고 선택했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행동을 해야 해." ] - page 378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를 배신한 고대 신들. 제우스는 그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위해 인간들을 끌어들이게 되고, 끝없는 욕망으로 대표되는 인간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불멸의 힘을 가질 기회를 당신이라면 단념할수 있겠는가 ?

신과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픈 인간들의 욕망과 타락에는 끝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의 선함은 그 어떤 순간에도 쉽게 패배당하지 않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는 조금은 빤해보이는 메시지가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았다 . 그래 그거야. 우리 인간이 인류를 포기할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우리 인간이 쫌 멋져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거지 .

7일 동안 신들도 인간의 몸을 하고 인간처럼 걸어다녀야 하고, 가문의 헌터들이 신을 죽이면 그 헌터에게 신의 능력이 흡수된다는 설정은 , 인간이기때문에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불멸의 힘에 대한 열망과 소외감을 한방에 해결시켜주었지만 영역을 침범당한 신들의 반격이 2편에서 더 강력하게 그려질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물론 신의 활약보다 더 멋지게 펼쳐질 로어와 카스토르의 활약은 말해 무엇하리 ㅋㅋㅋ 2권이 시급하다 ㅠㅠ

이 소설이 매력적인 또다른 이유는 전쟁에서 흔히보던 근육질의 스킬좋은 성인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라는거다.

[ 감히 여자가 그것을 넘봤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식이었다 ] 라든지 [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오로지 더 많은 아이들을 출산하여 가문의 혈통을 이어나감으로써 가문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는 것뿐이었다. 노예의 운명이 이들에게 허락된 전부이자 유일한 것이었다 ] 에서 볼수 있듯이 , 여성의 능력이 저평가되는 주변인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주인공 로어 ( 멜로라 페르세우스 )만큼은 아주 주체적이면서도 강인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를 통해 느끼는 해방감이란 ...!!!!

새로운 신이 되어 불멸성을 입증하거나 아니면 명예를 얻음으로써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 내 이름이 또는 우리 가문의 이름이 대대손손 전해지는 이야기와 노랫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생명력을 이어나가는것 . 당신이라면 어느쪽이 더 명예롭다고 생각하는가 .

[ " 항상 진실만이 살아남는것은 아니란다. 그보다는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들만 전해질때도 있어. 전설에도 거짓이 있다.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또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려고, 승자에게 영광을 돌리고 나약한 자들에게 수치심을 주려고, 사람들은 결점이나 실수를 다듬거나 숨기기도 한단다. 하지만 우리가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 것이냐'는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 만큼 중요하지 않단다 " ] - page 320

우리가 진실이라고 마주한 세계조차도 순도백프로의 진짜가 아니라면 당신은 대체 무엇을 쫓고 있느냐며 .그냥 지금 이순간 현실에 충실하는것만큼 확실한 답은 없다고 작가가 내게 말한다. 지금 어떻게 행동할지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어떻게 기억될지가 왜 두려울것이냐며 .

아테나가 들고 다녔던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 아곤이 시작될 당시 제우스가 로어의 가문에 하사했던 유산. 카드모스 가문이 페르세우스 가문에게서 훔쳐간 물건.무시무시한 메두사의 머리가 달려있는 제우스의 방패.

표지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첫인상은 여러 독자들에게 아이기스에 대한 공포와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표지 정말 너무 멋지잖아 ~!!!

제우스가 올림피아에서 처음으로 아곤 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헌터들에게 공포한 시 완성본이 있는데, 새로운 버젼의 시가 또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시는 아이기스에 새겨져 있지만 숨겨져 있거나 위조되 있어서 여전히 1권에서는 비밀스러운 존재로 남았다. 그 시가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그것을 차지하는 신은 최고의 불사신이 된다는데 만일 그 시에 정말로 단 한명의 마지막 승자가 아곤을 끝낼수 있는 내용이 적혀 있다면, 그 승자는 과연 누가되야 할까 . 카스토르 ?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겠는가 ? 로어와 카스토르가 그 글의 비밀을 과연 어떻게 해독할것인가 2권에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지만 특히나 이 문장이 왜 이렇게 좋은거지 ?

[ "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갇혀있는 울타리 경계에 바싹 붙어서 바깥삶을 구경하는것에 너무 익숙해서 가끔은 그곳에 울타리가 있다는 것조차 몰라 " 밴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울타리를 한번도 잊은적이 없어. 그냥 그 안에서 내 방식대로 사는법을 터득했을 뿐이야 " 너도....,네 친구가 이곳에 우리랑 갇혀버리게 만들지는 마". 그의 말에 로어의 목이 죄어왔다.]

헌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밴의 비극적인 그의 삶이 보여서일까.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길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더 강력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그를 위로해주고 싶은 걸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몇년째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갖힌....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을 즐기고 있는 21세기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도 이 울타리를 그만 벗어날때가 된것 같은데......왜 더 무시무시해져버린것만 같은 울타리라니 ㅠㅠ

[ 교관이 말했다. "너희가 배울것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너희를 옭아매고 용기를 꺾어버릴 것이다.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다.".... " 고통은 삶의 본질이다. 우리는 고통속에서 태어났다 ..... ] - page 146 ~ 147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고 말하지만 연습을 한다면 정말 익숙해질까 ? 신들도 신들에게 , 신들도 인간에게 질투를 느낄까 ? 두려움을 느낀다는건 창피한 일일까 ? 정말 불멸의 세계가 있다면 모든 것을 걸어볼텐가 ?

힘의 견제와 균형, 권력과 명예, 선과 악 , 신과 사람, 삶과 죽음 ...이 두 영역의 교차점에서 생기는 무수히 많은 고민과 갈등들이 물리적인 잔인성과 오락거리에도 불구하고 내겐 더 밝은 빛을 낸 소설 !

함깨 보내주신 지도를 펼쳐본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1도 몰라도 너무너무 재밌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당장이라도 이 지도를 들고 로어가 있는 곳으로 가고싶을만큼 로어와 친해졌다. 2편에서도 그 당당한 매력을 마음껏 누려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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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시 코르차크 -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도토리숲 평화책 8
필립 메리외 지음, 페프.쥬느비에브 페리에 그림, 윤경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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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메리외 글 / 페프 그림 / 쥬느비에브 페리에 색칠 / 도토리 숲

 

" 어린이들은 아무리 지독한 말썽꾸러기일지라도 진지하게 대한다면, 우리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 9 page

' 어린이들은 바로 조르는 대신, 기다려야 한다는 걸 배웠지요. 그래야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되짚어 볼 수 있어요. 이러면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

- Page 21

"애들아, 여기에서는 청소하는게 창피한 일이 아니란다. 우리는 빗자루와 걸레를 계단 뒤에 있는 골방에 치워 두어야 할 물건이 아니라 명예로운 일을 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거든 ! "

"식탁을 깨끗이 닦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 "

-page 27

"어린이들이 작다고 해서 슬픔도 작은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비밀이 있고 사생활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작다고 해서 생각도 작은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어린이와 관련된 문제라면 어린이들도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 "

- Page 30

코르차크는 어린이도 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자기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page 32

' 어린이 권리 협약'은 어린이가 단지 작은 어른,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가 아니라, 이미 어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위해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page 43

코르차크는 교육은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린이는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입니다. 따라서 어른의 의지를 어린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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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시 코르차크에 관한 다른 책들을 이전에 읽어서 어떤 인물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 그림책은 팩트에 최대한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어서 위인전처럼 읽혀도 좋을 그림책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야기가 다 끝난후 할애한 8페이지의 지면은 그림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읽어보면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의 일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수 있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런 실제 사진이나 실제 했던 말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한 사람의 미화된 기록일지도 모를거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이 사람의 일대기는 너무나 훌륭했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아이들을 위해 태어나고 살았고 아이들과 함께 죽기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것처럼 보이지만 단호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고아원의 원장님.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교육학 이론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감에 괴로워할때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아이들을 그리고 평범한 시대에 키우면서도 버거워 하는 나와 대조적으로 그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힘든 시간속에서도, 유대인이라는 많은 제약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아이들을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말썽장이 애들이라고 포기하지 않았다.

죽음의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서 코르차크를 빼주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의 심정을 잠시나마 헤아려본다. 제안앞에 고민을 하긴 했을까 . 인간인데 어떻게 저렇게 죽음앞에서도 초연할수 있지 ? 그에게 아이들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

 

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 의 한 장면이 계속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초록 깃발을 들고 열차로 향하는 장면은 심장이 쿵하게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 전에 장면들은 컬러풀한 색감들이었다면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모두 어두운 색감으로 표현되있었고 화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총을 든 독일병사의 뒷모습이 대조적이기에 더 큰 공포심과 더 큰 의연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가 살았던 전쟁의 시대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 봐도 참 좋을 책인 듯 싶다. 종식되었다고 생각했던 전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부활했으니 어쩌면 지금의 우리도 코르차크처럼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폭탄이 떨어진 유치원의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이 떠오른다. 이 모습을 본다면 코르차크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

세상은 분명 아주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데, 아이들의 권리는 얼만큼 좋아졌는지 .

정책을 정하고 실천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야누시 코르차크의 말을 새겨볼 때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필사를 하며 이 책을 덮는다. 새겨야 할 문장들이 너무 많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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