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먼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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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 사이보그가 되다 ] 를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나의 관심사가 얼마나 이기적이었고 협소했는지, 장애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확인하면서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었다. 이 책을 계기로 장애 인권 운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던 차에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이 책 [ 나는, 휴먼]을 만난건 행운이었다.

이 책은 미국에 사는 'Judith Heumann ' 이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지만 그녀의 삶이 장애 인권 운동과 늘 함께했으므로 혹여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장애 운동 역사가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그녀의 family name은 Heumann . '휴먼'이라는 이름의 장애인은 보통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고 진정한 'Human' 이 되었다. 이 책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중의 강렬함으로 와닿았다. 제목 지으신 분 센스 좀 보소 ㅎㅎ

그녀의 여정은 때론 너무 위태로워 보였고 조금은 무모해보였으며 때론 꼬옥 안아 응원해주고 싶은 순간들로 채워져있었다. 어떻게 그녀가 미국의 재활법 504조를 통과시키고, 미국의 장애인법을 통과시켰는지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결과물들이 어떻게 UN 장애인권리 협약으로까지 연결될수 있었음을 알게된다면, 사회의 주변인으로 소외되었던 작은 한 사람의 삶속에서 우리가 놓쳤던 위대함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 유대인으로, 여자로 그리고 운동가 이면서 행정가로 살았던 휴먼의 삶은 리더로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이 외에도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있는 정치판. 너무나 보수적인 사람들속에서 그들에겐 포기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을것이다. 나의 실패가 장애인 전체의 실패로 비춰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분명 그녀 혼자 감당해야했을 큰부담이었을테지. 불평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수 없다는 믿음을 그녀는 행동으로 옮겼다. 장애인 동료들은 그녀와 함께 연대했고 서로에게 희망이 되주었으며 느리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밤샘 토론으로 이어질지라도 모든 동료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녀는 홀로 장애와 싸우고있던 음지의 장애인들을 한곳에 응집되게 했고 한목소리를 내게 했다.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것은 서명을 받아내던 영광의 순간보다 , 바로 이들이 함께 했던 농성장 그 현장속에 녹아있었다 !

[ 내가 배제되지 않도록 싸우는 일과 통합되려고 너무 애쓰다가 결국 배제되는 위험 사이의 가느다란 줄 위에서 어머니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 - page 52

보통의 장애인들이 어떤 취약한 상황에 취해있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아마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할듯 싶다.

장애인 조차도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로 인식하던 시절에 , 그래서 그들의 정체성이 바닥을 칠때에 그녀는 그들을 결집시켰다. 아무리 미약한 힘이라도 함께하면 해낼수 있다는 성취감도 맛보게 해주었다. 그들이 그때 느꼈을 자부심을 나는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

장애 인권이 회복되기까지 여전히 갈길은 멀지만 ,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더이상 부정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많은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반짝 반짝 빛난다. 이 책은 주디스 휴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릴수 마땅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누군가의 친절 ( being nice ) 이 항상 동반되어진다면 , 장애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짐 으로 치부해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줄곧 배우는 이야기는 차별과 배제. 정의.. 평등. 공정함 이런 단어들이다. 하지만 막상 거북한 이야기, 불편한 이야기, 그리고 분쟁이 될 만한 논란거리는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큰 소란을 피울것인지 아니면 불가능한 수백가지의 이유를 들으며 침묵하며 인내해야 되는지.....매 순간 선택해야 했을 약자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정당한 분노였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순간들. 꼭 불만을 제기해야만 행정력이 작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출발선상의 평등의 개념이 보편화될수 있는 사회가 좀더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서로 다른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사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주디스 휴먼이 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 문제를 가시화 시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우리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못하도록 , 더 이상 구조적인 문제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도록 , 더 이상 재정적인 이유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우리는 모든 차별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행동할것이다. 이런 운동을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로 국한시켜서는 안된다고 , 함께 연대하는 것만이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향해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은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했으며 , 가끔 동정하거나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적은 없나요? . 동정의 시선이 아닌 진정으로 친구가 되기를 꿈꾼적이 있었나요?

따지고 보면 나 또한 그 언제라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우리모두는 잠정적인 장애인 아니던가요.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평등한 사회가 될때까지 수많은 주디스 휴먼들이 지치지 않기를 , 포기하지 않기를, 나도 늘 함께 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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