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반된 두 '친구'처럼 세상은 상반된 것들이 뒤엉켜 만드는 침침한 그림 같습니다. 그림을 희망적으로 읽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불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해지는 규칙이나 현실은 작은 개인에게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보이거든요. 세계 안에서 한 개인은 언제든지 배척당할 수 있는 작은 부속품에 불과하지 않나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언제 어느 한순간 일어날 수 있는 일상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지 못하고 다른 어떤 것을 따라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지는 그것들에게마저 배신당합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잘 쌓아올린 울타리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던지요. 조지는 수감되는 순간까지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확고하고 믿었던 세상, 법의 세계에 균열이 가는 소리를 듣고 좌절합니다. 작가는 공들여 조지의 성정, 지나치게 침착하고, 꼼꼼하고, 균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가짐을 설명해놓음으로써 독자가 조지와 함께 좌절하게 만들고요.

 

 

그후 그는 더 이상 침착하게 전문적인 분석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엄청나게 피곤한 동시에 지나치게 흥분해 있었다. 그의 순차적인 사고력은 제 페이스를 잃었고, 휘청거리며 고꾸라지다가 감정의 중력에 끌려다녔다. (1권, 288쪽)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조지가 속한 세상의 편견과 오해, 배척과 음모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조지 자신은 끝내 부정하려고 했던, 명확하지 않은 세계의 파편들이었어요. 조지가 믿었던 단 하나, 명백한 법의 영역과는 괴리가 큰 것들이었습니다.

 

이때 아서가 등장하죠. 아서는 이미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들을 꽤나 많이 가지고 있는 중심부의 사람입니다. 그의 세계는 늘 그렇게 구축되어 왔지요. 마음 먹은 것은 이루고 말았고, 본 것은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세상은 그에게 언제나 응답했습니다. 

그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커다란 위기. 아내의 죽음과 자신의 외도인데요. ('외도'라는 단어를 둘러싼 많은 선입견 탓에 아서에게 이 단어를 덧씌우는 것이 과히 적절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논외로 하지요.) 아내가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서는 전율합니다. 그리고 한 줄기 구원의 빛처럼 조지를 발견해요. 아서는 싸우면서 살아나는 사람이니까 이들은 만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렇게 이들은 '용감한 친구들'(!)이 됩니다.

 

아서에게도 조지의 세상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지의 세상이 쌓은 배척의 벽이 꽤 컸어요. 하지만 아서는 물러나지 않았고, 예상하듯,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아주 꼼꼼하게 적힌 이 이야기는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민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인데요. 시점의 변화(시작 부분에서 아서는 과거형, 조지는 현재형으로 서술되지만 어느 순간 뒤바뀌고 어떤 사건들 앞에서 뒤섞입니다), 교차되는 장면들(조용히 말을 다스리는 그 장면!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겠죠), 사건 종결 이후의 이야기까지 작가의 지치지 않는 집중력을 따라가다보면 훌륭한 한 편의 연주를 들은 것처럼 동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마지막 부분의 기록.

 

 

작품 속에서 인용된 모든 편지는 진이 아서에게 보낸 편지를 제외하고, 서명 유무와는 관계없이 실제로 존재한다. 신문기사, 정부 보고서, 의회 기록,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쓴 글도 마찬가지다.

이거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작가는 논문을 쓰듯, 기사를 쓰듯, 이야기를 지어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죽은 인물들이 되살아나 자기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조지와 아서는 물론이고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줄거리만으로는 다 얻을 수 없는 이 소설의 엄청난 매력들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어요. 소제목들 말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야기 시작 전에 늘 목차를 먼저 읽어요. 그런데 이 목차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시작들 / 결말을 동반한 시작 / 시작이 있는 결말 / 결말들] 이라니.

 

이런 섬세한 감각이라면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를 도무지 실망할 일은 없겠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