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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괜시리 마음이 바쁩니다. 가족들, 친구들을 열심히 만나야 하고 이런 저런 날들을 챙겨야 하고요. 서점가도 그런가봅니다. 읽고 싶은 책, 사야할 책들이 너무 많아 고민만 깊어갑니다.
'창문'에 연재될 당시, 읽다가 읽다가 차마 더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잘 알지요. 현실은 더 참혹했고 우리는 앞서 간 그들 뒤에 남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
5월 광주는 집집마다 제사라지요. 제주가 또 그렇고요. 현기영, 공선옥 작가가 떠오릅니다.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 얼마나 슬프고 분노했는지.
저는 이 책이 5월을 넘어 올해의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에 다소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읽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리고 프리모 레비나 서경식의 책을 읽었을 때처럼 어떤 의무감으로 열심히 추천하고 다닐지도 모르겠네요.
목차가 흥미롭습니다. '계속되는 무(분명한 후반부)'라니요.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기대되는 이름입니다. '보르헤스', '아방가르드', '전설의 작가' 같은 핵심 단어들도 재미있고요. 이런 단어들은 제게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셈인데, 이야기의 미로를 헤매다 보면 언젠가 출구에 다다르지 않겠나 하는 편안한 생각, 을 합니다. 혹은 그 미로 속에서(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던 기이하고 즐거운 체험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로맹 가리, 로맹 가리, 로맹 가리...
그를, 그의 내면을, 그를 둘러싼 이야기의 진실을 이렇게 쉽게 만나도 되는 걸까요. 독자는 그저 기쁠 뿐입니다. 소설이 주는 이야기의 기쁨이 있지만 이미 떠난 작가들을 생각하면 늘상 그 작가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슬퍼지니까요. 그러니 <밤은 고요하리라>처럼 대담 형식의 작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번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로 느꼈던 독서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슬프다고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힘겹고 격렬한 치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고 평화로운 수용도 있다는 사실, 잃어버린 관계는 유지하는 관계로 회복되고 상처는 또 그런대로 아물게 마련이라는 사실... 그렇게 평범하고 다정한 일상, 담담한 듯 뜨거운 남은 사람들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런 시절이니까요.
저는 이 책, 아주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