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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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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 돈이 누구 뱃속으로 들어가는지 생각하면 뱃속이 뒤집히는 기분입니다. 화려한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지는 씁쓸함도 비슷합니다. 스캔들에 휘말려 몇 년 간 방송활동을 하지 않다가 토크쇼에 나타난 스타(이 호칭도 쓰기 싫습니다)가 그간 겪어야 했던 생활고에 대해 늘어놓고 있는 꼴을 보노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혼자 중얼거리게 마련입니다. 


대중매체, 혹은 대중문화에 대한 이런 염증을 주변에 이야기라도 하는 날엔 돌연 괴짜가 돼 버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아버지는 늘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사람들을 쉽게 현혹하는 대중문화에 욕조차 퍼붓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다, 고 생각하는 수밖에요. 


그런 제가, <템테이션>을 읽고 난 소회는. 뻔 하죠 뭐. 




작가 지망생으로 살던 비루한 무명시절, 생활고로 비롯된 부부갈등, 마침내 성공, 화려한 할리우드의 삶, 할리우드 자본 끝판왕과의 만남, 뜻밖의 위기...

이런 줄거리만 봐도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에 응하듯 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빠른 대화로 이야기를 끕니다. 현실성 높은 상황 묘사도 한 몫 단단히 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덕분에 멈출 줄 모르고 책을 읽었네요.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이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주인공은 처음부터 "늘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솔직히 밝힙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화려한 삶을 택한 자신에 자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늘 부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주변을, 또 독자를 이해시킵니다. 좀 열 받긴 하지만 차라리 솔직하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게 "로스엔젤레스의 무자비한 현실성(431쪽)"이니까요. 그리고 자본주의에 빠져있는 전 세계 대부분 사람들의 욕망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을 이루지 못하죠.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121쪽


남들이 보기에 '꿈(욕망)을 이뤘다'고 할 만한 사람도 끝내 욕망을 이루지 못합니다. 욕망이 욕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대중문화이며 자본이겠죠. 소설 속에는 욕망 권하는 거대한 조직의 실체가 아주 자세하고 다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연예계를 가깝게 경험하기 힘든 우리 일반 사람에게는 적당히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사실 그 욕망이라는 것에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가 또는 TV를 보다가 욕을 퍼부을지언정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별 다를 수 있겠습니까?(우울하네요, 갑자기.) 다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책을 읽다가 이 세계가 놀랍도록 사람들에게 욕망을 권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욕망에 짓눌려 죽어버릴 지경인데, 내가 상상도 못하는 또 다른 욕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싫어집니다.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446쪽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냐? 

또 이런 생각에 빠집니다. 



나는 정말로 바비를 좋아했다. 과시적인 자기 홍보, 능글능글한 태도, 그런 것들이 바비의 전부인 듯해도 나는 그 너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비도 무관심한 이 세상에서 자기 흔적을 남기려 애쓰며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사람이었다. -59쪽


플렉 같은 부자가 월세를 지불할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걱정하는 기분, 전화요금 낼 돈도 없어 노심초사하는 기분, 출시된지 10년도 넘은 차에 기어가 잘 들어가지 않아도 수리비가 없어 그냥 타고 다녀야 하는 기분이 어떤지 알기나 할까? -133쪽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어차피 그런 동네다. -4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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