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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물고기 아이 ㅣ 작은 곰자리 81
시오타니 마미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2월
평점 :
일본 그림책 작가인 시오타니 마미코(しおたにまみこ) 는 제가 팬심을 갖고 응원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모노톤의 섬세한 그림이 특징인데요, 연필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동안 HB에서 8B까지 각기 다른 진하기의 연필을 사용하며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전작들과 다릅니다. 모노톤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거든요. 연필과 수채화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요.

2024년 12월, 책읽는곰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된 <우리 반 물고기 아이>입니다. 원서 제목은 <さかなくん>(2022).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니 さかな가 물고기란 뜻이고, くん은 동년배나 손아랫사람 이름 뒤에 붙이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김군, 박박군’처럼 남성을 지칭할 때 쓰는 君(군)이라고 해요. 직역하면 ‘물고기군’인데, 우리말 제목 <우리 반 물고기 아이>가 표지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립니다.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독특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헬멧 안쪽으로는 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고 맑은 눈의 물고기 아이는 가방과 모자를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에 쥐고 배지느러미로 계단을 내려갑니다. 신발(고무장화)을 배지느러미에 신었네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 점점 더 이야기가 궁금해지죠?

낮은 담벼락에는 물고기 모양으로 구멍 뚫린 대문이 있고, 별을 관찰하는 관측소처럼 보이는 유리로 둘러싸인 돔 천장의 건물이 속표지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창문으로 노란 무언가가 보입니다.
첫 장면에서 물고기 아이의 방이 등장하는데, 속표지에서 보였던 작은 동그라미 아래 네모 창문창을 통해 방 안으로 빛이 들어오고, 기포가 뽀글뽀글, 작은 새우들도 둥실둥실 떠 있는 걸 보면 방 안이 물 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창가에 물고기 인형, 잠수부 모형이 놓여 있고, 물고기 모양의 베개, 책장 아래 수납장 문짝에도 물고기가 그려져 있어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초등학생' 물고기 아이의 방입니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물고기. 하지만 물고기는 물 밖에선 살 수가 없죠. 그래서 학교에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고무 바지와 유리 헬멧을 착용하고 물 밖으로 나오는 지느러미에는 크림을 바릅니다. 마지막으로 고무장화를 신어야 준비 끝! 겨우 학교에 갈 수 있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긴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물고기 아이가 물속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 밖의 학교를 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날짐승은 하늘이나 나무 위에서 수업을 받고, 해양 생물들은 물속 학교에 다닙니다.(<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려보세요)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물고기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육해공 생명체들의 통합학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등굣길 풍경을 보면 참새와 고양이, 도마뱀도 물고기 아이와 함께 학교로 걸어갑니다. 고양이의 아침 인사에 깜짝 놀란 남자아이도 보이고 토끼네집 담벼락 뒤로 토끼의 모습도 슬쩍 보여요.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수중생활하는 물고기가 뭍에서 걸어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무바지는 꽉 끼이고 물이 든 헬멧은 무겁고, 얇은 배지느러미로 걷기엔 불편합니다. 걸을 때마다 고무장화에서 삑삑삑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에 맞춰 걸으며 학교에 도착해요. 물고기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꽤 좋아하거든요. 모르는 것을 배우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놀고 다 같이 점심 먹는 것도 좋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는데, 과연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의 학교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갔을까요??!!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는 (스포 방지차원에서 담지 못하는) 뒷부분 이야기도 의미있고 재밌지만 여기서는 이 이야기 설정을 짚어보고 싶어요. 인어공주는 육지로 나오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고 두 다리를 얻었지만, 이 그림책 속 물고기 아이는 자신의 지느러미를 가진 채 생활하거든요. 고무바지와 고무장화, 유리 헬멧을 착용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노력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죠.
물고기, 토끼, 고양이, 개, 참새, 도마뱀, 사람아이 등의 동물들이 ‘한 교실에 모여 같이 생활하는 모습으로 설정한 이유도 생각해 보았어요. 모두 같은 교실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각각의 생물들은 그들을 둘러싼 똑같은 환경을 각기 다르게 느낄 거예요. 각각의 생물은 체형이나 성질에 따라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 장점과 단점을 갖거든요. 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고기 아이의 힘든 점을 알아봐 준 같은 반 친구 도마뱀과 남자아이는 물고기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죠.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정혜신 <당신이 옳다>중에서)라는 말처럼, 그들은 같은 반 친구 물고기 아이를 지켜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죠.
서로 다른 우리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도와주고 격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물고기 아이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이 장면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우리 반 물고기 아이>.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의 상상력이 여기저기 녹아 있어서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는 재미도 누릴 수 있어요.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이 창조한 컬러풀한 세상에 퐁당 빠져보시기 바라며, <우리 반 물고기 아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책읽는곰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