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를 기다리며
미레이유 메시에 지음, 샤를로트 파랑 그림, 신유진 옮김 / 보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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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옛이야기 <빨간 모자>의 변주, 현대판 패러디 작품일 것이라 오해했습니다. 제목에 '빨간모자'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표지 그림도 짙은 남색 바탕에 빨간 모자만 유난히 두드러져 있거든요. 그런데 책 속에는 늑대나 할머니 댁으로 심부름 가는 어린 소녀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토론토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미레이유 메시에(Mireille Messier)가 글을 쓰고 역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작업 중인 샤를로트 파랑(Charlotte Parent)이 그림을 그린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의 원제는 <Le Bonnet Magique>로 2023년에 출간됐습니다.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면 ‘마법 모자’라는 뜻인데, 이 책의 출판사가 Comme des géants로 캐나다 퀘벡에 있습니다.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퀘벡주에서 출간된 책이라 프랑스어 제목이 붙었던 것이죠. 국내에는 보림출판사가 2025년 2월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로 번역해 국내 독자들이 볼 수 있게 됐어요.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마법 모자’라는 제목을 달았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그림책 속 이미지를 가져와 ‘마법’ 대신 ‘빨간’ 모자로 수식어를 바꿔 달았고 ‘기다린다’는 행위를 덧붙였습니다. 제목 글자도 하단에 배치되었고요. 책표지에 ‘마법 모자’ 네 글자만 올리기에는 디자인적으로 아름답지 않아 보여서, 또 보림 출판사와 번역가님은 이야기 중에서 ‘기다리며’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숲 언저리 작은 오두막입니다. 아주 오래전, 작은 오두막에 두 아이가 살았습니다. 어른 없이 숲속에 들어간 헨젤과 그레텔처럼, 두 아이- 이사우라와 아를로가 등장합니다. 소박하고 작은 집에 사는 두 아이에게는 유일한 친구 고슴도치 카푸가 있었어요. 그들은 카푸와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그런데 설명과는 다르게 그림에는 셋이 함께 나오지 않아요. 고슴도치 카푸는 빠져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고슴도치 카푸가 몹쓸병에 걸리고 말았거든요.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소중한 고슴도치를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어요. 특제 보양식(굼벵이 퓌레)을 만들기도 하고 민간요법(보름달이 훤한 날, 오이잎을 우러내 부어주기)도 시도합니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었지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차도가 없자, 아를로와 이사우라는 불가사의한 힘(마법! 매직!!)을 찾게 됩니다. 숲에 사는 두 아이가 기댈 곳은 풍문으로 들은 ‘땅의 요정의 마법’ 뿐이었었어요.

그들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1) 땅의 요정을 찾아내 카푸를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자.

2) 그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먹는 것으로 유인하자.

3) 음식을 두고 숨어 기다리다가 땅의 요정이 나타나면 카푸를 도와달라 이야기하자.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요정을 유혹할 만한 것들을 찾습니다. 지하실에서 창고까지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져요. 하지만 아이들의 집은 텅텅 비었습니다. 간신히 찾은 것은 작은 그릇에 담을 우유 뿐이었어요. 우유병 속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그릇에 담아  땅의 요정을 만나기기 위해 숲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땅의 요정을 유인할 우유는 사슴, 다람쥐, 오소리, 개구리, 여우, 멧돼지, 개미가 먹어버리고, 그릇이 텅 비도록 요정을 불러내지는 못했습니다. 상심한 아이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고 마는데요...


아이들은 숲속에서 땅의 요정을 유인할 맛있는 음식을 찾았을까요? 땅의 요정들을 사로잡은 취향 저격템은 무엇이었을까요?? 아픈 고슴도치 카푸와 이사우라, 아를로 뒤를 따르던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샤를로트 파랑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색상, 감성적인 선과 모양, 풍성한 질감, 특유의 패턴들 등 볼거리도, 의미도 가득한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 희망의 의미와 돌봄, 연대의 힘을 이 책 속에서 찾아보세요! 꼭이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보림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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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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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筆寫는 인쇄술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책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불교 경전이나 성경 등을 베껴 쓰며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였지요. 과거에는 ‘어느 정도 필사했는가’로 천국으로 가는 길을 계산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요. 작가 지망생들도 필사를 하는데, 기존 작품을 베껴 쓰는 훈련을 하며 더욱 깊이 글과 글의 구조, 흐름을 경험하고 간접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필사를 통해 문장을 외우기도 하고 집중력 향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AI가 득세하고 있는 요즘, 필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필사 관련 도서 판매량이 증가했고, 출간되는 필사책의 종류도 종교를 넘어 문학, 철학, 헌법,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의 필사 도서들이 사랑을 받고 있어요. 온오프라인에서 필사 모임이 만들어져 활발하게 진행되고 아날로그 감성의 필사로 마음의 안정과 차분함을 찾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2025년 3월, 리텍콘텐츠 출판사에서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가 출간되었습니다.



양장본 하드커버 위로 책 사이에 꽂아 고이 말린 듯한 압화 느낌의 색바랜 애기동백이 있고 표지 전체는 매끈하지 않고 요철이 느껴집니다. 286페이지의 부담되지 않는 두께의 책에는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앞표지에 적혀 있는데, 책을 엮은 저자 김태현은 수만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좋은 통찰과 동기를 부여했던 많은 책을 만났고,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800권을 선정해 3년 전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을 출간한 이력이 있습니다.


저자는 그 중 많은 공감을 얻은 100여 개의 문장을 선별해 이 책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해요. 명언 중에 명언들만 골라 진액만 추출했다고 봐야겠지요.



저자 김태현은 프롤로그에서 이 책 속에 담긴 글들이 단순히 아름다운 글귀가 아니라 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문장이자,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메시지를 담았고 독자들에게 이 책이 하루의 따스한 쉼표이자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이 책을 쓴 의도를 밝혔어요.



베스트셀러 책들 속 문장 통해 백년을 통찰할 수 있도록 엮인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는 14개의 파트로 나누어졌고, 각 파트 안에는 8개씩 총 112개의 필사 페이지가 담겨 글을 따라 쓰고 곱씹을 수 있습니다.


14개 파트들의 소제목들을 살펴보면 “좀 느리게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버림을 통해 채움을 얻는 방법,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 속의 한 줄들, 픽션으로 세상을 보다, 역사도 인생도 똑같이 반복한다, 미래를 움직이는 인문학, 꿈과 목표는 어떻게 인생을 바꾸나, 나의 시간을 내가 지배하는 법, 미래와 미경험의 세계를 도전하는 힘, 인생의 안목과 센스를 기르는 방법, 인간관계에도 정답이 있다면, 0.1% 탁월한 사람들의 인사이트, 돈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부자들의 비밀, 천재들은 어떻게 사고하는가”인데요, 자기 성찰과 사람들과의 관계, 시간 관리, 꿈과 목표, 인문학적 통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책을 넘어 저자가 던진 질문에 독자 스스로 답을 떠올려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부제인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붙은 이유가 바로 이 ‘질문’ 때문이고 이 부분이 다른 필사책과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제가 특히 유심히 본 부분은 8번째 파트인 “나의 시간을 내가 지배하는 법” 부분이었는데,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허일무의 <Change Way 변화, 그 아름다운 선택>, 웬디 우드의 <해빗>, 짐 로허·토니 슈워츠의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최영환의 <인생을 바꿀 책속의 명언 300>, 카츠마 카즈요의 <시간투자법>, 이지성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한홍의 <시간의 마스터>의 책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반짝이는 문장들을 모아 왔습니다. 주옥같은 문구와 함께 남겨진 질문들도 의미있는데, 스스로 답을 떠올려보시겠어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내 시간을 뺐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순간의 감정과 충돌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쁜 습관이 불쑥 튀어나온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했나요?

내 삶에서 음표 사이의 공간처럼 회복을 위한 여백을 만들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가 발견했던 진정한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이 지속 가능할지 충분히 고민하고 있나요? 실패했던 목표들의 방식은 어땠나요?

내 삶에서 돋보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정리했던 인생에 빈 시간이 생겼던 경험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나요?




독서와 함께 글쓰기도 병행하고 싶으신 분, 하루 10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질문에 답하는 사유를 통해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분, 또 좋은 문장과 명언들로 영감을 얻고 싶은 분께 무조건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손끝으로 느끼는 글쓰기의 힘을 찾고 싶거나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은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리텍콘텐츠츠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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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물고기 아이 작은 곰자리 81
시오타니 마미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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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림책 작가인 시오타니 마미코(しおたにまみこ) 는 제가 팬심을 갖고 응원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모노톤의 섬세한 그림이 특징인데요, 연필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동안 HB에서 8B까지 각기 다른 진하기의 연필을 사용하며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전작들과 다릅니다. 모노톤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거든요. 연필과 수채화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요.



2024년 12월, 책읽는곰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된 <우리 반 물고기 아이>입니다. 원서 제목은 <さかなくん>(2022).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니 さかな가 물고기란 뜻이고, くん은 동년배나 손아랫사람 이름 뒤에 붙이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김군, 박박군’처럼 남성을 지칭할 때 쓰는 君(군)이라고 해요. 직역하면 ‘물고기군’인데, 우리말 제목 <우리 반 물고기 아이>가 표지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립니다.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독특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헬멧 안쪽으로는 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고 맑은 눈의 물고기 아이는 가방과 모자를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에 쥐고 배지느러미로 계단을 내려갑니다. 신발(고무장화)을 배지느러미에 신었네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 점점 더 이야기가 궁금해지죠?



낮은 담벼락에는 물고기 모양으로 구멍 뚫린 대문이 있고, 별을 관찰하는 관측소처럼 보이는 유리로 둘러싸인 돔 천장의 건물이 속표지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창문으로 노란 무언가가 보입니다.


첫 장면에서 물고기 아이의 방이 등장하는데, 속표지에서 보였던 작은 동그라미 아래 네모 창문창을 통해 방 안으로 빛이 들어오고, 기포가 뽀글뽀글, 작은 새우들도 둥실둥실 떠 있는 걸 보면 방 안이 물 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창가에 물고기 인형, 잠수부 모형이 놓여 있고, 물고기 모양의 베개, 책장 아래 수납장 문짝에도 물고기가 그려져 있어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초등학생' 물고기 아이의 방입니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물고기. 하지만 물고기는 물 밖에선 살 수가 없죠. 그래서 학교에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고무 바지와 유리 헬멧을 착용하고 물 밖으로 나오는 지느러미에는 크림을 바릅니다. 마지막으로 고무장화를 신어야 준비 끝! 겨우 학교에 갈 수 있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긴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물고기 아이가 물속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 밖의 학교를 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날짐승은 하늘이나 나무 위에서 수업을 받고, 해양 생물들은 물속 학교에 다닙니다.(<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려보세요)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물고기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육해공 생명체들의 통합학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등굣길 풍경을 보면 참새와 고양이, 도마뱀도 물고기 아이와 함께 학교로 걸어갑니다. 고양이의 아침 인사에 깜짝 놀란 남자아이도 보이고 토끼네집 담벼락 뒤로 토끼의 모습도 슬쩍 보여요.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수중생활하는 물고기가 뭍에서 걸어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무바지는 꽉 끼이고 물이 든 헬멧은 무겁고, 얇은 배지느러미로 걷기엔 불편합니다. 걸을 때마다 고무장화에서 삑삑삑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에 맞춰 걸으며 학교에 도착해요. 물고기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꽤 좋아하거든요. 모르는 것을 배우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놀고 다 같이 점심 먹는 것도 좋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는데, 과연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의 학교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갔을까요??!!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는 (스포 방지차원에서 담지 못하는) 뒷부분 이야기도 의미있고 재밌지만 여기서는 이 이야기 설정을 짚어보고 싶어요. 인어공주는 육지로 나오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고 두 다리를 얻었지만, 이 그림책 속 물고기 아이는 자신의 지느러미를 가진 채 생활하거든요. 고무바지와 고무장화, 유리 헬멧을 착용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노력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죠.


물고기, 토끼, 고양이, 개, 참새, 도마뱀, 사람아이 등의 동물들이 ‘한 교실에 모여 같이 생활하는 모습으로 설정한 이유도 생각해 보았어요. 모두 같은 교실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각각의 생물들은 그들을 둘러싼 똑같은 환경을 각기 다르게 느낄 거예요. 각각의 생물은 체형이나 성질에 따라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 장점과 단점을 갖거든요. 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고기 아이의 힘든 점을 알아봐 준 같은 반 친구 도마뱀과 남자아이는 물고기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죠.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정혜신 <당신이 옳다>중에서)라는 말처럼, 그들은 같은 반 친구 물고기 아이를 지켜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죠.

서로 다른 우리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도와주고 격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물고기 아이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이 장면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우리 반 물고기 아이>.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의 상상력이 여기저기 녹아 있어서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는 재미도 누릴 수 있어요.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이 창조한 컬러풀한 세상에 퐁당 빠져보시기 바라며, <우리 반 물고기 아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책읽는곰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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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계절 - 박혜미 에세이 화집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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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점 내 도서 카테고리 속 에세이를 선택해 열어보면 다양한 분야의 에세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출간된 국가에 따른 한국에세이, 외국에세이로 나누기도 하고, 다룬 소재에 따라 동물에세이, 명상에세이, 사진, 그림 에세이, 음식에세이, 독서에세이, 예술에세이, 종교에세이, 자연에세이 등 수많은 에세이들이 존재합니다. 


‘에세이가 왜 이렇게 사랑받을까?’ 자문해 보면 읽기 부담되지 않은 가벼움, 그리고 에세이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을 다시 마주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달까요.



2025년 1월에 오후의소묘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사적인 계절>도 그렇습니다. 박혜미 작가가 바삐 흘러가는 계절 속에 녹아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손끝으로 정교하게 구체화해 계절을 담은 에세이로 탄생시켰습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박혜미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그 안에 섬세하게 감정을 녹여내는 특징이 있는데 <사적인 계절> 역시 앞서 출간된 그림책 작품들과도 결이 이어집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계절을 드로잉해 모았던 박혜미 작가는 ‘사적’으로 누렸던 계절의 풍경과 생각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같은 계절을 누리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은 제각기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목 속 '사적'은 중의적인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개인을 뜻하는 私 일수도, 생각을 뜻하는 思일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박혜미 작가님이 보낸 계절이 무척이나 궁금해 서둘러 버드나무 홀씨가 바람에 흩날리는 띠지를 벗기고 사철제본으로 펼침성이 좋은 <사적인 계절>을 펼쳐들었습니다.



계절을 다룬 많은 책들이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진행된다면, <사적인 계절>은 독특하게 겨울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작가가 남긴 겨울 단상을 마주하면 왜 겨울을 시작에 배치했는지 이해가 되면 겨울이란 계절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겨울은 계절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의 맨 앞에 있어 하나의 마음으로 보낼 수 없다. (...) 꾹꾹 눌러쓴 글씨는 한낮 햇볕에 닿아 서서히 녹아내리다 찬 바람에 얼어붙으며 흐릿하게 윤곽만 남기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자리엔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다짐이 새로 적힌다. 결국 겨울은 보내는 마음에서 다시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되고, 나는 그런 겨울의 애쓰는 마음이 좋다.


작가는 사계절의 정형적인 표현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쓰지 않고 자신의 단상을 녹여 수식어를 붙였어요. 그리고 그 계절들이 챕터가 되었답니다. “보내고 기다리는 계절(겨울) ― 재회하는 계절(봄) ― 비밀한 계절(여름) ― 물들고 구르는 계절(가을) ― 쓰이고 그려지는 계절(겨울)”. 겨울로 시작해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계절의 순환과 반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박혜미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든 계절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잊혀진 풍경들 사이에 내가 서 있고, 쥐고 있던 기억에는 우리가 남았다. 기억은 문장이 되어 쓰였고, 풍경은 페이지가 되어 그려졌다. 그렇게 우리는 책이 되었다. 돌아오는 계절마다 너를 만났고, 혼자여도 둘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책의 다음 페이지에 언젠가의 우리가 계속해서 쓰이고 그려질 것이다. 오늘 만난 계절은 잊지 않고 우리를 다시 찾아올 테니까.


다시 돌아올 계절, 그 속에 계속 쓰이고 덧그려질 모습들... 작가는 ‘사적’이라는 수식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라 말하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는 나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로 읽히며 공감하게 되고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적인 계절>을 수놓은 그림 위로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담장, 버드나무 홀씨가 눈처럼 내리는 그림과 함께 봄을 '재회하는 계절'이라 표현한 챕터에서는 이사를 준비하며 짐을 정리하다 찾은 교환 일기를 통해 소환된 여중 동창생과의 일화도 담겨 있고, 봄의 아름다움 앞에 절망(!)하는 작가의 마음과 자연의 그린 화가가 많았던 이유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인 난독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랐던 그녀는 이렇게 고백해요.


그저 느리지만 읽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음과 모음에 맞춰 쓸 수 있는 현재가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그리고, 언제나 글보다 편하게 나를 대신해주는 그림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니 책 안에 계속 머물러 있는 셈이다. 좋아하는 것과 나란히 서기 위해, 오늘도 문장 앞에 서 있다.

'좋아하는 것과 나란히 서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박혜미 작가의 여름은 그 어떤 챕터보다 반짝였어요. <빛이 사라지기 전에>를 인상깊게 읽었던 독자라면 더욱 기대하고 펼쳐볼 ‘비밀한 계절’(여름)에서는 여름에 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온종일 한 장면만 생각하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를 채웠을 박혜미 작가는 이어지는 가을은 '물들이고 구르는 계절'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열매들을 보며 이런 글을 썼어요 .


한때 나무의 자랑으로 불리던 것, 자라나고 찬란히 흔들렸던 것, 무겁게 쥐고 있던 것. 나무는 스스로가 붙인 적 없는 결실이라는 말이 버거운 듯 붙잡고 있던 모든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기 시작했다. 툭,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낙하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의 결말들이 허공을 가르며 우리의 발밑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짧게 만나 길게 헤어지는' 가을을 뒤로 하면 다시 쓰이고 그려지는 겨울을 마주하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그 안에 머무는 마음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은 <사적인 계절>.

눈으로 보고 코로 마시고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붙잡을 수 없는 것 같지만 마음에 각인된 찰나의 순간들을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사적인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계절의 흐름을 손끝으로 잡아낸 박혜미 작가님의 능력에 경탄하게 되고, 자연 속에 머무는 우리들의 일상 또한 이처럼 아름답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제대로 누려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작은 것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보며 책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사적인 계절>. 박혜미 작가님의 온기 가득한 시선을 여러분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오후의소묘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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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와 나 - 나의 작은 딱지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332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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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집이면 한 번은 경험하는 찰과상과 회복의 과정을 그림책에서 다루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요?? 작가가 무려 그림책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죠?!



2024년 10월에 비룡소에서 번역 출간된 <페퍼와 나>. 원서가 2024년 1월에 출간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우리말판이 나왔습니다. 이를 보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어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 특유의 별색(<페퍼와 나>에서는 형광오렌지) 사용은 표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화려한 별색에 시선이 꽂혔다가 전체적으로 무슨 그림인가 찬찬히 살펴보게 되지요.



오렌지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왼쪽 무릎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가동작 가운데 하나인 '서서하는 전굴자세' 마냥 아이는 고난도 자세를 선보이는데, 머리카락이 바닥에 쓸리는 것은 개의치 않고 시선은 오로지 무릎에 있는 빨간 것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무릎 대부분을 차지한 빨간 것에는 눈과 입도 있어요!


부제에서 ‘빨간 것’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페퍼와 나> 제목 아래에 ‘나의 작은 딱지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데, 상처에서 피, 고름, 진물 따위가 나와 말라붙어 생긴 껍질을 뜻합니다. 표지 속 아이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은 상처로 생긴 ‘딱지’인 것이죠.



어제 길을 가다 넘어졌어요.

돌멩이에 걸려 땅바닥에 엎어진 거예요!

배에도 얼굴에도 흙이 잔뜩 묻었고,

일어나 보니 무릎에 상처가 나 있었어요.

얼마나 아픈지 나는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렸지요.

주인공 아이의 과거 회상이자 독백입니다.

길바닥에 헤딩하듯 고꾸라진 아이는 무릎에 커다란 상처가 났습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귀염둥이 로 보이지만 아이 스스로는 자신을 꽤 자랐다고 생각해 사건을 서술하며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렸다’라고 표현해요.

탁 트인 길에서 철퍼덕 넘어질 때의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아픔은 무릎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인 ‘피’로 정리됩니다. 다친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는 아이의 무릎을 치료하며 따뜻한 말로 아이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좀 있으면 예쁜 딱지가 생길 거야"라고 다정하게 말합니다. 아빠의 설명대로 딱지가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 눈에는 예뻐보이지 않았나봐요. 아이는 피가 거무스름하게 굳어 딱지가 붙은 무릎이 큼지막한 햄버거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는데, 덜 아문 상처 딱지와 딱 닮은 꼴입니다.


흉하게 보이는 딱지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아이는 엄마에게 딱지가 언제 사라지냐고 묻습니다. 아마도 아이 눈에 자꾸만 보이고 움직일 때도 불편해서 그런거겠지요? 그런데 그림을 보세요. 아이의 심각한 표정과는 반대로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을 보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일상을 이어갑니다. 아이가 혼자 걷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상처는 아니라는거죠. 아이가 가진 딱지의 경중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글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엄마가 생각할 때는 아이의 딱지가 아이들이 크면서 한 번은 겪는 딱 그 정도의 상처라는 것을요.

물론 엄마가 아이에게 무심하지는 않습니다. 딱지를 신경 쓰는 아이를 위해 연고를 발라주며 딱지는 곧 떨어져 나갈 거라고 아이를 달래요. 하지만 아이는 괴물 같은 딱지에 자꾸만 눈이 가고 신경이 집중됩니다.



자기 무릎에 있는 딱지가 세상에서 가장 보기 흉하다 생각하는 아이는 어디를 가든 함께 있는 딱지에게 ‘페퍼’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페퍼라는 이름을 붙여준 딱지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데요, 그렇게 긴 시간을 딱지와 함께하게 된 아이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전히 '아이의 시선'을 간직한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이 평범하고 소소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은 경험했을 ‘딱지’를 어떻게 책 속에 녹여냈을지, 이야기 끝에 무엇이 남았을지 궁금하시죠? 이야기 진행도, 그 안에 내포된 의미들도 흥미롭지만 작가님의 그림 역시 ‘2024 뉴욕 일러스트레이션 협회 선정 그림책 원화 대상작[SINYC (Society of Illustrators) The Original Art 2024 medal winners- The 2024 Gold Medal]’으로 선정될 만큼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상처와 치유, 성장과 수용을 담은 감동적인 그림책! 여러분도 자신의 유년시절을 스쳐 지나갔던 ‘딱지’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절대 놓치지 마세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비룡소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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