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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를 기다리며
미레이유 메시에 지음, 샤를로트 파랑 그림, 신유진 옮김 / 보림 / 2025년 2월
평점 :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옛이야기 <빨간 모자>의 변주, 현대판 패러디 작품일 것이라 오해했습니다. 제목에 '빨간모자'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표지 그림도 짙은 남색 바탕에 빨간 모자만 유난히 두드러져 있거든요. 그런데 책 속에는 늑대나 할머니 댁으로 심부름 가는 어린 소녀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토론토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미레이유 메시에(Mireille Messier)가 글을 쓰고 역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작업 중인 샤를로트 파랑(Charlotte Parent)이 그림을 그린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의 원제는 <Le Bonnet Magique>로 2023년에 출간됐습니다.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면 ‘마법 모자’라는 뜻인데, 이 책의 출판사가 Comme des géants로 캐나다 퀘벡에 있습니다.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퀘벡주에서 출간된 책이라 프랑스어 제목이 붙었던 것이죠. 국내에는 보림출판사가 2025년 2월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로 번역해 국내 독자들이 볼 수 있게 됐어요.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마법 모자’라는 제목을 달았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그림책 속 이미지를 가져와 ‘마법’ 대신 ‘빨간’ 모자로 수식어를 바꿔 달았고 ‘기다린다’는 행위를 덧붙였습니다. 제목 글자도 하단에 배치되었고요. 책표지에 ‘마법 모자’ 네 글자만 올리기에는 디자인적으로 아름답지 않아 보여서, 또 보림 출판사와 번역가님은 이야기 중에서 ‘기다리며’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숲 언저리 작은 오두막입니다. 아주 오래전, 작은 오두막에 두 아이가 살았습니다. 어른 없이 숲속에 들어간 헨젤과 그레텔처럼, 두 아이- 이사우라와 아를로가 등장합니다. 소박하고 작은 집에 사는 두 아이에게는 유일한 친구 고슴도치 카푸가 있었어요. 그들은 카푸와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그런데 설명과는 다르게 그림에는 셋이 함께 나오지 않아요. 고슴도치 카푸는 빠져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고슴도치 카푸가 몹쓸병에 걸리고 말았거든요.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소중한 고슴도치를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어요. 특제 보양식(굼벵이 퓌레)을 만들기도 하고 민간요법(보름달이 훤한 날, 오이잎을 우러내 부어주기)도 시도합니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었지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차도가 없자, 아를로와 이사우라는 불가사의한 힘(마법! 매직!!)을 찾게 됩니다. 숲에 사는 두 아이가 기댈 곳은 풍문으로 들은 ‘땅의 요정의 마법’ 뿐이었었어요.
그들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1) 땅의 요정을 찾아내 카푸를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자.
2) 그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먹는 것으로 유인하자.
3) 음식을 두고 숨어 기다리다가 땅의 요정이 나타나면 카푸를 도와달라 이야기하자.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요정을 유혹할 만한 것들을 찾습니다. 지하실에서 창고까지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져요. 하지만 아이들의 집은 텅텅 비었습니다. 간신히 찾은 것은 작은 그릇에 담을 우유 뿐이었어요. 우유병 속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그릇에 담아 땅의 요정을 만나기기 위해 숲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땅의 요정을 유인할 우유는 사슴, 다람쥐, 오소리, 개구리, 여우, 멧돼지, 개미가 먹어버리고, 그릇이 텅 비도록 요정을 불러내지는 못했습니다. 상심한 아이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고 마는데요...
아이들은 숲속에서 땅의 요정을 유인할 맛있는 음식을 찾았을까요? 땅의 요정들을 사로잡은 취향 저격템은 무엇이었을까요?? 아픈 고슴도치 카푸와 이사우라, 아를로 뒤를 따르던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샤를로트 파랑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색상, 감성적인 선과 모양, 풍성한 질감, 특유의 패턴들 등 볼거리도, 의미도 가득한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 희망의 의미와 돌봄, 연대의 힘을 이 책 속에서 찾아보세요! 꼭이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보림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