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까마귀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3
박지안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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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까마귀』의 첫 장은 인터넷 기사로 시작한다. 게임 BJ 주노가 주인공임을 암시하며 심상찮은 현실성을 부여한다. 과거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그녀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IOM 2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한다. 표지에 걸맞은 다소 어두운 내용이며, 중후반부에는 조금 으스스하기도 하다. 우선 사람의 트라우마나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내어 게임의 소재로 삼는다는 점이 섬뜩했다. 잠 못 드는 날마다 저절로 떠올라 이불을 뻥뻥 차게 만드는 과거를 VR로 겪을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은 일기에도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돋아나는 작품이었다.



양한 한국 SF 문학을 만나 볼 수 있어 각별했다. 반전이나 소재가 완전히 새롭지 않더라도 의심할 여지 없이 값진 시도이다. 이 시리즈에 실린 이야기 중 몇 편은 웨이브에서 영상으로 공개한다고 한다. 나 역시 관심 있었던 몇 작품은 찾아 볼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은 우울하고 답이 없는 이야기만 한다는 인상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절실한 요즘, 그 사이에서 말 그대로 날갯짓하고 아가미를 트여 주는 세 권이었다. 우리 SF 문학의 현 주소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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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오단계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
이루카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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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다루었다. 인공지능 A796이 인간 어머니를 죽여 법정에 소환된다. 과연 기계가 인간을 죽인다면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개발된 이후로 줄곧 대두되었던 문제다. ‘그릇’이라는 단어 사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도덕적 딜레마가 예상되는 소설이었다.  「새벽의 은빛 늑대」에서는 대기 오염 때문에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은빛 늑대 라이더스 삼인방은 돈독한 우정을 키워 나간다. 오염을 중심으로 한 SF보다는 우정이 돋보였지만, 필터라는 소재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사태를 완화시키는 수단보다는 순간적인 회피에 불과한 물건이 아닌가. 악화를 미루는 데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했다. 「루나 벤더의 귀가」는 게임의 제작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의식을 잃은 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게임 속으로 떠난다. 가상의 세계에서 진행되는 설정이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샌주니페로>를 연상케 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지만, 그를 능가하는 인연이 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다양한 한국 SF 문학을 만나 볼 수 있어 각별했다. 반전이나 소재가 완전히 새롭지 않더라도 의심할 여지 없이 값진 시도이다. 이 시리즈에 실린 이야기 중 몇 편은 웨이브에서 영상으로 공개한다고 한다. 나 역시 관심 있었던 몇 작품은 찾아 볼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은 우울하고 답이 없는 이야기만 한다는 인상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절실한 요즘, 그 사이에서 말 그대로 날갯짓하고 아가미를 트여 주는 세 권이었다. 우리 SF 문학의 현 주소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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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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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에서 지구는 오염된 곳이다. 환경이 복원된 우주섬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생활한다. 어쩌면 머지 않았을 미래가 신기하면서도, 환경 오염을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앞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소설이었다. 더불어 기계의 무기화를 언급한 부분은 서글프기도 했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의 TRS는 간병 로봇이다. 한성의 아픈 어머니를 그가 돌본다. 솔직하게 말하면 참신한 소재는 아니지만, 데이터로 통계치를 내는 기계의 순수성과 인간의 이중성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섬찍했다. 「백화」는 물갈퀴가 있는 사람들이 우대받는 세상을 그렸다. 갈퀴가 없는 사람들은 크루즈 밑에서 살아야 한다. 어느 시대든 정말 같은 사람들끼리 편을 나누어 권력을 내세우는 모습일 것만 같아 이상하게 현실적이었다. 세 편 중 가장 영상화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한국 SF 문학을 만나 볼 수 있어 각별했다. 반전이나 소재가 완전히 새롭지 않더라도 의심할 여지 없이 값진 시도이다. 이 시리즈에 실린 이야기 중 몇 편은 웨이브에서 영상으로 공개한다고 한다. 나 역시 관심 있었던 몇 작품은 찾아 볼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은 우울하고 답이 없는 이야기만 한다는 인상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절실한 요즘, 그 사이에서 말 그대로 날갯짓하고 아가미를 트여 주는 세 권이었다. 우리 SF 문학의 현 주소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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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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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되짚기는 언제든 흥미진진하다. 이미 지나온 궤적을 다시금 걸어가는 일은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꼭 과거를 공부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얼마나 뜨겁고 치열한지 떠올린다면 그들의 투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감사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감염의 전장에서』는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데, 그중에서도 항생제와 설파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은 게르하르트 도마크가 1차 세계대전에서 위생병으로 일한 경험에서 시작한다. 특히 제약회사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책 자체는 그리 딱딱하지 않다. 전문적인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그 당시 질병과 싸웠던 이야기가 잔뜩 담긴 보따리를 풀어 둔다. 덕분에 주제와는 조금 빗나간 감상이지만, 초장부터 전쟁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설파제는 단순히 병을 막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기반으로 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최초의 설파제와 항생제에도 부작용은 있었고, 시행착오가 쌓이고 쌓여 현재의 약이 만들어졌다.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을 책을 따라 곱씹을 수 있는 기회였다.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복통으로 고통스러울 때에도, 너무 아파서 혼이 쏙 빠질 것만 같을 때에도 가장 먼저 약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중에서 약이나 약을 만든 사람에게 진정한 고마움을 느끼는 건 과연 몇이나 될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나는 거의 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

몇 달 전 『페스트』를 연극으로 보았다. 지면에서 무대 위로, 무대 위에서 나에게로 전해져 오는 사투의 절박함에 사로잡혔었다. 그때의 기분이 다시금 느껴졌다. 한창 ‘덕분에 챌린지’가 SNS를 맴돌던 시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챌린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무런 감정 없이 하나의 유행처럼 참여하는 거라면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그런 게시글을 통해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려는 목적이라면 긍정적이다. 지금은 이 견해가 더욱 확고해졌다. 이제 거의 벗어난 줄 알았던 코로나는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니, 도대체 치료제는 언제 나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의 전장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이 우리는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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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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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언론사로 USB가 도착한다. “대통령이 사임을 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다. 하 경감은 이 사건을 맡게 되지만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크게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플라스틱 맨’은 협박범의 닉네임이 된다. 플라스틱 맨의 협박과 테러는 계속 이어진다. 무능한 경찰, 심각한 상황을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 빗발치는 가짜 제보에 솟아나는 의심, 그럴싸한 별명으로 칭해지는 범인까지. 온갖 너절한 현실이 판친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여러모로 불편한 글이다.

『플라스틱 맨』은 범인을 쫓는 스릴러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러 예고는 내내 언급되는 소재인 데에 비해 정작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다. 언론조차 따라 하며 개그로 소비하고, 추적에 매진하는 하 경감에게 지인들은 “플라스틱 맨이 네 남자 친구냐”는 질문을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지우는 서슴없는 행동으로 그녀는 혼자 진지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 모든 바탕에는 별칭이 가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정확히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특정하기보다는 ‘희대의 악마’, ‘미치광이’, ‘조커’ 등의 비유를 택한다. 호칭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사안의 중대성을 지우고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테러는 계속되고, 그 모든 게 최초 예고한 자가 저지른 일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점점 엽기적이고 황당한 방향으로 치닫는 시점에서는 더 이상 플라스틱 맨의 정체조차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으스러지는 무고한 생명들에 침울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탄핵은 구실이었을 뿐, 명확한 소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무엇이든 이슈가 되면 ‘편’이 생긴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실체보다는 반감에 사로잡혀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판단력은 어떤가.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을까. 무언가 나의 눈을 가리고 있거나, 너무 가까이에 있어 내가 보지 못하는 게 있지는 않을까. 책을 읽으며 “당신들 지금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네” 했던 생각이 책을 덮은 후에는 나를 향한다.

나는 자주 뜨거운 사람이지만 정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달뜬 상황에서는 이상적인 판단을 유지하기 힘들어서다. 뜨거웠던 순간이 지나가는 동시에 원점으로 돌아온 이들은 다시 또 새로운 과열로 접어든다. 선악에 구분이 없다는 말은 곧 선만 남은 상황도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악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지금도 플라스틱 맨은 세계 각지에서 양산되고 있을지 모른다. 틀에 레진을 부어 굳히듯, 증오라는 원료가 채워지며 화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결말을 알면서도 우리는 싸운다.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좇으며 나아가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으니까.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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