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째 달의 마법
한정영 지음, 이한재 그림 / 올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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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우리 주위의 길고양이가 사실 마법의 고양이라면?

 

33번째 달의 마법

 

글 : 한정영 / 그림 : 이한재

출판사 : 올리

 

 

봄이는 길고양이다.

못된 사람들 때문에 외눈박이에 다리까지 저는 고양이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쫓기고 배고픈 거리 생활에 무척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마침내 33번째 달이 떴기 때문이다.

 

봄이가 의류 수거함에서 죽을 뻔 하다 살아났을 때 마녀에게 신비한 능력을 받았다.

보름달이 뜨는 날, 의류 수거함을 뒤져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

그 옷 주인의 모습으로 사흘 동안 살 수 있는 능력!

물론 그 후에는 다시 길고양이로 돌아와야 하지만,

33번째 달이 떴을 때 사람의 옷을 입으면 영원히 사람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봄이는 목에 빨간 리본을 단 고양이 그림이 있는 의류 수거함으로 들어갔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옷 더미 사이에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이건 뭐지? 달달한 것에서 나는 냄새…….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어깨 쪽에 꽃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를 찾아냈다.

그 옷에서는 흐릿하게 피 냄새도 났다.

봄이는 그 냄새에 휩쓸렸고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그 옷을 물고 의류 수거함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된 봄이의 발걸음은 알아서 집으로 향했다.

연립 주택 입구에 꽃 장식 블라우스의 주인이 서 있었다.

 

"왜 이제 왔어.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내 이름은 태이야. 알고 있지? 너는 특별하니까!"

 

아이의 말을 듣고 봄이는 깜짝 놀랐다.

자기랑 똑같은 사람이 바로 앞에 서 있는데,

전혀 놀라지도 않고 게다가 기다렸다니?

태이라는 아이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부탁까지 했다.

 

"우리 엄마랑 놀이공원에 가 줘.

꽃구경도 하고, 마트도 함께 가 주고.

부탁 들어줄 거지? 거절하지 말고. 응?"

 

그리고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봄이를 쳐다보면 말했다.

 

"나, 오래도록 아팠어.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가 없어서 항상 집에만 있어야 했어.

학교도 잘 가지 못했고. 그래서 엄마가 항상 내 손을 잡고 말하고 했어.

태이가 나으면 놀이동산에도 가고, 엄마랑 마트에도 가야지, 하고 말이야."



태이의 엄마를 보고 봄이는 깜짝 놀랐다.

봄이가 유일하게 믿는 인간, 편의점에서 늘 보았던 파란 옷을 입은 늙수그레한 그 아줌마,

햄이랑 간식을 주곤 하고, 한겨울에는 빈 박스를 내주던 그 아줌마가 태이의 엄마였다.

 

태이가 된 봄이는 엄마랑 손을 잡고 놀이공원으로 가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다음 날은 친구를 불러 반나절 내내 인형 놀이도 하고, 게임도 하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공원에 들러 꽃을 구경했다.

사흘째 밤이 되어 달이 뜨자 봄이가 계속 태이로 살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 되었다.

솔직히 그냥 태이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

.

.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런데 태이라는 아이는 오히려 기다렸다.

몸이 아파서 못하는 것들을 부탁까지 한다.

태이가 된 봄이는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다.

봄이는 길고양이인 자신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도 의문이고,

사람들의 지독한 괴롭힘으로 외눈박이에 다리까지 절게 되었는데

어떻게 살아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태이를 만나 하나 둘 궁금증이 풀리고,

진짜로 원하는 소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정말 마법처럼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지은이의 말처럼 길 위의 고양이들은 달빛을 받으면

마녀로부터 신비한 재주를 얻을까?

그럼 우리 동네에도 아주 많은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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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7 - 반장 선거에 나간 프래니 엽기 과학자 프래니 7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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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아주 특별한 생각과 취미를 가진

귀여운 과학 소녀 프래니

 

엽기과학자 프래니 7

반장 선거에 나간 프래니

 

글·그림 : 짐 벤튼

옮김 : 노은정

출판사 : 사파리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 국제독서학회, 미국 아동 권장 도서

- 골든덕 과학도서상 수상

- 미국 어린이책 센터 그리폰상 명예의 책


"선거는 여러 사람을 대표하고, 단결시키고, 필요에 따라서는

앞장서서 이끌어 갈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이에요."

 

셀리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러분은 우리 반 반장을 선거로 직접 뽑을 거예요."

 

프래니는 살짝 흥미가 당겼다.

프래니는 학교 지하에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가두고 벌주는 감옥을 세울

궁리를 하면서, 재빨리 공책에 그림으로 그려 보았다.

셀리 선생님은 반장이 벌을 주는 건 안되지만,

친구들과 함께 지킬 규칙을 정할 수는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주 내내 잘 살펴서 후보 중 가장 훌륭한 친구가 반장이 될 거라고도 하셨다.

프래니는 가장 훌륭한 자기가 승리할 것 같아 씩 웃음을 지었다.


프래니는 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하나로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새끼 고양이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축구,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사탕과 어릿광대 등을 몽땅 원자력 결합기 안에 던져 넣었다.

 

반장 선거에 출마한 프래니가 두 번째 공약을 발표하며

원자력 결합기를 통해 만든 그것을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했다.

프래니가 보여 준 괴물은 어릿광대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새끼 고양이 같은 얼굴에 두 눈은 축구공 모양이고

두 귀에서는 케이크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숨이 막히는지 어릿광대 괴물이 캑캑대다가 강아지를 토해 내기까지 했다.

프래니네 반 아이들은 교무실로 우르르 도망쳤다.

프래니는 왜 무서워하는지를 몰라서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구나."

 

셀리 선생님이 말했다.


프래니는 널따란 회색 침대보 같은 천을 만들어냈다.

그 천은 만지면 꿈틀꿈틀 씰룩씰룩 움직였다.

프래니는 몇 시간 동안 그 천을 자르고 재봉질 하며

즐겨 만드는 괴몰과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진짜 괴물은 아니었다.

옷 같기도 하고, 살갗 같기도 하고, 짐승 가죽 같기도 했다.

프래니가 그걸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머리 덮개까지 뒤집어쓴 다음 가죽은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고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글이 아줌마로 변신했다.

 

"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보고 싶어 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

정말이지 완벽한 후보로군.

난 프래니 후보를 만들어 낸 거야!"

 

.

.

.


이번 이야기에서도 역시 프래니는 프래니했다.

반장에 당선되기 위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즉시 변하게 만들어 주는 옷을 발명해 냈다.

그리고 맹복적인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모습을 통해

의도가 좋더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거짓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진정성과 있는 그대로의 정정당당한 자신의 모습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우리 딸도 인생 첫 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

싸움 없고 아름답고 정직한 반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단다.

현재는 반 친구들을 잘 도우며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스스로 바른 사람이 되도록 잘 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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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 - 불안한 히치하이커를 위한 마음 안내서
우보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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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던 불안이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

불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쓸모 있는' 도구가 되는 순간!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

불안한 히치하이커를 위한 마음 안내서

 

저자 : 우보영

출판 : 국민출판사

 

#불안 #우울 #마음 #마음챙김

#심리 #자기계발 #루틴

 


여는 글 : 우리는 모두 불안한 존재다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의 불안이 있고, 서른 살에는 서른 살의 불안이 있다.

이렇듯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까닭은 불안이 인간의 생존 능력이자

우리의 원초적인 욕구와 딱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부정편향성'을 가진다. 뇌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동안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각과 감정, 생리작용의 복합체를 우리는

'불안'이라고 부른다.

 


Part1-5 이제는 자존감 대신 자기자비를

 

키운다고 키워질 자존감이었다면….

자존감은 변덕이 심하다.

자존감은 힘든 상황에 처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정작

오기로 한 시간에 나오지 않는, 좋은 날에만 함께하는 친구인 셈이다.

 

마음챙김의 대가인 크리스틴 네프는 자존감의 대체재로

'자기자비'를 제안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자비는 당신이 좋은 사람인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당신에게 좋은지를 따진다."

 

자기자비는 결국 내가 나를 지지해 주고 내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이 곁을 지켜 주는 우직한 친구가 필요하다.

 


Part2-3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불안한 감정들

 

마치 3년 전의 내가, 아니 전 세계인이 코로나19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단 1초 후의 일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인생에서 불확실함을 몰아내기 위해 아무리 철저한 계획을 세울지라도

불확실성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인생에 확실한 것은 없다'라는 것만이 확실한 진실이다.

 

세계 4대 생불의 하나로 꼽히는 틱낫한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고통을 없애려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미지의 것이 두려워

결국 익숙한 고통을 붙잡는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태도가 오히려 불안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불확실함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익숙한 고통에서 벗어나

미지의 신비를 열린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매일 불안하다.

아침에 눈을 뜨며 불안하고, 잠 자면서도 불안하다.

이제는 불안이 당연한 것이려니 받아들이고 있지만,

가끔 정도가 지나칠 때는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불안이 아예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쓸모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를 위한 글인 것만 같아 저자에게 감사한다.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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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8 - 머리카락 괴물의 습격 엽기 과학자 프래니 8
짐 벤튼 지음, 노은정 옮김 / 사파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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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박쥐와 거미를 좋아하고

엽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엽기 과학자 프래니의 좌충우돌 발명, 모험, 우정, 성장 이야기


엽기과학자 프래니 8

머리카락 괴물의 습격


글·그림 : 짐 벤튼

옮김 : 노은정

출판사 : 사파리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 국제독서학회, 미국 아동 권장 도서

- 골든덕 과학도서상 수상

- 미국 어린이책 센터 그리폰상 명예의 책




"프래니, 엄마는 네가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좀 더 신경 썼으면 해서

그렇게 말한 거야. 예쁘게 꾸미면 너도 좋잖니?"

프래니는 화장을 하고, 머리 모양을 바꾸고, 예쁜 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왜 그런 걸 좋아하시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게 바로 과학이니까,

엄마가 좋아하시는 괴상한 것들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화장품 발사기!

한 방이면 딱 알맞게 화장이 되는 무기처럼 생긴 묵직한 기계이다.




그 다음에는 손톱이 자라는 매니큐어다.

새로 발명한 약품으로 손톱에 바르면 못처럼 기다랗고 뾰족하게 자란다.

그리고 장대처럼 높은 구두를 만들었다.

아까 그 매니큐어 화학식을 살짝 바꿔서 엄마 구두에 구두약을 쓱쓱 바르자,

눈 깜짝할 새에 뒷굽이 150센티미터가 넘는 장대처럼 쭉쭉 늘어났다.

"이고르, 이 약을 잘만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데?

뭐든 쑥쑥 자라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화학식을 고쳐 새로 만든 약은 작은 거품이 보글보글 일고,

병 입구로 하얀 증기도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프래니의 양쪽 꽁지 머리에 각각 세 방울씩 뿌리자

머리카락이 꼼틀거리더니 끼익끼익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쑥쑥 자라지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계속해서 쑥쑥 자라고 또 자랐다.

"이게 뭐야! 걸리적거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머리카락을 잘라야겠어.

이고르, 가위 좀 갖다줘!"

이고르가 가위를 막 잡으려는 찰나,

프래니의 머리카락이 스르르 다가와 가위를 냉큼 낚아채서 프래니에게 가위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프래니는 머리카락들을 조수로 쓰기로 했다.

머리카락을 다리 삼아 걸어 다녔고,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머리 모양은 계속 바뀌었다.

그런데 그날 밤, 머리카락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엽기과학자 프래니의 엉뚱한 발명품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서 다리 대신 걸어다닐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상상력인가!

우리 딸은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싫어하고

어서 빨리 많이 자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머리카락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고 욕심을 낸다면

너무너무 무서울 것 같다.

그래도 프래니처럼 잘 해결해 내리라 생각한다.

프래니처럼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많이 하면서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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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도시 이야기 미래주니어노블 10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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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후속작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도시 이야기

 

저자: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역자: 이원경

출판사: 밝은미래

 

- 목차 -

하얀 곳간 21

호손 거리의 울부짖음 83

동물의 무덤, 베테리 157

드르르 쿵! 드르르 쿵! 223

미친개들 261

비단과 향의 집 311

고무손 인간 365

여우불 415

 


사슴뿔 숲에 겨울이 찾아왔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고,

숲은 점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물론 여우는 예외였다.

올해 첫 폭설이 내린 날,

어린 여우 세 마리는 까불대면서 순백의 풍경을 흐트러뜨렸다.

첫째 여우는 호들갑 떠는 동생 여우들을 보며

오늘은 짐슴 세 마리를 잡아 하나씩 나눠 주고

엄마의 인정을 받아 굴에 들어가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냥을 위해 집중하던 사이 동생들이 사라졌고

두 동생이 남긴 겹쳐진 발자국들을 찾아 따라가다

피 냄새를 맡게 되었다.

 

'방금 여우의 피 냄새였나?'

 


둘째와 막내를 찾았을 때 다행히 피를 흘린 흔적은 없었다.

대신 그 앞에 어린 여우들보다 훨씬 몸집이 큰 낯선 여우 한 마리가

입가에 피 거품을 물고,

귀 밑동이 조금 잘린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해치지…… 않을게. 나를…… 도와줘."

 

첫째가 낯선 여우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너희한테 말해야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만약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린 여우 셋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시작은 어느 농장에서……."

 


국자로 사료 양동이를 두드리는 소리에

농장 여우들이 각자 철망 우리 앞으로 몰려들어 깽깽댔다.

농부의 딸인 펀이 양동이를 들고 철망 우리 앞을 지나가며

시뻘건 사료를 국자로 퍼서 던지자,

여우들은 피투성이 고기 조각을 허겁지겁 먹었다.

O-370의 입에 침이 고였다.

마침내 맨 끝 우리의 O-370과 R-211 주위에 사료가 쏟아졌다.

O-370과 R-211은 사촌이면서 단짝 친구이다.

O-370은 사나운 것들로부터 여우를 지켜주는 철망 안의

편안하고 안락한 농장 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어쩐지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때가 되면 곳간에 들어간 여우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맛있는 음식과 영원한 삶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느 날, 양철 지붕을 떠받치는 들보의 못이 빠져 천장이 내려앉았다.

O-370은 태어나고 몇 달만에 처음으로

철망 없이 농장을 보게 되었다.

농가 뒤편의 곳간을 살펴보러 조심조심 다가갔다.

어두운 곳간 안은 온갖 냄새가 한데 갇혀 있었다.

어둠 사이로 형체들이 점점 드러나고,

곳간 위쪽의 서까래에 뭔가가 매달려 흔들거렸다.

아주 많았다.

늘어진 담요들처럼 기름하고 털로 덮여 있었다.

그것들은 서까래에 매달린 여우들이었다.

하지만 몸속에 아무것도 없었다.

.

.

.

 

낯선 여우가 어린 여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아이는 자신이 어린 여우가 된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게 되었다.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자신이 동물이 되는 상상을 해본 것 같다.

생존을 건 어린 여우의 모험 이야기는 공포를 느끼게 했고,

사람이 다른 생명체에게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에 익숙해진 우리,

모든 생명체는 거리 두기가 필요한 만큼 잘 지켜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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